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병수 칼럼] 세계 주요국의 우주에 대한 투자 흐름은 분명하다. 기술보다 서비스다. 발사체와 위성 기술은 국가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위상기술’이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는 서비스 생태계에서 창출된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은 단순히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미국은 민간 기반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NASA는 ‘Commercial Crew’ 프로그램에 약 68억 달러, ‘COTS(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에 약 8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투자는 단순한 기술개발 지원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직접 상업적 우주 수송과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도적, 재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 [NASA/Roscomos 제공]](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8/314356_224653_2245.jpg)
최근에는 ‘Commercial LEO Destinations(CLDP)’ 사업을 통해 블루 오리진, 노스럽 그루먼, 나노랙스 등 기업에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배정하여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 이후에도 민간이 주도하는 저궤도 우주 서비스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NASA의 투자 구조는 정부가 기술적 리스크를 완전히 떠안지 않고, 민간이 서비스 모델을 개발, 실증하도록 유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유럽 역시 그 방향은 같다. 2023년 기준 EU의 우주 분야 공공 투자 규모는 126억 유로로 세계 우주투자의 약 11%를 차지한다. 특히 유럽연합은 스타링크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독자 위성통신망 ‘IRIS²’ 프로젝트에만 106억 유로를 배정하며, 우주 기반 인터넷 서비스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Horizon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초 연구개발과 응용 서비스 연구에 수십억 유로를 투입하여 민간 혁신을 뒷받침한다. 민간 투자 규모가 미국에 비해 다소 감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공공이 전면에서 서비스 생태계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방향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술은 필요조건일 뿐이며, 경제적 가치 창출의 무게중심은 서비스 생태계에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가 없으면 발사체와 위성은 단순한 하드웨어에 머물 뿐이다. 반대로 서비스가 구축되면 동일한 기술도 데이터 산업, 물류, 통신, 농업, 재난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파급되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보여주듯 투자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결국 국가의 우주 경쟁력을 결정한다.
![EU 깃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8/314356_224654_233.jpg)
우리도 선진국의 우주정책 방향에서 배워야 한다. 국가적 자존심을 확보하는 기술의 확보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비스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항법 데이터의 개방과 민간 활용 지원, △민관 협력 기반 서비스 투자 구조 설계, △국제 인증 및 표준과의 연결, △서비스 중심 R&D와 실증 지원 등을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기술 강국을 넘어 진정한 서비스 강국, 우주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은 우리가 그동안 축적한 발사체, 위성 개발의 성과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제도와 투자를 통해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데 수 년 이상을 앞서 있다. 우리가 이러한 흐름을 놓치면 기술은 쌓여도 시장은 열리지 않는 ‘공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지금 과감한 전환을 이룬다면, 단순히 기술 보유국을 넘어 세계 서비스 경쟁의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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