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19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으로 조기호 기자가 선출되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4월 16일 자 노보를 통해, 제 19대 SBS 본부장 및 지부장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조기호 후보가 득표율 98%(772표)의 압도적 지지로 SBS본부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2010년 경력 기자로 SBS에 입사한 조기호 본부장은 사회부·사건팀·법조팀·기획취재팀·탐사보도팀 등을 거쳤고, 본부장 선출 전까지 보도본부 8뉴스부 기획데스크를 맡았다. 조 본부장은 당선소감문에서 “다가오는 먹구름부터 예의주시하겠다, 혼돈 속에서도 목표를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본부장 선출 후 한 달 어떻게 보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22일 서울 목동 SBS 사옥 내 노조 사무실에서 조 본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조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SBS본부장 임기 시작하셨는데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한 달밖에 안 돼서 업무 파악을 아직 다 못 했어요. 아시다시피 SBS본부가 조합원만 1,100명 이상 되는 언론 사업장이지 않습니까. 사업장 이슈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상황이고,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궤도에 오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업무 파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갔어요. 사실 저희가 이·취임식이라는 공식 행사를 하기 전부터 업무를 시작했어요. 취임 후 5일 만에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남부지청 찾아가서 고소 고발을 했고, 노사협의회라는 법적 기구를 준비했어요. 제가 원래 불면증이 있었는데 노조일 시작한 다음부터 베개에 머리 붙이면 바로바로 잠이 오는 거예요. 그런 정도로 바쁘게 한 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제안받고 본부장 출마하신 것 같던데 처음 출마 제안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제가 능력도 안 되고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거부했어요. 그런데, 전임 정형택 전 본부장님이 저와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선배예요. 제가 기자로서 존경하고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신뢰하죠. 그런 사람이 노조위원장에 출마해달라고 간곡하게 여러 번 부탁하는데 차마 거부할 수가 없어서 일주일을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고민이었나요?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만 해온 제가 어떤 조직의 대표로서 조직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결국 상대는 회사여야 하는데 회사원인 제가 그걸 잘해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죠. 그건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근원적인 두려움 아닐까 싶어요.”
그러면 어떻게 출마 결심을 하셨나요?
“못 믿으시겠지만, 고민 시작한 그날부터 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살이 나서 너무 아팠어요. 정말 간신히 아침에 기어서 출근해 약으로 버티다 퇴근했는데, 일하면서 계속 그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3~4일 정도 지났을까, 불현듯 ‘못할 게 뭐 있어? 정형택 선배가 한 것만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은 있지만 많이 물어보자. 물어보고 또 배우면서 한번 해보자’고 결심한 순간 몸이 싹 나왔어요.
신병이라고 하죠. 귀신 받을 때 몸이 너무 아픈데 거부하느라고 아픈 거잖아요. 근데 그냥 받아들이면 몸이 딱 씻은 듯이 낫는다고 하잖아요? 5일 만에 몸이 씻은 듯이 나은 걸 보고 어머니께 해야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

98% 찬성률로 선출되었어요. 단독 출마란 점을 감안해도 꽤 높은 수치인데 98%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저는 이 98%의 의미를 이렇게 둡니다. 100번 중에 98번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조합원이 저한테 입혀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럼, 2%는 뭐냐고 했을때 귀를 막을 수는 없잖아요. 양쪽 귀를 열어서 듣고, 나머지 98%는 회사와 상대할 수 있는 방탄복이란 힘을 제게 실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기간에 조합원들 많이 만나셨을 텐데 조합원들의 요구는 뭐였나요?
“선거운동 하면서 많이 뵙긴 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부탁드린다’ ‘감사하다’ ‘지지 부탁드린다’ 정도 대화만 했어요. 그러니까 ‘본부장 되시면 이거 해주세요’ ‘이런 걸 부탁드립니다’라고 얘기해 주시는 조합원님도 없었어요. 많은 조합원을 만난 건 맞지만 그분들로부터 어떠한 요구를 직접적으로 청취하기엔 기간이 되게 짧았어요.”
그래도 의견 들어봐야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런데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뭐가 필요하냐고 여쭤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4대 공약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선거기간에만 듣는 것보다 실제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선된 후에 차츰 조합원들 만나면서 ‘당선된 본부장입니다. 지금 어떤 부분들이 현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릴게요’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먼저 사무처에 친한 사람들부터 자리를 만들어 얘기 듣고, 그분들이 또 다른 분들을 소개시켜서 듣고 해서 가지치기처럼 해나갈 생각이거든요. 예를 들어 사장 같은 경우라면 ‘보도본부장, 내일부터 보도본부 기자들하고 점심 먹을 거니까 각 부별로 정리해서 알려주소’라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노조위원장이고 조합원들의 대표 심부름꾼이에요. 먼저 조합 사무처 분들과 지인들의 조합원들 만나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함께하고 그분들 통해 다른 조합원들도 소개시켜달라 해서 얘기를 들을 생각입니다.”
![[연합뉴스TV 제공]](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405/308906_212733_046.jpg)
주요 공약으로 △‘태영 대책위’ 상설위원회로 전환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 △강력한 1본부 4지부 체계 구축 △조합원 복지 확대를 내세웠더라고요. 공약 이유는?
“정형택 전 본부장과 상의했고, 정형택 전 본부장은 당시 집행부와 의견 교환했죠. 만약 누군가가 카운터 파트너로 나왔다면 노조가 상의해 줄 수는 없어요. 공정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선거를 공정하게 치러야 하니까요. 그런데 단독 출마라 노조 차원에서 우리 공약은 어떤 거였고 마음에 드는 공약이 있으면 응용하거나 니가 생각하는 공약을 얘기해봐라는 차원에서 협의를 한 거죠.
그래서 제가 4대 공약을 선정했는데요. 가장 큰 이슈였던 태영과 관련해 우리 SBS 노조가 대책위원회에서 ‘상설위원회’로 전환한다는 부분을 공약했고요. 그리고 SBS라는 강력한 1본부 아래에 4개의 지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스크롤을 잘 짜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다음에 복지 부분이 빠질 수 없죠. 이런저런 고민을 해서 4대 공약을 만들었는데 이게 허황된 공약이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임 본부장에게 ‘저는 이런 4개 정도를 임기 동안 실천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했더니 이 정도면 조합원들도 충분히 수긍하겠다는 답을 해주셨죠.”
SBS의 현안 중 하나는 모기업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일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전임 집행부도 그렇고 현 집행부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문제가 SBS 경영에 전이되는 부분은 막아야 된다는 기본적인 입장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 외 19대 노조의 코멘트 비평을 듣고자 하시지만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 배경은 이겁니다. 경영을 잘못해서 워크아웃이 됐고 그 위험이 SBS로 전이될지 안 될지 모르는 와중에 워크아웃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다음에 태영건설은 TY홀딩스라는 우리의 지주회사 밑에 있는 형제 회사들인데 형제 회사가 잘못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별다르게 코멘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소감문에 “부당노동행위를 한 SBS A&T 임원급 인사에 대한 문제 역시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던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SBS 18대‧19대 노조위원장 이·취임식이 4월 29일 열렸거든요. 그런데 제가 업무 시작한 건 4월 15일이에요. 업무 시작하고 5일 만에 부당노동행위를 한 SBS A&T 임원급 인사에 대해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소 고발 진행했고, 현재 상태로 고발인 조사를 90% 마쳤습니다. 고발인 조사가 끝나면 피고발인 조사를 하게 되겠죠. 저희가 고발한 지 3~4주가 돼가고 있는데 아직 고발인 조사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고발인 조사 끝나고 서류 검토한 다음에 피고발인 쪽을 부르면 제가 보기에는 또 한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부당노동행위의 내용이 뭔가요?
“부당노동행위의 사전적 의미가 노조 행위를 방해하거나 겁박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건데, 노조활동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A&T 임원급 인사는 A&T 조합원들을 상대로 ‘너 조직 개편과 관련된 피케팅 시위를 한 거 알고 있어. 명단 다 적어놨으니 알아서 해라. 조심해라. 너 승진할 때 얼마나 됐니? 너 그때 피켓팅 나간 거 맞지. 그렇게 해서는 회사 생활이 힘들어’ 같은 취지의 압박, 협박 발언을 했다는 것이 복수의 A&T 조합원의 증언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SBS는 큰 기업이잖아요.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문제죠. 어떻게 이런 말과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는지 저도 당사자에게 직접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회사와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생각이에요?
“공약에도 있지만 상생의 노사관계가 제 목표예요. 때문에 이 부당노동 행위자와 관련해서 회사를 고소 고발하지만, 그것이 회사와 척진다거나 회사와 전면전에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고, 특히 조합원의 복지와 안전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몽니를 부린다거나 회사의 업무 방해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확실하게 불거진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협조해야 될 내용엔 협조하면서 관계 설정해 나갈 겁니다.”

SBS 보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제가 노조위원장이지 않습니까? 노조위원장이란 위치에서 봤을 때 보도본부는 하나의 본부잖아요. 경영본부, 정책실 등등 본부가 여러 개 있는데 제가 각 본부에 대해서 잘한거나 못한다고 평가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공격이 들어올 수 있거든요. SBS 보도에 관련해서는 시청자와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보도본부에서도 잘 판단하고 있을 거고요. 해당 보도본부장이 판단해서 고칠 건 고치고 바꿀 부분이 있으면 바꾸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SBS도 언론사고 언론사에서 중요한 건 보도니까 노조위원장이 보도에 대해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말의 맥락을 잘 들어보시면 아실 텐데, 만약 칭찬하게 되면 제가 이렇게 말을 빙빙 돌리지는 않겠죠(웃음). 하지만 제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바람을 드려봅니다. 보도 관련해선 시청자들이 판단할 것이고, 시청자위원회의 평가를 보도본부도 받아보니 그걸 보고 바꿀 게 있으면 바꾸면 좋겠고 수정할 게 있으면 수정해 나갔으면 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방송탄압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제가 올해로 20년 차 기자 하고 있는데, 정권이 언론사 특히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 있어왔던 움직임이었어요. 그렇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나 생각해봤는데 과거에는 이랬던 것 같아요. 과거엔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본부장이나 보도국장에 연락하는 등 사적인 압력을 넣었다면, 현재는 나름 포장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통해 ‘시스템’적 제재를 하는 차원으로 바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엔 뒤에서 쿡쿡 찔렀다면 지금은 앞에서 쿡쿡 찌르고 있죠. 저는 이 모습이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요?
“타조가 그렇지 않습니까? 머리만 박고 있으면 아무도 자기를 못 볼 거라고 하는 생각하죠. 본인들은 시스템을 통해 방송사든 언론사든 제재를 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은 정권의 편에 있고 그들이 과연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즉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결국 공공연하게 압박하고 찍어 누르기를 하고 있는 부분이 이전의 정권과 현재 정권의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기가 2년인데 노조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요?
“지금 한 달 조금 넘었는데 2년이 지난 것 같아요. 그렇게 느낄 정도로 한 달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공약은 지키라고 만든 거지 않습니까? 물론 정말 못 지키게 된다면, 못 지킬 상황이 생긴다면 조합원분들게 말씀드리고 이해 구하겠지만 앞으로 2년 동안은 그 공약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발걸음을 차근하게 밟아 나가겠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먼저 98%의 찬성 지지율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요. 적어도 제가 노조위원장으로 있는 2년 동안은, 혹시 노조위원장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냐라는 의심은 추호도 갖지 않게끔 막연히 믿어달라가 아닌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싫은 소리도 칭찬도 언제든지 적극 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언론노조 신임 SBS본부장 "먹구름부터 예의주시하겠다"
- SBS A&T사장 "임원 부당노동행위 고소 유감"… 노조 "피해자 직원은"
- SBS, 1분기 150억 적자…"신규채용 축소" 비상경영
- SBS, 조직개편 단행 "정책실 확대신설"
- SBS A&T 임원, '노조 활동 시 불이익' 발언 논란으로 피소
- SBS A&T 임원, '비전캠프'서 "노조 피케팅 참여자 인사불이익"
- 윤석열 정부, SBS 숙원 '대기업 소유제한' 푼다
- SBS 내부서 터져나온 분통 "태영 사태로 빚보증까지"
- SBS도 부글부글 "방심위·선방위, '사필귀정' 기억하라"
- 이제부터 김건희 여사님 특별법? "방송도 입틀막"
-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 안 붙였다고 선거방송 심의 도마위에
- 산은, SBS 담보로 태영건설에 4000억 지원
- 태영 워크아웃 개시에 "SBS 공정성·독립성은 절대 지켜져야"
- SBS 담보 가능성 없다던 태영 "필요하면 전부 내놓을 것"
- 태영 'SBS 지키기'에 "대주주 책임은 어디에"
-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냉기류'에 "SBS 지분 매각 검토"
- 태영건설 지주사 "워크아웃, SBS에 영향 없도록 할 것 "
- 태영건설 위기설에 악재 겹친 SBS, 소유·경영 분리 또 시험대에
- 심상치 않은 SBS…윤세영 복귀, 미디어넷 담보 대출
- SBS경영진 지각변동…방문신 신임 사장, 박정훈은 TY홀딩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