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 집무실 앞 노동시민단체 시위 대응’ 보고서에서 언급된 단체들이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해당 문건 담당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은 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진영의 역할과 그간의 역사를 부정한 보고서"라며 "'불통과 편 가르기'가 국정 운영의 기본인 윤 정부의 행보를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이라는 제목의 대통령실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산하 시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대통령실 앞에서 벌어진 시위를 ‘시민단체가 주도한 시위’, ‘노동조합이 주도한 시위’ 등으로 구분했다. 해당 보고서는 참여연대, 경실련,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을 ‘권력비판 시민단체’로 규정하며 이들 단체가 정무적 판단에 능하고 이슈 메이킹과 여론화 작업에 전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시위는 군사적 행동으로 묘사됐다. 해당 보고서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을 ‘권리요구 노동조합’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최대 10만 명 예상 효과적인 설계 및 군사훈련 진행 중’이라며 ‘일사분란하게 주차하고 대오에 맞춰 1시간 이내 집결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들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이 결합하면 광우병, 탄핵촛불 등 대규모 동원과 기습시위가 가능하다며 연결을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MBC는 “보고서의 문제점은 노동조합을 군사훈련 하듯 시위하고 군부대처럼 동원되는 단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노조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화물연대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강경 기조로 이어진 게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은 MBC에 “시민사회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전달받아 정리했지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파기했고,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해당 문서를 제작한 이유는 이 정부의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군사훈련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렇게 국민을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넣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경찰국 설치 논란’, ‘학제개편안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전 국민과 싸우는 정부가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민주노총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나라 발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군대 훈련으로 인식한다면 정부는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이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끝을 모르고 하락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있는 자들의 처벌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연결 차단을 운운하는 대목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노동자와 시민의 자발적인 연대를 정부가 무슨 수로 차단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불법 사찰 공작 행위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낸 탄핵 촛불과 광우병 촛불이 오랫동안 타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때문이었다”며 “이들이 동원됐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윤 대통령은 선거때부터 지금까지 시민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일체 보이지 않고 불신과 적대적인 인식만 보여왔다”며 “대규모 시위를 걱정하기에 앞서 비판과 지적에 귀를 닫지 말고, 노동시민사회의 절박한 요구를 듣고 진심어린 소통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사람인데 건물만 옮기면 무엇하나”라며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는데,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지금 대통령실이 할 일은 이런 보고서를 작성할 게 아니라 민생, 경제 위기 등을 어떻게 극복할지 시민사회와 노동사회 쪽에 협력을 요청할 때”라면서 “그런데 엉뚱하게 대규모 집회를 걱정하고 앉아 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제대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활동하면 대규모 시위는 없다. 독단과 오만이 판칠 때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윤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면 ‘문건 파동’을 일으킨 비서실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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