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왔다. 휴가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에 복귀 일성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언론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자세를 낮추고 국민의 말을 경청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면서도 인적 쇄신은 없다는 취지일 거라는 게 언론 보도의 내용이다.

다만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조치는 있을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설익은 정책이 논란이 된 데다 외고 폐지까지 문제가 되면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마저 자진사퇴 내지는 경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은 또 쌓인다. 이미 두 차례 누군가가 낙마한 자리에 누가 또 앉으려 하겠는가?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보건복지부 장관도 공석이다.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게 정책에 대한 찬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이런 대목에서 드러난다. 애초에 대통령의 인사 기준에 의문을 품는 국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거다. 윤석열 정권은 전 정권을 전문성이 결여된 운동권 인사들에 요직을 차지하게 해 국민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뒷전이고 자기들끼리 나눠먹기에 바쁜 나라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비판해왔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는데, 취임 석 달 만의 최저치 지지율 경신은 그게 남 얘기만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무슨 전문성이 있어서 발탁되었는가. 또 영부인 주변의 법사 일당은 무엇이며 황 사장이니 우 사장이니 하는 사람들의 자제들은 왜 대통령실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는 것인가. 이 사람들이 ‘운동권’ 출신이 아닐 뿐 자기들이 욕한 그대로를 실천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 이후 메시지는 이 대목을 겨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치초보의 시행착오에 불과했고 이제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기준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이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갈등 유발적인 편가르기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에 대한 비상한 대응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통합의 비전이어야 한다.

물론 이미 그 반대편으로 상당한 거리를 굴러왔다는 건 부담이다. 예를 들어 여러 논란에도 결국 강행한 행안부 경찰국을 책임질 인사는 과거 ‘프락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건 단순한 도덕성 논란에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경찰국 설치의 목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락치’ 출신으로 의심받는 공안전문가를 책임자로 앉히는 인사가 과연 ‘경찰 장악’이 아닌 장관의 인사제청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직이라는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겠는가?

여당의 내홍은 또 어떤가? 이준석 대표의 저항은 본격화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그러한 저항을 주변화하고 비대위를 통해 지도부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비대위 활동 기간을 놓고 벌써부터 힘겨루기 양상이다. 비대위가 언제까지 활동하느냐에 따라 9~10월 전당대회냐, 내년 1월 전당대회냐의 시점이 갈리고 여기에 국회 내외와 내각에 걸쳐 있는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의 반발이라는 변수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부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정화는 당분간도 어려운 것이다.

여당이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갈등의 한가운데에 서는 국정운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고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분위기는 ‘어대명’을 넘어 ‘확대명’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이냐 아니냐 외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어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탄생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검경수사에 전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여당이 얻었던 효과를 발휘할 거라는 기대의 근거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검경수사에 대한 이재명 의원의 대응은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빠른 결론을 요구해야 할 때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전당대회 개입설 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 및 지지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도층에서 볼 때는 ‘떳떳하지 않다’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고 이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양당 정치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서로에 대한 반대전선만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악순환을 먼저 끊는 쪽이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바닥까지 내려온 지금이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잡은 것일 수도 있는 거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지나가면 소용없다. 취임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초반이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크지 않다는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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