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방송사의 사회적 책무로서 ESG 경영의 의미와 과제' 세미나가 28일 개최됐다.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의 ESG 성과를 방송평가에 반영하는 안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6번 과제는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 및 국민의 신뢰회복'이다. 정부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 강화를 위해 경영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ESG 성과를 방송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는 방통위다.
이날 세미나에서 자율·타율 규제를 혼합해 방송사의 ESG 경영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상파방송 관계자는 방송법 등에 따라 정기적으로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이행정도를 평가받고 있다며 자발적인 ESG 경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방송사 ESG 경영, 자율인가 타율인가
세미나 발제를 맡은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방송사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향식 제도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은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규제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 이상의 활동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문위원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규제기관에 의한 경직된 법규제보다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관이 모여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ESG 가이드라인이나 평가기준 등을 글로벌 표준에 맞게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또 김 전문위원은 방송사를 ESG 경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SG 경영 성과가 좋은 방송사에 재허가·승인 심사 완화,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 완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자인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방송사에 대한 ESG 평가지표가 추가적인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ESG는 우리 방송법제에서 모호하게 논의되고 있는 공익·공공성을 일정부분 구체화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사업자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미리 확인·준비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준규제 내지는 사업자들에게 숙제를 부과하는 개념으로 남발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지속가능한 경영은 기업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지고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이지 사회적 합의나 정부 사이드에서 과도하게 제도화하고 드라이브를 걸어 끌고 갈 부분이 아니다"라며 "방송사업자라면 반드시 준용해야 하는 부분과 기업이 개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자율적 부분을 구분해서 봐야하고 전자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형진 한양대 교수는 공적규제가 도입돼야 ESG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자율·공적규제의 혼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지만 달리 생각한다"면서 "자율규제는 방송사가 직면한 현실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공적규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방송사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방송사 경영진의 ESG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방송사는 '생존도 바빠 죽겠는데 정부나 시민단체가 해야할 일을 왜 우리한테 미루느냐', '우리는 법적으로 공적책임을 다하고 있는데 더 하라고 하는 건 무리다'라는 ESG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평가·승인·허가 제도에서 ESG 항목을 부과하거나 배점을 올리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인센티브와 관련해 우 교수는 세금감면, 금융지원, 방송면허 갱신기간 연장, 부관사항 면제 등의 제도적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ESG 지표, 기존 제도에서 확인해야"
최상훈 한국방송협회 정책협력부장은 방송산업에서 ESG 경영의 내용이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은 "공공영역에서 ESG 경영에 해당되는 많은 내용들이 법제화되어 있다"며 "대표적 공공영역인 지상파의 경우 3~5년마다 재허가와 방송평가를 받는데, 평가 항목을 보면 이미 ESG에 해당되는 부분이 정기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의 공적책임 준수 ▲방송발전 기여 ▲공익프로그램 편성 ▲시청자권익보호 활동 ▲지역·사회·문화적 기여 ▲장애인방송 등 미디어접근권 보장 ▲재난방송 ▲어린이프로그램 편성 ▲장애인·여성 고용 ▲공정거래 확립 등의 평가 항목을 거론했다. 또 최 부장은 "내용면에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에 ESG 핵심규정이 거의 다 들어있다"고 했다
최 부장은 "방송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공적책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들은 이미 촘촘한 법적규제를 받고 있어 자발적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데 주저함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미디어환경 급변에 따른 경영상 압박도 ESG에 나서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최 부장은 대안으로 기존 방송사 재허가 평가항목을 재분류·발굴하는 방식으로 방송사 ESG 관련 지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 부장은 방송사 ESG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로 재허가 기간 연장이나 가점 부과, 특정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ESG 경영은 추가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른 비용을 초과하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보장된다면 사업자도 그 길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경진 CJ ENM ESG 담당은 방송사 ESG 경영의 범위부터 현실에 맞게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담당은 "(방송산업은) '사회적 영향'(ESG 중 'S')에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예를 들어 환경문제는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이나 국가 상황 등이 더 중요해보인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나 환경법 등을 기업이 준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담당은 방송사 ESG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점수를 책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최 담당은 "ESG는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온도가 달라진다"면서 "예를 들어 지상파의 사업·소유구조가 민간기업과 같을 수 없다. 공통의 가치를 위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점수를 매겨 인센티브를 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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