[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돌아온다. 2021년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세 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이 시리즈물의 속편이 오는 5월에 방영된다고 한다. 이름하여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다. 이번엔 국가 대항전 댄스 경연이 펼쳐진다. 지난달 티저영상이 올라왔고, 이번 주엔 한국팀 멤버가 확정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참가국은 일본‧중국‧미국‧브라질 ‧뉴질랜드‧필리핀 등이 거론된다. 엠넷 ‘더 춤’ 유튜브 채널에서는 한국팀의 이름을 뽑는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시즌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연이다. 2023년 방영된 시즌2에서 서구 댄서들로 결성된 잼 리퍼블릭과 일본팀 츠바킬이 참가했지만, 한국팀 여섯 팀이 주축이 돼 글로벌 포맷을 가미한 정도의 구성이었다. 시즌2는 국내 화제성은 전작만 못했지만 해외의 관심은 훨씬 컸다. 각종 조회수 지표가 다른 시즌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잼 리퍼블릭과 원밀리언은 누적 조회수 천만이 넘는 댄스 영상을 남겼다. 글로벌 포맷은 <스우파>의 화제성에 물이 빠지고 국내 댄서 풀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연을 넓혀 보려는 탐색이었다. 거기서 엿본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번엔 한국팀을 하나만 선발하고 나머지 참가팀을 해외 팀으로 채우며 포맷이 주는 이득을 최대한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제공)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제공)

주목할 것은 한국팀 멤버다. 시즌1 참가팀의 리더들- 리정, 아이키, 허니제이, 노제 등이 한 팀을 이루고 프라우드먼 부리더 립제이가 추가됐다. 팬들이 이른바 ‘리더즈’라 부르는 조합이다. 이들은 시즌1 당시 친밀한 케미스트리를 발휘했고, 이후에도 각종 방송에 함께 출연하며 크루처럼 활동했다. 이들의 존재에는 시즌1이 구축한 팬덤과 화제성이 집약돼 있다. 일종의 국가대표팀임에도 새롭게 멤버를 선발하지 않고 구관들을 재소집한 건 전작이 남긴 유산에 의존하는 보수적 선택이다. 그를 통해 흥행의 저점을 확보한 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이렇듯 <스우파> 시리즈 두 편의 '경쟁력'을 아울러 취한다. 시즌1의 국내 화제성과 시즌2의 글로벌한 관심도를 모두 취할 수 있다. 도식적으로 보면 역대 시즌 최고의 성공을 기록할 포텐셜이 있다. 한편으론 엠넷 창사 이래 최대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엠넷은 연말 MAMA 가요제에 해외 팝스타를 초청하기도 했고, 해외 공연장에서 케이콘을 개최하기도 했고, 케이팝 오디션 방송에 해외 참가자를 출연시켰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일회적이고 국지적인 방식의 이벤트나 아시아 지역 아이돌 지망생들을 출연시키는 걸 넘어 세계 댄스 강국들의 프로 댄서들이 나라를 대표해 참가한다. 아직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엠넷의 투자 수준에 따라 스케일이 결정될 것이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1, 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1, 2 (사진제공=Mnet)

그렇기 때문에 근심이 든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시즌1의 최정남 PD가 다시 맡고, 모든 시즌을 총괄한 권영찬 CP가 메가폰을 잡는다. 지난 시즌들을 이끌었던 관성이 작용하고 한계도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댄스 방송의 문제점은 제작진이 댄스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스테이지마다 경연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그 이상으로 출연자들의 뒷 사연과 기싸움, 편집된 서사가 연출의 중점을 이루었다. 그로 인해 시즌1은 특정 참가팀과 출연자를 제물로 삼은 마녀사냥이 선동되었고, 시즌2는 전작의 서사 연출을 작위적으로 답습하면서 퀄리티 높은 배틀이 편집되는 주객전도가 일어났다. 특히 시즌2는 글로벌 방송을 표방하면서도, 해외 댄서들은 바다리가 글로벌 스타로 등극하기 위한 조역이자 ‘외적’으로 쓰이며 국내용 방송에 머물고 말았다. ‘세계를 누비는 한국인’을 자국 중심적인 왜곡된 시각으로 소비하는 ‘국뽕 유튜브’ 식 콘텐츠였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지금껏 공개된 개요만 보더라도 그런 과오가 반복될 조짐이 충분해 보인다. 방송 3개월 전부터 한국팀을 중심으로 이슈를 지피고 있고, 국내에서 공고한 팬덤이 형성된 이들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떡밥’으로 먹여주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될 방송의 다른 이름은 ‘리더즈의 좌충우돌 세계무대 도전기’ 정도일까. 한국팀이 한 팀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이들을 파이널까지 올려보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과정은 이들이 세계의 강적들과 맞서 싸우는 '리얼리티 예능'으로 펼쳐질 것이 어른거린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제공)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제공)

물론 아직 방송에 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해외 참가팀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근심이라기보다 제작진에게 건네는 ‘당부’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으로서, 엠넷이 구태를 벗고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급속히 글로벌화된 ‘K 콘텐츠’의 보폭에 맞춰 가려는 시도일 것이다. 엠넷은 한때 한류를 이끄는 선구적 플랫폼이었지만, 넷플릭스의 등장과 함께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하지만 그건 플랫폼뿐 아니라 내실의 문제일 수도 있다. 콘텐츠의 질을 충실히 확보하지 못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를 방송의 주인공으로 상정하지 않는 한계다. 글로벌이란 포맷이 유튜브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한 실적용 장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악마의 편집’ 같은 클리셰보다 각국의 스타 댄서들이 빚어내는 춤사위의 다양성과 화려함이 더 힘이 세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그를 위해선 무엇보다 댄스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참가자들이 각자의 기량을 공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룰과 연출이 필요하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엠넷 스스로에게도 주름진 허물을 벗고 글로벌 프로젝트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두드려 보는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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