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 첫 탈락자는 일본 댄스 팀 츠바킬이 됐다. 이번 주 화요일 방송된 4화에서 츠바킬은 케이팝 미션 8위가 됐고 탈락 배틀에서 울플러에게 패배했다. 많은 시청자가 아쉬워하고 있다. 츠바킬은 한국에서 인지도가 없었고 방송 분량도 적었지만, 미션들을 거치며 멤버들이 두루 탁월한 춤 솜씨를 선보였고,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가족처럼 끈끈한 팀워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스우파> 시즌2가 낳은 가장 큰 스타는 바다리이지만, 가장 의외의 스타이자 팀 단위로 가장 큰 팬덤을 얻은 팀은 츠바킬일 것 같다. 시청자들은 2:2 매치가 치러진 4라운드 판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번 더 승리하면 츠바킬이 생존하는 상황에서 울플러보다 압도적으로 돋보였음에도 패배했다는 지적이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배틀의 승패는 저지들 판단에 달려 있어 근본적으로 주관적이다. ‘무브’ ‘에너지’ 같은 추상적인 말로 저마다 배틀의 우열을 묘사해 버리면 더 이상 옳고 그름을 다투기 힘들다. 좀 더 분명히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쟁점은 배틀 판정이 아니라 츠바킬이 탈락 배틀로 가게 한 배점 방식이다. 이번 시즌 케이팝 미션 점수 배정은 저지 점수 150점 + 현장 투표 50점 + 대중 투표 점수 600점이다. 대중 투표는 유튜브에 올라온 경연 영상 조회수와 ‘좋아요’를 합산한 점수인데, 이전 시즌들에 비해 비중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 시즌1은 저지 점수 600 + 대중 투표 600이었고, <스트릿 맨 파이터>는 600 + 1000이었다. 이번 시즌은 대중 투표 비중이 두세 배 폭증한 것이다. 최초로 실시된 현장 투표는 50점밖에 안 될뿐더러 승리한 팀에 총점을 몰아주기 때문에 대중 투표를 만회할 수 있는 효과가 아주 작다.

이 시스템에서 탈락 팀은 곧 대중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는 방송 두 달 전에 완료됐고 출연진들 사전 인지도와 팬덤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츠바킬의 대전 상대 베베는 대중 투표 점수가 가장 높은 팀이고, 츠바킬에 관해선 ‘일본 팀’이란 것 외에 사전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한일전 응원 심리로 한층 더 베베에 표가 몰릴만했다. 실제로 츠바킬은 대중 투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츠바킬은 직전에 치러진 계급 미션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 이 미션에 가산점과 감점을 50점씩 부여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순위별 차등 점수를 10점밖에 매기지 않았다. 지난 시즌대로면 레나가 메인 댄서를 차지한 츠바킬이 미나명이 워스트 댄서로 지목된 딥앤댑보다 100점을 앞섰겠지만 50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6위 딥앤댑은 단 10점 차이로 탈락 배틀로 가는 것을 모면했다. 제작진이 츠바킬 탈락을 획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눈에 보이는 사실을 봤을 때 바뀐 배점 시스템이 누구에게 가장 불리한지는 자명하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내가 짚고 싶은 부분은 <스우파> 시리즈의 진행 방식과 시스템이다. 서바이벌 경연 방송은 참가자들의 퍼포먼스와 인기, 예능적 요소의 합으로 굴러간다. 츠바킬처럼 실력도 인기도 최상위인 팀이, 그것도 직전 미션에서 2위를 하고도 가장 먼저 탈락해 버린다면 그 자체로 논리적이지 않다. 이 방송은 시즌1부터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다. 연출이 지나치게 비합리적이고 지나치게 낭비적이고 지나치게 가학적이다. 탈락 팀이 나오기 전에 미션을 세 개나 진행하면서 앞의 미션 두 개는 탈락 팀을 내는 데 거의 반영이 안 된다. 왜 사전 제작까지 하며 긴 스케줄을 할애해 그 미션들을 촬영하는 것이며 순위랑 점수는 대체 왜 매기는 것일까. 그 때문에 메가 크루 미션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탈락자를 낸 상태로 방영을 하면서 말이다.

앞서 말한 탈락 배틀은 이 맥락에서 다시 불러와야 한다. 이 방송은 미션마다 나오는 경연 점수로 탈락 팀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다시 두 팀을 추려서 탈락 배틀을 하는 소모적이기 짝이 없는 과정을 거친다. 첫 시즌부터 배틀에 전문성 있는 저지가 적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는 데도 가장 중요한 사항이 배틀로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제작진과 저지들의 의중이 공유되고 있다면 제작진이 살리고 싶은 팀은 절대로 탈락하지 않고 내치고 싶은 팀은 무조건 탈락하는 구조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엠넷은 투표 조작으로 방송 책임자가 감방에 다녀온 방송사다. 제작진이 츠바킬을 탈락시킨 것이 맞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런저런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전적이 있고 의혹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방송이 진행된다. 엠넷은 조작 사태 이후 쇄신을 다짐하며 오체투지 했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문자 투표를 유튜브 대중 투표로 바꾼 것 정도다. 그리고 그 대중 투표 반영 비중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고 사전에 배점 기준이 전부 공개되지도 않는다. 불투명하던 경연 진행 방식이 더더욱 불투명해지며 아예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렸다. 투표 조작의 대안으로 조작을 해도 물증이 남지 않는 제도, 꼬리 밟히지 않는 ‘합법 조작’이 가능한 제도가 나온 것이다.

시청자들이 츠바킬 탈락 소식을 접하며 입을 모아 토하는 소감은 “엠넷은 감이 없다”이다. 다채롭고 수준 높은 댄스로 댄스경 방송의 콘텐츠를 채워 주던 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던 팀이 가장 먼저 탈락한 것을 꼬집는 말이다. 틀린 것 하나 없다. <스우파> 시리즈는 사전 제작 때문에 시청자 선호가 반영되지 않아 늘 인기 있는 팀, 출연자가 탈락한 상태로 방영됐다. 그에 대한 불평이 빗발치는 데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은 시청률은 호조를 이루고 있지만 내실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성이 부족하고 바다리와 마네퀸에게만 방송 비중이 쏠려 나머지 출연자 대다수는 팬덤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는 콘서트와 <스트릿 걸스 파이터> 같은 후속 콘텐츠가 흥행할 수 없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메가 크루 미션이 화제성과 시청률 양면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원밀리언과 마네퀸을 빼고는 이번 시즌 메가 크루 무대 수준이 대폭 하락해 앞으로 방영될 5~6회 차를 기점으로 시청률마저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4회 차 시청률도 소폭 꺾였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사진제공=Mnet)

한 신문 기사에서는 츠바킬이 반일 여론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닌지 짚고 있지만, 상황을 반대로 보는 것이다. 물론 츠바킬의 대중 투표 점수는 최하위였다. 하지만 그 점수를 이례적으로 크게 반영한 건 제작진의 선택이다. 방송 시작 후 츠바킬은 일본이란 국적 때문에 안티가 붙기는커녕 국적에 상관없이 오히려 한국과 다른 일본 댄서들이란 점이 신선하게 가닿아 팬덤이 늘어 갔다.

츠바킬을 ‘반일’이란 코드로 바라본 주체가 있다면 그것은 시청자가 아니라 제작진이다. 츠바킬이 퇴장한 4화의 편집 상태를 봐도 그들은 불성실하고 거만한 악역처럼 형용돼 있었다. 만약 댄스 ‘한일전’으로 데스 매치를 개시하며 통렬한 참수극을 연출하는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예단했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오판이다. 시청자들은 베베의 명량대첩에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츠바킬의 퇴장에 아쉬워하고 있다. 머지않아 제작진도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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