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제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국회가 '무법지대'가 됐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국회에서 42건의 징계안이 발의·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윤리특위의 공백으로 인해 단 한 건의 징계심사도 개시되지 못했다"며 "그 사이 국회에서는 막말, 의사진행 방해, 사익 추구 등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윤리특위 상설화와 윤리조사국 설치는 국회가 국민 앞에 책임지는 최소한의 개혁"이라며 국회법 개정을 촉구했다.

윤리특위는 국회의 자정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로서 국회의원 징계·겸직·임대업·이해충돌 심사를 수행한다. 경실련은 "윤리특위가 2018년 비상설화된 이후 여야 합의 없이는 가동조차 어려운 구조로 전락했다"며 "지난 7월 29일 윤리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다수 구성으로의 수정을 요구하며 합의를 파기했고, 국민의힘은 결의안이 이미 통과된 만큼 재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제13대 국회부터 제21대 국회까지 총 291건의 징계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윤리특위에서 가결된 것은 총 13건이었고, 실질적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제22대 국회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징계안 42건이 접수됐으나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아 단 한 건의 심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실련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이미 42건이 발의돼 징계안 접수 속도와 규모 모두 역대 국회 중 최상위 수준"이라고 했다.
경실련이 42건의 징계안을 '국회의원 윤리강령'이 규정한 의무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 19건(45.24%)으로 가장 많았고 ▲절차준수 의무 위반 9건(21.43%) ▲책임의무 위반 7건(16.67%) ▲청렴의무 위반 5건(11.90%) ▲성실의무 위반 2건(4.76%) 등이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징계안의 절반가량이 동료 의원에 대한 모욕·인신공격, 막말, 차별·혐오 발언, 성 관련 부적절 행위 등에서 비롯됐다"며 "또한 여야의 진영 대결 심화로 절차준수에 대한 규범도 많이 깨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임대업 및 이해충돌 심사제도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의 겸직 및 임대업 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제19~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59명이 총 92건의 임대업 관련 신고를 했으며 1건을 제외하고 전원 허가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22대 국회에서도 신고된 37건 모두 허가 처리됐다. 이해충돌 심사제도는 도입 4년이 지났으나 검토·회피·신고·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 의견 제출 등 모든 항목 실적이 '0건'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국회 윤리제도의 개혁 과제로 ▲윤리특위를 상임위로 재상설화해 상시 운영할 것 ▲제1교섭단체 위원을 1/2 이하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기타 교섭단체·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의원에게 비례 배분할 것 ▲자문위를 '자문기구'에서 '윤리조사국'으로 격상시켜 조사권과 징계권을 부여할 것 ▲의견 접수 후 1개월 내 윤리특위 의결이 없을 경우 자문위의 징계 의견을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도록 하고, 본회의 역시 48~72시간 이내 반드시 의결하도록 의무화할 것 등을 제시했다.
한성민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거대 양당이 합의로 윤리특위를 비상설화한 것은 명백한 제도적 퇴행"이라며 "윤리특위를 조속히 상설화해야 한다. 현재 원내대표 간 50:50 구성에 합의했음에도 정청래 위원장이 이를 부결시킨 것은 윤리특위가 비상설화돼 명확한 규칙이 부재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짚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윤리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지난 8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만으로 윤리특위 위원을 구성하면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며 "의석수 비율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서 양당의 협상이 교착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윤리특위 상설화와 구성의 원칙을 법제화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윤리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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