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비판이 보수언론에서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 4년 동안 수사기관의 장이었고,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로 수사선상에 오른 윤 후보가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조선일보·서울신문 등은 분노를 표출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부각하거나 윤 후보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라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11일 동아일보는 사설 <"적폐수사" 尹 후보가 꺼내들기엔 스스로 쑥스럽지 않나>에서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2년 2개월, 검찰총장으로 1년 8개월간 주요 수사를 지휘했다"며 "수사해야 할 적폐가 있다면 상당 부분은 윤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더구나 그가 지휘한 적폐청산 수사의 방식 등에 무리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윤 후보가 먼저 나서서 '적폐청산' 운운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월 9일 <적폐청산 묻자 “당연히 해야, 대장동 사건도 재수사”> 갈무리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며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오히려 윤 후보는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고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 해명에 대해 "과거 검찰의 행태를 고려할 때 윤 후보가 집권하면, 굳이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암묵적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런저런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에게 본인 관련 의혹부터 털어내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 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 배우자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장모 통장잔액 위조 1심 실형 선고 등을 나열하며 "윤 후보는 자신의 주변부터 둘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인터뷰에서 윤 후보에게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고 물은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비판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구체적 혐의도 적시하지 않고 '범죄'라고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며 "혹여 집권하면 은밀한 방식으로 수사에 관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후보가 거두절미하고 '민주당 정권이 많은 범죄를 저질렀으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정상적인 수사·재판까지 '정치 보복'으로 덧씌워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윤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작됐지만, 제1야당 대선후보를 윽박지르며 사과를 요구한 대통령의 행태도 '선거 개입'이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동아일보 2월 11일 사설 <“적폐수사” 尹 후보가 꺼내들기엔 스스로 쑥스럽지 않나>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자칫 현직 대통령의 대선 개입으로 비쳐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는 사안이지만, 윤 후보의 전날 발언이 선을 넘고 부적절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요구가 명분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윤 후보가 혐의를 기정사실화하고 적폐수사를 예단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윤 후보나 국민의힘은 원칙론을 얘기하며 전날 발언을 주워 담는 모습이지만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증오의 정치를 활용할 소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아울러 윤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오만한 검찰주의자의 습성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현 정권에서 좌천을 당한 측근 검사장을 중용하겠다는 말까지 한 것은 객관적으로 정치보복을 예고한 것"이라며 "그래놓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런 발언에 대응을 하지 않을 현직 대통령이 어디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면서 윤 후보에게 "대선판을 어지럽힌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이가 마치 정권 차원의 불법·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대통령이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윤 후보 사과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해명과 사과의 대상에는 당선도 되기 전에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중앙지검장에 앉히겠다고 한 것도 포함돼야 한다"며 "검찰 중립성 훼손을 넘어 검찰 장악 의도를 드러낸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월 11일 기사 <대선 뛰어든 文대통령, 野후보 공격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

반면 서울신문은 윤 후보의 발언이 '원론적 수준'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썼다. 서울신문은 "전 정권도 부정과 비리가 있다면 수사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다만 발언의 파장과 시점을 고려할 때 경솔한 측면은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신문은 윤 후보 비판에 나선 여권과 문 대통령을 문제 삼았다. 서울신문은 "자신들이 했던 적폐 수사는 옳고 남이 하는 건 정치보복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적폐 수사 논란에 대통령까지 가세한 점, 대단히 안타깝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비판에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 <대선 뛰어든 文대통령, 野후보 공격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에서 "문 대통령이 유감 표명 단계를 넘어 야당 후보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참모들까지 전면에 나서자 당장 선거 개입 지적이 제기됐다"며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문제가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줄곧 해왔고, 실제로 임기 5년 내내 적폐 청산 수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5년 내내 정권 불법 비리 쌓였는데 '적폐 수사'에 화난다는 文>에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정치 보복만 했다. 200명 이상을 구속시켰다"며 "그런데 자신에 대한 적폐 수사에는 불같이 화내며 반발한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 정권은 적폐 그 자체"라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 현 정권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들을 나열했다. 다른 신문들이 이 같은 사안을 '적폐청산'이나 '정치보복'과 관계없는 실정법 위반 혐의에 따른 정상적인 사법절차라고 쓴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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