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의료 분야의 유명 대기업 A 대표가 약혼자가 있는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JTBC 보도 영상이 삭제됐다. JTBC 제작진은 약혼자인 제보자가 영상 삭제에 항의하자 JTBC 고위 간부의 지인인 A 대표 법률대리인이 A 대표 배우자의 건강을 이유로 영상 삭제를 부탁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JTBC는 미디어스에 고위 간부와 A 대표 법률대리인은 지인 관계가 아니며 아는 사이 정도로, 영상 삭제는 A 대표 배우자의 건강 악화를 우려해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외압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JTBC를 믿고 제보했는데 힘 있는 기업의 입김이 작용해 자신도 모르게 영상이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제보자는 JTBC 영상이 삭제되자 A 대표가 '허위사실이 입증됐다'고 이야기를 해 자신이 바보가 됐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9일 JTBC '사건반장'은 40대 남성 제보자 B 씨의 제보를 기사화해 방송했다. B 씨는 결혼을 약속한 C 씨의 다이어리를 보게 됐다. C 씨 다이어리에 특정 남성의 이름과 함께 '첫 성관계, 3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B 씨의 추궁에 끝에 C 씨는 A 대표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했다고 한다. 그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40대 여성 C 씨는 2023년 3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A 대표는 JTBC 보도에서 C 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A 대표는 C 씨와 아는 사이는 맞고 가끔 식사와 연락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C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결코 가지지 않았고, C 씨가 약혼을 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B 씨의 제보에 대해서는 '거짓이고 그 제보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JTBC 보도 이후 인용보도가 수십 건 이뤄졌다. 

이후 JTBC '사건반장'은 다시보기 서비스, 유튜브 등에서 해당 보도 영상을 삭제했다. B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보도 영상이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JTBC 제작진에 연락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당시 JTBC 제작진은 B 씨와의 통화에서 A 대표 측 변호인이 지인인 자사 부사장에게 연락을 해 'A 대표 배우자가 쇼크를 받아 몸져 누웠다'며 사정, 읍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A 대표 측에게 보도 영상이  삭제된 것을 빌미로 '허위보도였다' 주변에 소문을 내거나 그런 이야기가 JTBC에 접수될 경우, 보도 영상을 바로 복원하겠다는 조건을 전달했다고 했다. 또 제작진은 A 대표 측에 해당 보도의 사실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법적 대응 시 JTBC도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B 씨는 제작진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B 씨는 C 씨와 A 대표가 반성하기를 바랐다며 JTBC 영상 삭제를 계기로 A 대표가 '사실무근이라는 점이 입증됐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JTBC 홈페이지)
(JTBC 홈페이지)

18일 미디어스는 JTBC에 제작진이 B 씨에게 언급했던 고위 간부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보도 영상 삭제 경위가 무엇인지 문의했다. JTBC 관계자는 "사건의 업체가 워낙 큰 업체이다보니 저희 쪽에 그냥 아는 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분을 통해 얘기를 듣게 된 것이고 영상 삭제와 관련한 압력이나 청탁이 들어온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업체 대표의 부인은 피해자인데 보도 이후 부인의 건강이 너무 심각하게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내부 회의를 통해 (영상 삭제를)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JTBC 관계자는 "제보자도 피해자이지만 상대 쪽 피해자 한 명이 더 있는 것이라 제작진 측에서도 한쪽의 입장만을 존중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지 일을 저지른 당사자들을 위해서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쌍방 간 개인사에 관한 얘기인데, 제보자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방송을 하긴 했지만 상대방 쪽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할 때 영상을 내리는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했다. 

JTBC 관계자는 보도 영상 삭제와 관련해 B 씨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JTBC 관계자는 "저희가 제보를 받아 방송 분량을 채웠기 때문에 (B 씨에게)양해를 구해야 되는 게 맞다"며 "개인사에 대한 제보를 받아 방송했는데 또 다른 피해자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대방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에 대해 우려가 되니 삭제를 해야 될 것 같다고 (B 씨에게)설명을 드렸다고 한다"고 했다. 

JTBC는 A 대표가 영상 삭제에 대해 '허위사실이 입증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면 지금이라도 영상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JTBC 관계자는 "제보자께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저희의 일 처리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하고 설명 드리겠다"고 했다. 

B 씨는 사전 상의는 없었고 영상 삭제를 확인해 JTBC에 문의했다는 입장이다. B 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영상이 삭제된 것을 발견한 후 JTBC 제작진에 전화했다. 제작진은 진즉에 상의드렸어야 했다며 사과했다"며 "JTBC가 저도 모르게 영상을 내려놓고 제가 나중에 발견한 것이다. 언론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 보도 내려달라고 하면 조건부로 내려주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B 씨는 "JTBC를 믿고 제보했다. 저는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A 대표가 굴지의 기업 대표인 공적 감시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보를 한 것"이라며 "공적 감시 대상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공론화시켜서 이런 일을 근절하고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바랐다. 법은 너무 멀고 언론은 최후의 보루였다. 힘 없는 서민이 그들에 대응하려면 언론에 제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B 씨는 "A 대표의 회사와 실명이 보도에서 거론된 것도 아니고, A 대표의 배우자까지 신경 쓸 거였으면 애초에 보도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웃긴 게 받아 쓴 언론 보도는 전부 남아있고 (보도 영상을 인용한)사진도 다 남아있다"면서 "'사건반장'이 다루는 아이템은 상당 부분이 가정사, 결혼, 이혼, 불륜 이런 내용이다. 이런 사례들이 언론에 제보·폭로되면 가해자 측이 있기 마련인데 영상 전부 내릴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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