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올데이 프로젝트(올데프)를 자세히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블랙핑크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에서 올여름 데뷔한 신인 아이돌 그룹이다. 올데프의 데뷔곡 ‘FAMOUS’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멤버들은 SNS에서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에 관한 famous한 사실은 여성 멤버 세 명, 남성 멤버 두 명의 혼성 그룹이란 점이다. 그리고 신세계 그룹 회장의 손녀 애니가 멤버로 데뷔했다는 사실이다.

케이팝 신에서 혼성 아이돌 그룹은 계보가 희미해진 상태였다. 90년대엔 흔했지만 00년대만 해도 보기 힘들었고 그 후론 2017년 데뷔한 KARD가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올데프는 혼성 그룹이란 사실만으로 주목을 받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혼성 그룹이 소멸에 처한 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팬덤 세일즈 측면에서 플러스가 되지 않는 것을 넘어 마이너스다. 아이돌 그룹 코어 팬덤의 기반이 유사 연애감정이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다. 여성 팬에게도 남성 팬에게도 자신과 성별이 같은 혼성 그룹 멤버는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자 경쟁자다. 아이돌 활동의 가장 원초적인 리스크가 열애설인데, 같은 그룹 내부에서 루머가 돌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혼성 그룹은 기획사들의 선택지에서 봉인돼 왔다.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더블랙레이블 제공]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더블랙레이블 제공]

더블랙레이블이라고 이 단순한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혼성 그룹을 론칭했다는 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다. 혼성 그룹이 드물기 때문에 혼성 그룹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된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일정한 홍보 작업이 따라 준다면 마케팅에서 유리한 발판을 딛고 시작할 수 있다.

더블랙레이블은 작년 하반기에도 걸그룹 미야오를 론칭했다. 보통은 다음번엔 보이그룹이 데뷔할 차례겠지만 크지 않은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잇달아 그룹을 내놓는 건 무리한 감이 있다. 포화 상태인 보이그룹 시장을 뚫기도 힘들고, 보이그룹을 제작할 연습생 등 회사의 준비도 충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경우, 남자 멤버 소수와 여자 멤버 소수를 합쳐서 데뷔시키는 건 효율적인 선택이 된다. 팬덤 세일즈에 특화된 보이그룹이 주는 이득을 포기한다면 말이다.

올데프는 소위 대중성 시장에 특화된 이목구비로 빚어진 그룹이다. 혼성 그룹이란 사실을 바이럴 소재로 활용하고, 이미 각각의 분야에서 얼굴이 노출된 멤버들을 조합한 ‘유명세’(famous)가 모토다. 신세계 그룹 손녀는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어 주는 존재라고 할까. 유복하고 자유로운 셀럽들의 프로젝트 그룹, 이런 헐거움과 유동성의 느낌이 올데프의 이미지 아래에 깔려 있다.

[리뷰] 테디표 혼성그룹 터진 이유 (연합뉴스 유튜브 보도 화면 갈무리)
[리뷰] 테디표 혼성그룹 터진 이유 (연합뉴스 유튜브 보도 화면 갈무리)

현재로서 이 전략은 성공하고 있다. 흔히 대중성의 눈금자로 통하는 음원 차트에서 히트했고, SNS에서도 이들에 관한 쇼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편으론 팬덤 규모를 알려 주는 음반 판매 성적도 예상을 벗어나진 않는다. 이들의 데뷔 앨범 첫 일주일 판매량은 4만 8천 장 정도인데,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판매고로선 미약하지만, 혼성 그룹이란 점을 감안하면 데뷔작으로선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짚고 싶은 건 더블랙레이블의 아이돌 기획 노선이다. 미야오와 올데프를 관통하는 건 멤버들의 부유한 배경이다. 미야오는 ‘금수저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올데프는 아예 재벌그룹의 가족이 데뷔했는데, 다른 멤버 영서 역시 최근 연 학비 1억이 드는 국제학교 출신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일반적인 마케팅의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대형 기획사는 콘텐츠에 자본을 투입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기획사의 이름값이 브랜드 가치를 이룬다. 미야오와 올데프의 영상과 사진에선 그다지 스케일이 느껴지진 않는다. 더블랙레이블은 아이돌 멤버들의 배경이 전시되며 그룹의 이미지가 구성되고 그들을 품고 있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도 재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급화 전략에 숨은 역설 혹은 맹점이라고 할까.

지금껏 평가와 추론을 써 보았지만 신인 그룹의 장래는 사실 가늠하기 힘들다. 올데프의 한계나 비전을 이 이상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대신 이들의 존재가 기여하는 바는 말할 수 있다.

올데이 프로젝트 '위키드' 퍼포먼스 비디오 [더블랙레이블 제공]
올데이 프로젝트 '위키드' 퍼포먼스 비디오 [더블랙레이블 제공]

케이팝 신에서 혼성 그룹이 봉인돼 왔다는 것은 음악과 무대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장면들이 금기시되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케이팝만큼 하나의 성별, 동성으로만 콘텐츠가 채워지는 문화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것은 여러 계열의 인간의 몸과 목소리를 표현하는 데 일정한 제약이 있다는 뜻이다. 성별에 따른 특징을 규격화할 수는 없고 동성 그룹도 다양한 콘셉트를 연출할 수 있지만, 남성과 여성이 혼재하는 모습은 그것과는 또 구분되는 그림인 건 분명하니 말이다.

올데프는 서로 다른 목소리의 톤과 두께, 서로 다른 체구의 몸짓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케이팝 신에 돌려준다. 이 문화에서 유실된 표현의 폭과 소재를 회복하고 풍성함을 더한다. 타잔과 우찬의 페어 파트가 빠지고 영서와 애니, 베일리가 등장할 때, 혹은 그 다섯 명이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다른 그룹들에서 찾을 수 없는 순간이 창조된다. 그런 순간들에 매료되는 사람들에게 올데프에 관한 수치적 전망들은 의미 없는 곁가지 얘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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