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삼우 KBS 부사장이 시청자위원회에서 카드사 직원을 '시민' 인터뷰로 포장한 자사 보도에 대해 "공영방송 본질과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KBS 시청자위원장은 '낙하산 진행자 논란'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과 관련한 이제원 제작1본부장의 출석 불응에 대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며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4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달 4일 <카드 한 장 들고 출국…불 붙은 ‘여행 카드’ 경쟁> 보도에서 한 직장인이 “환율이 우대돼서 좋고요. 그리고 환전도 바로바로 할 수 있고 영업점도 방문 안 해도 되고, 잔돈이 안 남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이는 카드사 관계자다. 또 KBS는 “금융업계도 '여행 카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카드 수수료 수익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객 확보 차원”이라면서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닌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카드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음성변조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KBS 시청자위 회의록에서 정진임 위원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이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데, 이용자로 인터뷰 한 직장인분이 사실 카드사의 직원이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면서 “해당 기사에 바로 (인터뷰이가)‘하나카드 과장’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관련 내용의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인터뷰)당사자가 기업 관계자라면 오히려 (보도의)신뢰성을 떨어뜨릴 소지가 있고, 이해충돌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며 “사실보도가 신뢰보도의 원칙인 만큼 인터뷰이 선정 부분에 신중을 기해 주고, 인터뷰이 선정 기준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은 “보도 책임자로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기자 본인은 직접 사용해 본 사람의 인터뷰를 넣어주면 더 생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한 것 같은데, 저희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사후에 확인을 해보니 (인터뷰이가)다행히 홍보실 직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기자는)경험담을 생생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인터뷰를 했다고 답변했다”면서 “회사 가이드라인에 이번 건과 딱 직접적인 내용은 없다. 위원님이 지적하신 부분도 충분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다음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때는 홍보성이 될 만한 인터뷰는 지양한다는 규정도 추가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KBS)
(사진=KBS)

류삼우 부사장은 “(최 국장이)제작 가이드라인과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유감이라고 표명했는데, 이 부분은 공영방송 종사자로서는 다 돌아봐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공영방송 본질과 관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사장은 “과거 90년대 수달 사건이라는 자연 다큐멘터리 조작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박권상 사장이 ‘시청자한테 사과 먼저하라. 제가 징계를 당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런 부분은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97년 KBS는 세트장에서 촬영한 수달을 야생 수달인 것으로 조작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때문에 당시 KBS 징계위원회는 사장을 비롯한 간부 전원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다.

이날 최경진 위원장은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진행자 논란’ ‘<다큐 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불방 사태’와 관련한 이제원 제작1본부장의 거듭된 출석 불응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다큐 인사이트>와 <역사저널 그날> 파행 사태에 대해 공개 질의도, 시청자위에서 논의도 했고, 오늘은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꼭 출석해 달라는 요청도 했는데 불참했다”며 “TV 편성위원회에 불참, 공정방송위원회, 시청자위까지 불참한 것은 프로그램 최고 책임자로서 그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사태가 이 정도면 배임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재차 이 본부장에게 ▲세월호 불방 사태에 대한 경위 ▲ <역사저널 그날> 진행자 일방적 교체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31일까지 타당하고 납득 가능한 답변을 주길 바란다. 그때까지 답변을 주지 않는다면 이 문제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이제원 본부장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그 다음에도 적절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큰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