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KBS는 재건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24시간 국제방송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KBS 재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KBS2 민영화, KTV·KBS월드·아리랑TV 통합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첫 언론인터뷰를 서울대총동창신문(10월호)과 진행됐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동창신문 논설위원으로 봉사한 특별한 인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울대총동창신문 10월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인터뷰 갈무리 
서울대총동창신문 10월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인터뷰 갈무리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KBS는 재건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공영방송의 국제방송화를 거론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KBS가 공영방송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나? 저는 그 의문점에서 출발하려고 한다"며 "KBS2 채널의 경우 왜 공영방송이 민영방송과 똑같이 예능 프로와 드라마로 경쟁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보도, 시사, 다큐멘터리 등의 분야에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일본 NHK가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NHK 뉴스 프로그램은 재미는 없지만, 보도준칙에 맞춰 확인 안 된 것은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 얼마 전 수신료 병합 징수를 중단한 것도 KBS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방대한 작업을 임기 내에 다 마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전 세계에 750만 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고, K컬처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우리가 세계로 송출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방송채널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 "아리랑TV나 현재 KBS월드 수준으로는 안 된다. 국민적 신뢰를 얻는 뉴스를 하는 공영방송, 24시간 영어 방송으로 우리의 콘텐츠를 세계 전파하는 국제방송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첫 일성으로 "이제 대한민국에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국제방송 같은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BBC·NHK가 아닌 'BBC 인터내셔널' 'NHK 국제방송'을 거론한 것에 대해 "국내적 쟁점에 역량을 투입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고 해외 뉴스 해설에 신경쓰라는 맥락"이라는 해석이 있다. NHK의 수신료는 KBS의 5배에 달한다. (관련기사▶왜 BBC·NHK가 아니라 BBC '인터내셔널'이나 NHK '국제방송'일까)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2023~2027 KTV 발전방안연구'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에 'KTV-KBS월드-아리랑TV 통합 구상'이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게 연구자의 생각인가, 원장의 생각인가, 아니면 다른 분의 생각인가"라며 "이 보고서가 상상으로 나온 게 아니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오면서, KBS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용산의 구상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18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영방송 민영화와 민영방송 규제완화를 거론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체계 청사진'에 대해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없다"며 "자유로운 정보소통을 위해서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말하자면 민영화, 표현은 좋다고 보지 않지만 정보시장의 유통도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 정권에서도 그랬지만 임기 전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는 질문에 "우리는 적어도 법적 절차를 지켜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방통위원 5인 체제의 방통위가 2인 위원만으로 권익위 조사, 감사원 감사, 방통위 검사·감독, 1심 재판 등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금의 KBS 상황을 악화시킨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KBS가 2007년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공공기관 평가대상에서 빠졌다"며 "그전에는 경영평가에 따라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임기를 방패로 건드리지 말라는 것은 금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공영방송의 공공기관 지정은 이른바 '국영방송화' 논란과 뗄 수 없다. 2014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155명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 KBS와 EBS를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려고 시도했다. 정부가 공영방송 경영진·예산·프로그램에 통제·개입하는 길을 열어주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7월 12일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위원장은 임명 과정에서 언론장악, 아들 학폭 무마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격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쉽지 않은 청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미리 예상했을 텐데 방통위원장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학폭 문제나 언론 장악 의혹에 대한 오해를 풀 자신이 있었다"며 "대통령께서도 이해하시고 격려해주셨다. 인사권자의 임명 의지가 강해서 제가 못 하겠다 안 하겠다 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꽃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중략)선거에 이겨서 의회의 구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미디어 생태계의 지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겠다는 위기의식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면서 "힘들겠지만 나중에라도 ‘이동관이 언론 지형을 공정하게 바로잡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어떤 자리보다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총동창신문 10월호에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서울대의 책임을 강조한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의 칼럼이 실렸다. 김 실장은 서울대총동창신문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김 실장은 칼럼 <언론의 위기와 서울대의 책임>에서 "어떤 정권이든 언론을 내 편으로 만들려 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가짜 뉴스’라는 이름으로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기반을 위협하고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보도를 위축시키는 게 온당한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김 실장은 "6년간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일궈온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에 네이버가 지원을 끊고 콘텐츠 제공을 중단키로 한 것에 서울대 구성원과 동문들이 관심을 쏟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