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9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를 콕집어 ‘회칼 테러’를 언급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이 이제 언론인의 목숨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규탄했다. 

언론장악공동저지행동은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수석 해임 및 윤석열 대통령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언론장악공동저지행동은 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0여 개 언론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연대체다.

언론장악공동저지행동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수석 파면 및 윤석열 대통령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장악공동저지행동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수석 파면 및 윤석열 대통령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날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이 이제 언론인의 목숨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예산을 무기로 비판언론을 억압하고, 표적 심의로 비판언론을 탄압하더니 이제는 비판 보도를 하는 언론인을 향해 테러를 운운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는 언론사와 기자들은 목숨을 걸라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신 처장은 “황 수석의 발언은 시민과 국민을 향한 협박”이라며 “시민사회수석의 역할이 시민사회와의 소통인데, 자질도 자격도 없는 자다. 이런 부적격 인사를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를 당장 파면하라”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책임자를 해외로 빼돌리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을 언론이 보도하면 협박당하고 테러 공포에 떨어야 하는 나라가 됐다”며 “윤 대통령 대통령실은 조폭집단이냐, 입으로 자유를 수도 없이 외치는 윤 대통령, 당신의 핵심 참모가 언론인을 회칼로 어찌하겠다는 망발을 일삼아도 그냥 놔두는 것이 당신의 자유냐”고 따져 물었다.

MBC '뉴스데스크' 3월 14일 보도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 3월 14일 보도화면 갈무리

윤 위원장은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가 한국을 ‘독재화로 전환 중인 국가’라고 진단한 것을 거론하며 “황상무 입에서 튀어나온 끔찍한 협박은 독재화 명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황상무를 당장 해임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이 참담한 사태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일을 그냥 넘어가면 언론인과 양심적인 시민들은 과거 독재에 맞섰던 것처럼 불같이 또 일어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호찬 MBC 본부장은 “MBC 기자들이 이러한 협박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할 때마다 극우 세력의 좌표가 찍혀 온갖 협박에 시달려 왔다.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의 보도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냐고 물은 기자는 실제 살해 협박을 받아 한동안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야 했고,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했던 기자는 무참한 사이버 공격을 당하고, 해외에 있는 가족들의 신상까지 털리면서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언론인 출신인 황 수석은 이 같은 협박이 어떤 트라우마로 남을지 모를 리 없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발언은 황 수석의 개인 입장이 아닌 윤 정권의 공영방송에 대한 입장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황 수석의 발언이 윤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면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15일 열린 '황상무 수석 파면 및 윤석열 대통령 사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15일 열린 '황상무 수석 파면 및 윤석열 대통령 사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상현 언론논조 KBS본부 지역부본부장은 “명품백을 파우치라고 얘기하는 게 부끄럽고,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불방되는 상황이 부끄럽고 대놓고 언론에게 테러 협박을 하는 황상무를 선배로 두어서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박 부본부장은 “황 수석은 2017년 마지막까지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지키며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 보도에 앞장섰던 사람”이라면서 “2022년 돌연 회사를 떠나면서 ‘극단적인 정치 상황이 우리 사회를 킬링필드로 만들 것’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과연 지금 언론판을 킬링필드로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 언론인에게 테러 협박을 하는 황상무 본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날 MBC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 육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군벌 비판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을 회칼로 찌른 사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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