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또다시 사법리스크 정국이다. 조선일보는 10일 검찰이 이번 주 중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등 혐의에 대해 법원이 일부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7일 법원은 이화영 전 부시사에게 징역 9년 6개월 및 벌금 2억 5천만원, 추징금 3억 2595만원을 선고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 주요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2020년 1월 13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평화협력 정책 및 대북 교류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자료사진=연합뉴스]
2020년 1월 13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평화협력 정책 및 대북 교류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자료사진=연합뉴스]

특히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불리한 지점은 재판부가 “이화영 전 부지사가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이었다는 판단을 적시하는 등 대북송금 의혹의 사실관계 전반이 인정됐다는 점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의 어떤 공감대도 없이, 최소한의 보고도 하지 않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만일 이재명 대표가 당시 도지사로서 부담해야 할 돈을 남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데 관여했다면 제3자 뇌물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선 이화영 전 부지사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등이 핵심이 될 텐데, 조선일보는 검찰이 추가 조사 없이 기소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일단 쌍방울 관계자들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을 걸로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쌍방울그룹 내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따로 서로의 진술을 맞춰보도록 한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술판’ 주장 등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걸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문건 등의 존재를 들어 사건 주요 관계자의 주가 조작 시도가 사건의 본질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여기엔 약점이 있다. 주가조작과 뇌물 양자 모두를 겨냥한 범죄 시도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진술의 신빙성인데, 북한 사람의 진술을 받거나 북한 주요 기관을 압수수색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사건은 전적으로 쌍방울그룹 관계자들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보면 이게 이 사건의 기회요인이자 동시에 약점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리더십은 이재명 대표 외의 대안을 허용하지 않는 구도로 정리됐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안에 당의 명운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향후 국회에서 앞서 언급한 진술 신빙성 문제와 관련해 특검이나 검사 탄핵 등의 주장이 더 활발히 제기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이재명 대표가 주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선 일정을 앞당기려는 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실제 추진할 거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선택적 소셜미디어 정치가 이번에도 등장한 건 이 대목을 노린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헌법 84조의 적용 여부에 대한 논쟁을 언급했는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적용되느냐에 대한 문제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주장은 이 경우의 ‘소추’는 새롭게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재판은 해당되지 않고 따라서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형사재판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대통령직은 상실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직무가 사법권의 방해를 받지 않는 등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므로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쟁점은 지난 2017년 대선 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홍준표 당시 후보를 두고도 불거졌던 바 있다. 그때도 법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중요한 건 한동훈 전 위원장이 굳이 지금 왜 이 얘길 꺼냈냐는 것이다. 앞서의 맥락을 고려하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의도는 ‘탄핵으로 조기대선 시도해봐야 소용없다’는 메시지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한다는 뉘앙스를 주면서,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으로 읽힌다.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상태에서 그동안 윤석열-한동훈 갈등으로 보수 유권자들이 분열된 상황을 스스로 정리하려는, 그러니까 보수 유권자층의 재결집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자신임을 보여주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는 거다.

이런 흐름이라면, ‘한동훈의 국민의힘’은 어떤 모습일까? 총선 패배 요인으로까지 지목됐던 ‘이-조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야당 같은 여당’의 재판일 것이다. 이러면 한쪽에선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데 안간힘을 쓰고, 반대쪽에선 상대편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자기 편을 결집시키는 것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정치구도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범야권에 192석을 몰아준 국민의 마음이 그런 것일까? 그런 서로를 반대하며 현상을 유지하는 구도 속에서 현안 해결에는 나몰라라 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일방적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재명 대표는 당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사법 대응을, 정권과 여당은 민생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총선 민심에 부응하는 길 아닌가? 상식이 상식적이지 않은 정치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인지, 슬프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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