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지금 이 시점에 여의도 최대 관심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양당 지지층의 상당수도 마찬가지 심정일 거다.

이재명 대표는 체포동의안을 앞두고 여론 단속에 나선 분위기다. ‘더민초’라는 초선의원 모임과 만남을 가졌고 이른바 ‘비명계’ 의원들과도 이런 저런 구실을 들어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보는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둔 다른 정치인들도 똑같이 하는 ‘모범답안’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이런 행보를 해나가야 할 입장과 처지와 지위가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 처리 국면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지지층이 결집해 지지율은 다시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국면에 진입한 이유를 되짚어 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탄생한 순간 일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를 대표로 만든 당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가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무슨 수가 있겠거니…’ 하는 믿음 덕분이었을 거다. 즉, 강점이 약점을 상쇄하리라 본 거다. 본인이 받는 혐의에 대한 리스크가 있더라도 특유의 ‘이재명 정치’로 정권을 잃은 당이 처한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커졌고 ‘이재명 정치’는 온데간데없다. ‘이재명 정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 순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꼽는 순간은 ‘계곡 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현장의 갈등을 조율하고 설득하면서 해야 할 바를 관철해내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에 진입한 이후 사람들이 기대했던 이런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이재명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사람들이 받는 인상은 ‘자기 살 길 찾는 데만 열심이다’란 거다. 이러면 강점이 약점을 상쇄하는 게 아니라 약점만 부각되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치’의 강점을 극대화 하는 방안은 뭘까? 이런 때일수록 민생-현장 행보를 계속하는 거다. 의무방어전처럼 진행하는 ‘전국 민생 투어’ 같은 방식이 아니라, 그야말로 민생현안의 최전선에 나서서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거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 “제출된 체포동의안 내용을 숙지하시고 양심에 따라 표결하시기 바랍니다”로 충분하다. 사실과 논리로 반박할 게 아니라면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혹시라도 가결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으로는 오히려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정치는 현실이니 실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실리적으로 따져도 그렇다. 어차피 대다수 현역 의원들은 공천 걱정 때문에라도 부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하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제명을 해야 한다고 난리인데, 당원 직선으로 뽑힌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 투표한 국회의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겠는가? 정말 만에 하나 가결되더라도 의연하게 순리대로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검찰 수사는 다음 소재를 놓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시장과 도지사를 지내면서 민간업자들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정치자금으로 공유해 대선에 도전하려 했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맞서는 것에 당력의 대부분을 할애한 채로 다음 총선까지 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상태를 총선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명분과 실리 양쪽 모두에서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라. 벌써 몇 년째 검찰과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어보이는 세력을 지지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미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검사 출신 대통령’을 선택해 5년 만에 정권을 상실케 하는 패배를 안기고 지방선거에서도 집권 세력을 밀어주는 결과로 ‘신호’를 줬다. 변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기다릴 뿐이다.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재명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직을 내려놓는 것인데,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 외의 대안이 없다면 적어도 검찰 수사와 기소, 이어지는 재판 등으로 점철될 뉴스의 홍수 속에서 ‘이재명 정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신기묘산을 내놓아야 한다. 그럴 수 있는가?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로 보면 총선은 아직 멀었지만, 선거 준비의 시계는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묘안은 지금 손안에 있어야 한다. 나중에 강구하겠다는 건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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