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2025년 5월 1일,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사건의 내용이나 법리를 잘 모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언뜻 보면 "법원이 늦게나마 정의를 바로잡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판결이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사법부와 검찰이 어떻게 '정치적 도구'로 기능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백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백현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았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하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해당 발언은 선거 직전 수차례 반복되었고, 정치적 맥락과 상황상 명백히 해명 차원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것을 "허위사실 공표"라고 규정했고 하급심은 이를 받아들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김건희 씨의 허위학력·경력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설 등 다수의 의혹에 휘말렸지만 검찰은 대부분의 사건을 수사조차 하지 않거나 무혐의로 종결했다. 허위사실이 명백히 존재하거나 언론에 의해 사실로 반박된 발언도 있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무엇이 다른가? 똑같은 선거, 똑같은 공보와 발언, 똑같은 국민을 상대로 했는데 왜 한쪽은 유죄가 되고 한쪽은 수사조차 받지 않는가? 법앞에서는 모든 국민이 평등해야 하는 법이거늘 어느 국민들이 금번의 대법원 판결을 수긍할지 의문이다.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며 지켜 보자.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법의 이중잣대’에 대한 사법부 내부의 최소한의 반성이었다. 그러나 그 반성이 이미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소하고 수년간 재판을 끌어온 것 자체를 면죄하지는 못한다. 사법의 이름으로 정치인을 사법 발목에 묶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는 법조계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검찰과 사법부, 언론, 일부 기득권 정치권이 만들어온 권력 카르텔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라는 헌법 정신을 가벼이 여기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법과 권력을 유리하게 해석해왔다. 검찰은 정권의 방패가 되었고, 사법부는 시대마다 다른 눈높이로 판결을 내렸다. 언론은 사실 검증보다 프레임 씌우기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정의'라는 단어조차 의심받는 나라가 되었다. 청년은 공정에 절망했고, 시민은 정치 혐오에 물들었으며, 권력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특권을 누린다. 그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상태로라면, 대한민국은 라틴아메리카의 포퓰리즘 국가들처럼 법치는 약자를 누르고, 권력자는 법 위에 군림하는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다가올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 재편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공화국의 재정립을 위한 전환점이다. 유권자는 더 이상 언변이나 이미지에 현혹돼선 안 된다. 누가 기득권에 속해 있었고, 누가 그것을 깨려 했는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누가 덜 부패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구조를 바꾸려 하는가’를 봐야 한다. 정치가 아닌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에게 표를 줘야 한다.

또한 선거 이후에도 감시와 견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국민의 권한은 투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치인, 판사, 검사, 언론 모두 국민이 만든 권력이며, 국민이 감시해야 할 대상이다.
오늘의 파기환송 판결은 하나의 경고다. 정의는 아직 살아있지만, 언제든 침묵할 수 있다는 경고다. 우리가 이 경고를 외면한다면 내일은 우리 모두가 피고석에 서게 될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정당이 아니라, 헌법이다. 그리고 그 헌법의 첫 문장은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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