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가끔 강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올해도 그랬다. 올해는 학교와 도서관에서 강연하였다. 대상은 초등학생에서 성인까지 다양했다. 고등학교는 논술 강연을 하였는데 내 작품을 아는 여고생이 있어 놀랐다.

도서관 강연은 내 책으로 하였다. 강연 대상은 초등학생뿐 아니라 성인까지 포함되었다. 다양한 독자를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엄마와 아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신청한 성인도 있었다. 강연에 참여한 아이들 중엔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독서에 관심이 없고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독서에 관심은 없지만, 엄마가 신청했기 때문에 참여한 아이들도 있었다. 책을 읽고 궁금증을 잔뜩 안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완독하지 못하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신청한 성인은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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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마다 아이들과 엄마, 아빠의 분위기가 달랐다. 어쨌든 요즘처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책과 가깝게 지내고,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하려고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독서 동아리도 만들고, 릴레이 책 읽기도 하며, 작가를 초청해 함께 책에 관해 이야기하며 거리 두기를 하고 있던 책에 한발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강연을 가면 아이와 함께 참석한 부모님들이 항상 묻는 것이 있다.

“아이가 책을 잘 읽지 않는데 혹은 책을 싫어하는데 어떻게 해야 책을 읽을까요?”

 

“아이가 4학년, 5학년 때까지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고학년, 6학년이 되면서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책을 읽을까요?”

아이들에게 독서가 어렵고 지루한 것은 아이들이 읽을 책을 엄마와 아빠가 선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책에 관심 있는 부모님이라 독서 모임과 동화책 모임 등에 참여하여 책을 선택하는 힘을 키웠다면 아이들 책을 선택하는 일이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독서는 아이와 엄마에게 동상이몽이 될 수 있다.

책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지만, 엄마의 기준에서 좋은 책, 좋지 않은 책의 기준이 아이들과 다를 수 있다. 저학년 때는 엄마가 골라 준 책을 읽지만, 머리가 크고 고학년이 되면 더는 읽으려 하지 않는다. 엄마가 골라주고 권하는 책이 재미없다. 책 말고도 재밌는 것이 많은데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읽는 게 즐겁지 않고 읽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이런 면에서 학교 과정에서 필독서가 폐지된 게 못내 아쉽다. 말 그대로 필독서이기 때문에 교사는 양질의 책을 아이들에게 읽힐 의무와 권한이 생기고, 학부모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의 고민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필독서를 읽히는 건 또 다른 전쟁이 될 수 있지만, 그 문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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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아이의 독서 키'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5학년이라고 하여 글이 많은 책, 5학년이 읽어야 하는 책을 읽게 한다면 아이는 독서와 더 멀어질 수 있다. 5학년이라고 하여도 독서량이 적고, 이해도가 낮다면 책의 난이도를 낮게 잡아야 한다. 5학년이라고 하여도 독서량이 많고, 이해도가 높다면 책의 난이도를 높게 잡아야 한다.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짧은 시간이라도 자주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좋아하게 되면 도서관을 좋아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책 한 권을 완독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책을 조금씩 읽을 수 있도록 데리고 가는 것도 괜찮다. 도서관을 좋아하게 되면 아이들의 독서 키는 쑥쑥 자라게 된다. 엄마, 아빠가 선택한 책에서 벗어나 스스로 책을 찾아 읽으며 책의 재미에 빠지게 된다. 제한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범위를 확장할 기회가 된다.

이때 나의 독서 취향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독서 지도가 생기게 된다.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 지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하나의 길, 외길 인생 지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여러 분야의 책을 섭렵한 아이는 박식하고 상식이 풍부한 어른이 될 것이고, 한 분야의 책을 섭렵한 아이는 분야에 조예가 깊은 어른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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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 자극도 많고, 재밌는 것이 많고, 스마트한 시대에 독서는 낡고 시대와 배치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대, 30대 사이에서 독서가 유행이라고 한다. 힙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하여 ‘독서’가 유행이다. 이제 ‘독서’는 ‘힙’한 것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유행은 다수의 사람이 하는 것인데, 소수의 사람에게 특정되는 것이라는 말. 역시 독서는 ‘힙’하고 어렵다.

김은희 (필명 김담이) ,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2023년 12월 첫 번째 장편동화 『올해의 5학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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