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 선거제도와 관련해 병립형 회귀가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택했다. 이 대표가 거대양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병립형을 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위성정당의 폐해를 막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이 대표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민주당이 '통합 비례정당' 구성 과정에서 소수정당에 얼마만큼 양보를 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일부 언론은 병립형 퇴행과 위성정당 창당만을 주장한 국민의힘 비판을 생략하고 이 대표 비판에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5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민주개혁세력세력의 맏형'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위성정당을 막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병립형은 정당 투표에서 각 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47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준연동형의 연동률은 50%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입맛에 맞는 게리맨더링"이라며 "자기들 몇몇 정략적 이해관계로 5천만이 모두 영향을 받는 선거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가"라고 말했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도록 기형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행태를 말한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퇴행을 주장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것을 고려해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꼼수를 개발한 당이 국민의힘이다. 

6일 이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결정과 관련한 주요 신문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한 정당, 한 사람이 국가 선거제도 결정, 군사정권과 뭐 다른가>

중앙일보 <또 고삐 풀린 위성정당, 선거제 정치권에만 맡길 일인가>

동아일보 <이재명 “준연동형 유지”… 결국 4년 전 ‘떴다방 선거’ 되풀이하나>

서울신문 <결국, 또 위성정당 ‘야합 총선판’ 만든 李>

세계일보 <이리저리 주판알 튕기다 ‘위성정당’ 회귀한 李의 무책임>

국민일보 <끝내 위성정당 창당하겠다는 李 대표의 정치 퇴행>

한국일보 <위성정당 대놓고 예고한 이재명...결국 퇴행인가>

경향신문 <이재명 ‘준연동형 비례’ 결정 옳고, 소수정당 길 넓혀야>

한겨레 <‘준연동형’ 결정 이재명, 소수 정당에 양보해 취지 살려야>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국민의힘의 정치개혁 거부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도 없이 이 대표 비판에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가 병립형 퇴행을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합의하지 않고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군사독재와 본질적으로 다른 게 뭔가"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준연동형 운운하는 말들은 국민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난수표 같은 제도를 국민 앞에 들이밀며 '제대로 알 필요가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이 낸 후보인데 민주당 소속은 아니다. 대국민 공개 사기극"이라며 "이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함세웅·이부영 등 야권 원로와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군소정당이 한목소리로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들이 의석 몇 개라도 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시민의 표심을 왜곡해 거대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킨 병립형 비례제의 폐단을 말하지 않았다. 해당 사설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은 "여야는 모두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을 반성하고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한 줄뿐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신문은 이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결정이 병립형 퇴행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던 이 대표가 총선 득실을 놓고 우왕좌왕 계산을 거듭하던 끝에 내린 결정이 결국 더 심각한 야합 위성정당이라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파기하면서도 책임은 엉뚱하게 여당으로 돌리는 후안무치함까지 보였다"며 "164석 거대 의석의 제1야당이 위성정당 방지에 진심으로 노력하려 했다면 얼마든 관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라고 했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합의하지 않으면 '군사독재'(조선일보)라고 하고, 제1야당 단독으로 위성정당 금지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후안무치'(서울신문)라고 하는 모양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국민의힘의 퇴행적 행보를 비판하면서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중앙일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준연동형 비례제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며 "군소 정당을 아우르는 연합정치가 거론되지만, 정책·비전 없는 '헤쳐모여'는 꼼수이자 야합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병립형 회귀만을 고수해 온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에 먼저 뛰어든 것도 국민의힘 쪽이었다며 "선거제가 누더기로 전락한 데 대한 야당 비난에만 골몰했지 선거제 개선에 진지하게 임했는지는 모두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표는 '여당이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하겠나'라며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그런 '남 탓' 아래 범야권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데, 그 과정에 어떤 야합이나 거래가 횡행할지 알 수 없다"며 "국민의힘도 지난달 위성정당 창당 발기인대회까지 마친 상태다. 그간 병립형 회귀를 고수하면서도 현행 유지에 대비해 한발 앞서 위성정당 창당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득실을 따진 결론이 여당 움직임을 걸어 위성정당 추진 정당화라니 퇴행적 선택이 아닐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준연동형 유지를 가정해 위성정당을 준비하는 걸 언덕으로 삼는 건 지난 4년간 다수당으로 입법 폭주를 해왔고, 사실상 선거제 결정권을 가진 거대 야당 대표가 갖다 붙일 핑계가 되는가"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남이 정치를 이상하게 한다고 나도 그러겠다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번에 민주당이 드는 게 똑같이 소수정당을 위협하는 칼이지 왜 방패란 말인가"라며 "이러고도 민주당이 입만 열면 정치 혁신 운운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4당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선거제 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위성정당 창당과 더불어민주당 병립형 회귀를 반대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4당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선거제 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위성정당 창당과 더불어민주당 병립형 회귀를 반대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거대 정당의 기득권 강화나 정치적 퇴행보다 다당제 정치연합의 길을 가겠다는 이 대표 결단은 옳은 방향"이라면서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이 만들려는 '국민의미래'와 통합형 비례정당이 또다시 위성정당 대치로 치달을 때도 민주당은 병립형의 기득권을 던지고 다당제를 강화하겠다는 이날 준연동형제 발표 방향·취지를 끝까지 살려나가야 한다"며 "그러려면 당대표 주도의 공천이나 순번 배정을 민주당이 양보하면서 연동형제 도입 취지를 살리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동훈 위원장의 '게리맨더링'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이 선거제에 대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번 준연동형 유지 결정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은 또다른 시험대를 마주하게 됐다. ‘통합 비례정당’이 야권의 총선 승리를 담보하는 큰 그릇이 될지, 또다른 형태의 위성정당에 그칠지는 앞으로 민주당이 하기에 달렸다"며 "제한적이라도 준연동형 취지에 맞추려면 소수 정당에 대한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 민주당 의석 확보에 연연해 선거연합 대의를 훼손하고 선거 막판까지 여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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