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북한인권보고서 내용을 웹툰으로 만들면서 '가짜뉴스'로 북한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켰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 드라마를 본 북한 중학생이 공개처형을 당했다'는 내용이 북한인권보고서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보고서가 아닌 언론보도를 참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0일 한국일보는 문체부가 북한인권보고서를 웹툰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명을 공개처형했다"는 내용을 전했지만 정작 보고서 발간 주체인 통일부에서는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문체부가 '가짜뉴스'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30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카툰공감] '2024북한인권보고서'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말한다>는 제목의 웹툰을 게재했다. 웹툰에는 "북한이 대북풍선 속 USB에 담긴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명을 공개처형했대",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17세 안팎의 청소년 30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했어" 등의 대사가 나온다. 이어 웹툰 캐릭터는 "북한이 남한 문화를 접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사례는 통일부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실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 작성 주체인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에 '중학생 30여 명이 총살됐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는지 물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한국일보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하지만 문체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웹툰을 'K카툰 공감'이라는 책자로 만들어 국회도서관 등에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웹툰의 내용을 통일부에 팩트체크했느냐는 윤 의원실 질의에 '요청을 했으나 별다른 지적이 없어서 공개를 했다'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북한 관련 정보는 북한이탈주민 교차검증과 여러 국가 정보기관의 상호 검증을 거쳐 공개하는데, 문체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카툰으로 제작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광범위하게 배포한 것은 문제"라며 "특히 검증 절차를 거쳐 제작된 북한인권보고서에 게재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10일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2024 북한인권보고서'의 내용으로 인용한 바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아니나 다수 매체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해 북한 인권상황을 설명하는 도입부로 활용되었고, 이후 네 번째 컷부터 북한인권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11일 경향신문 손제민 논설위원은 <[여적] 문체부의 ‘허위·왜곡’ 웹툰>에서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체부가 근거로 삼은 북한인권보고서 내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손 논설위원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유포한 22세 청년을 처형했다는 탈북민 전언이 수록돼 있긴 하다"며 "그러나 '중학생 30명 공개처형' 사례는 없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내용은 한 종편에서 보도됐을 뿐"이라고 했다.

TV조선은 지난 7월 10일 <北, 중학생 30여명 공개처형…"대북풍선 담긴 'K드라마' 본 죄">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정부당국 관계자는 TV조선에 "풍선에서 USB를 주워 드라마를 보다 적발된 중학생 30여명이 지난주 공개 총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TV조선은 "지난달 비슷한 이유로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은 청소년들은 17살 안팎이었는데, 이번엔 중학생 나이 30여 명이 처형당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손 논설위원은 "탈북민 전언과 정부 평가 등을 보면, 북한이 최근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주민의 자유로운 생활을 옥죄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하지만 아무리 웹툰이라도 국가기관이 상호 교차 검증해 발행하는 자료에 허위·왜곡 사실이 담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손 논설위원은 "북한 인권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허위·왜곡 사실을 막 갖다붙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실제보다 더 나쁜 인식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혐오가 더 커지게 된다"며 "'북한에 대한 혐오가 그 체제만 향할 것 같지만, 그곳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점에서 이 정부가 외치는 통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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