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가 운영하는 야구 유튜브 채널이 기아 타이거즈를 북한군에 비유하는 영상을 게재해 ‘지역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논란이 일자 문제적 영상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다음 날 사과문을 사안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수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제작진은 사과문을 다시 게재했다. 

수정 전 야구잡썰 영상(사진=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수정 전 야구잡썰 영상(사진=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1일 KBS 스포츠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은 지난달 25일 진행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다뤘다. 해당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는 4회 초까지 14대 1로 앞섰다가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대량 득점하면서 연장전 끝에 15대 15로 비겼다. 

해당 방송에서 한 출연진이 “6.25 전쟁을 연상케 하는 전개”라고 말했다. 화면 하단에는 ‘기아-롯데 화요일 경기 일명 '6.25 대첩’이라는 자막이 달렸고, 제작진은 북한군에 KIA 타이거즈 로고를, 국군에 롯데 자이언츠 로고를 삽입한 그래픽을 첨부했다. 또 해당 영상에서 ‘정병(정신병) 리그’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지역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 글들이 쏟아졌다. 이후 제작진은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정말 적절치 않은 내용과 이미지를 사용한 점 사과드린다”면서 ▲6.25 대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6.25 전쟁 상황에 비유한 점 ▲‘정병 리그’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등을 거론했다. 

제작진은 “내용이 분명 적절치 않았음에도 이를 숙고하지 못했다”면서 “녹화 현장에서도, 편집 과정에서도 실수를 범하였음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해당 영상은 삭제 처리 후 문제가 된 부분을 편집하여 재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간대별 '야구잡썰' 제작진의 사과문 갈무리
왼쪽부터 시간대별 '야구잡썰' 제작진의 사과문 갈무리

그러나 이튿날 제작진은 사과문을 대폭 수정했다. 제작진은 수정된 사과문에서 “금일 업로드된 영상에 야구를 대첩에 비유하는 적절치 않은 이미지와 발언이 있었다”며 “특정 팀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삭제 후 재업로드했다. 앞으로 신경 쓰는 방송이 되겠다”고 했다.

수정된 사과문을 두고 한 네티즌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명시한 장문의 사과문이 있었다. 지금은 그 글을 전부 지우고 아예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 없다"며 "앞으로는 볼 일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롯데랑 기아는 지역 비하, 차별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호영대제전(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교류전)까지 만들어 경기했는데, 공영방송이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제작진은 3일 다시 한번 사과문을 올렸다. 제작진은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6.25대첩’이라 명하고 경기의 양상을 전쟁 상황으로 묘사했다”며 “이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비유와 사례로 많은 분이 ‘지역 폄하 및 혐오’로 느끼게 된 점, 충분히 공감하고 이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공영방송의 제작진으로서 더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불편한 결과물을 유통했다는 점에서 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에서 볼 수 없던 13점차 역전의 상황을 ‘엄청난 경기력’ 대신 야구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되는 ‘정병리그’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번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이번 사건를 계기로 공영방송의 본분을 잊지 않고 가치있고 의미있는 콘텐츠로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