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되어 시범 사업으로 진행된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를 위한 국회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비대면진료를 인정하되,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 온 대면진료 원칙, 재진 중심 운영, 의원급 중심 운영,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이 명시됐다. 비대면진료가 불가피한 경우 허용할 수 있지만, 절차와 방법 등은 법령으로 정해 민간 플랫폼의 영리 추구 행위로 인한 오·남용과 의료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2의 타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을 규제하려는 기존 제도권의 방어 기제가 또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기존 택시업계와 충돌하며 좌초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면진료와 승차 공유 서비스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타다가 다루는 것은 이동의 편의지만, 의료는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익을 다룬다. 따라서 플랫폼 도입이나 서비스 혁신에 있어 더 높은 안전성과 책임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의료 플랫폼을 단순히 ‘규제와 산업의 갈등’이라는 관점에 가두는 순간,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다.
![비대면 진료 [연합뉴스TV 제공]](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11/315311_226910_3228.jpg)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진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자에게 도움을 줬고, 의료기관도 이를 통해 새로운 진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민간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일부 플랫폼이 과도한 영리화에 치우치며 처방전 편의 제공, 특정 병원·약국 유도, 과잉 진료 우려가 제기되었다. 플랫폼 경쟁이 강화될수록 의료 서비스의 질보다 편의와 속도가 부각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의료 소비자가 얻는 편익이 단기적 편리함에 머무를수록, 장기적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타다의 경우, 소비자가 얻는 이득은 ‘더 저렴한 택시’ 혹은 ‘조금 더 빠른 호출’이었다. 편익의 영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위험도는 낮았다. 반면 의료의 경우 오진이나 약물 부작용 등 서비스 실패가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이 의료인의 판단에 개입하거나, 진료과정이 단순 거래처럼 취급되는 순간 위험은 현실이 된다. 특히 비대면 환경에서 환자 확인, 진단 과정의 오류 가능성은 반드시 관리되어야 한다. 결국 의료 플랫폼은 속도와 효율에 앞서 안전성과 책임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타다와 의료 플랫폼을 절대적으로 구분해야 하는 지점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바로 이 특수성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재진 및 의원급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하였고, 위험 의약품 처방을 제한했다. 플랫폼을 통한 진료 중개에 대해서도 허가 및 준수사항을 명시해 안전장치를 두었다. 이는 의료 플랫폼이 기존 제도 밖에서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을 막고, 환자 보호를 우선하도록 한 조치다. 규제의 목적은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공공성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아직 법 시행 단계까지 갈 길은 있지만,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가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원격의료 [연합뉴스 자료 이미지]](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11/315311_226909_3214.jpg)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 의료 기술의 발전이 저해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의료기관에서 AI 판독, 모바일 건강 관리, 디지털 치료제 등 기술 활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역시 만성질환 관리나 의료 접근 취약계층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오히려 안정적인 제도가 마련될수록 의료인은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플랫폼 역시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서비스 경쟁을 펼칠 수 있다. 기술 발전을 위해 사회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무한정 떠안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뢰 기반의 혁신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타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혁신의 성공 여부가 기술력이 아니라 사회적 설득과 제도화 과정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다. 의료 플랫폼은 특히 우선하여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안전과 책임 없는 혁신은 결코 환자도, 의료계도, 시장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은 그 방향을 제시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과 혁신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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