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 권태선)가 박성제 MBC 사장 해임 결의를 논의하자는 안건 상정 요청을 다수 이사들 의견에 따라 폐기했다.
20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는 국민의힘 추천으로 알려진 김도인 이사가 안건 상정을 요청한 '박성제 사장 해임 결의의 건 논의건'이 심의 안건으로 올랐다. 총 9명의 방문진 이사 중 권태선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 5명(강중묵, 김기중, 김석환, 박선아, 윤능호)이 박 사장 해임 결의안을 논의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다. 김도인·지성우 이사는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임정환 이사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방문진은 '논의 종결' 결정을 내렸다.

김도인 이사는 ▲불공정 편파 방송 ▲나눠먹기식 인사 ▲부당노동행위 방치 등을 박 사장 해임결의안 제출 사유로 들었다. 김도인 이사는 "공영방송 MBC가 사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에 박성제 사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MBC는 '국민 갈라치기'를 했고, 기업 경영에서도 망조가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이사는 "보도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생각은 시청률에서 간접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핵심시간대 가구당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고 KBS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성우 이사는 "인사개입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파업 불참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고 했다.
하지만 김석환 이사는 "'사망 일보직전'이라는 표현은 경영 파산상태나 그 직전에, 언론사의 콘텐츠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징후가 나타났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며 "MBC가 그렇다고 얘기할 수 없다. MBC는 경영적으로 개선되어가는 것이 보이고, 시청률이나 유튜브 조회수도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레거시미디어의 셋톱박스 시청률뿐만 아니라 시청점유율도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석환 이사는 "MBC가 시장에서 불신받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신뢰할 수 없는 매체라고 하는 조사가 있고, 신뢰한다고 하는 조사가 있다"면서 "사장으로 인해 사망 일보직전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지표로 볼 때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중 이사는 "사장의 잔여 임기를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해임 결의안을 논의하는 것이)의미가 별로 없다. 법원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며 "재임 중 비위, 법률위반, 경영능력 상실 등 어느 것이든 사장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행위여야 해임이 가능한데, 해임사유가 너무 추상적이라 법률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중묵 이사는 "현 사장이 다 잘한다는 것은 아니고, 경청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해임해야 한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임기 도중에 그만두라고 하려면 보편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여론조사를 종합할 때 올해 들어 MBC 신뢰도와 영향력이 우상향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강중묵 이사는 "경영도 3년째에 흑자로 개선해 흐름상 사장을 해임할 정도로 나쁜 상황이 아니다"라며 "박성제 집행부가 정책을 잘 마무리하고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박선아 이사는 "김도인 이사의 제안서를 여러 번 읽었지만 이사회가 해임 결의를 논의할 수 있는 성숙한 내용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경영권을 강탈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필요한데 그런 내용은 담겨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선아 이사는 "'국민 갈라치기'를 초래했다는 사유는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해임사유로 내용적인 것은 없다"며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인사로 회사의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사유도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전무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권태선 이사장은 '논의 종결' 결정 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 이사장은 "김도인 이사가 공영방송 MBC가 어떤 한계에 다다랐다는 애정으로 해임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해임안이 이사회에 상정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지난 세월 여러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 그 불행한 역사를 극복해야 할 책임이 방문진에 있다"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공영방송의 아픈 역사가 무엇 때문에 이뤄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방문진과 MBC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사회도 귀중한 공적자산인 MBC가 역할을 다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추천 관행에 따라 구성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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