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동훈 전 대표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협상 때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다가 이제 와 거부권을 운운하느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층용 포퓰리즘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한 이번 연금개혁안이 젊은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공감대가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연금개혁의 특성을 고려해 모수개혁을 시작으로 구조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왼쪽부터)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반대 40명·기권 44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을 표방하고 있다. 보험효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노후에 받는 돈)을 40%에서 43%로 인상하는 모수개혁(연금제도에서 숫자만 조정하는 개혁)에 해당한다. 2007년 이후 18년만의 연금개혁이며 보험료율 인상은 27년 만이다. 

이번 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현재 예상되는 2056년보다 8~15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연금 고갈 시기가 한시적으로 늦춰지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보험료율은 매년 0.5%p씩 8년 동안 점진적으로 인상되는 반면 소득대체율은 곧바로 인상돼 연금수령을 앞둔 기성세대가 이득을 보고 연금 수령을 장담할 수 없는 청년세대의 부담은 가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향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조개혁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여권 대선주자들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청년세대에 독박 씌우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대로 확정지어서는 안 된다"며 "바로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다.(중략)거부권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연금 개악법은 거부권 행사 후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청년들의 부담과 불신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속임수에 국민의힘도 언론도 휘둘리고 영합한 결과가 바로 '13%-43%'인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13%-43%'는 땜질하기로 담합한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상목 권한대행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동아일보는 사설 <그동안 뭐 하다 이제 와 연금개혁 거부권 주장하는 韓·安·劉>에서 "여야 협상 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여권 주자들이 18년 만에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개혁안을 아예 원점으로 되돌리자고 뒤늦게 앞다퉈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뭐 하다가 이제 와 거부권 운운하나"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당 대표 시절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부터 확실히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고, 안철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전에 "어렵게 이룬 합의인 만큼 반대표를 던지진 않겠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모수개혁부터 먼저 처리하자는 움직임을 비판한 적 있지만 이번 여야 논의 과정에선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이번 모수개혁만으로는 30대 이하 세대가 연금을 수령할 나이쯤 기금이 소진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국민연금을 다른 연금과 연계해 재설계하는 구조개혁은 이해관계자가 훨씬 많아 모수개혁과 함께 한꺼번에 손보려면 당장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고 논의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에 모수개혁에 실패했다면 하루 885억 원씩 늘어나는 연금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당장 4년 뒤부터 연금 기금 총액 자체가 줄어들 판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제 여야가 구조개혁과 함께 인구 구조 변화 등을 반영해 수급액 상승 폭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 등 청년층의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국회 연금특위에서 하루빨리 찾는 것이 순리"라며 "뒤늦게 모수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에 올라타려는 행태는 무책임한 표심 잡기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5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날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모수개혁부터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5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날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모수개혁부터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국민의힘·민주당·개혁신당 3040 의원 일부와 한동훈 전 대표의 연금개혁 비판을 전하면서 "정치권의 '뒷북 반대' 배경에는 2030세대의 반발이 있다"고 보도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중앙일보에 "젊은 층이 보험료를 더 오래 내야 하니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면서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혜택은 젊은 세대에 더 크게 돌아간다. 국회 연금특위가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첫발을 뗐으니 자동안정장치 등 구조개혁을 시작할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청년 배려 미흡한 연금案, 추가 개혁 바로 착수해야>에서 "이번 연금 개혁안이 젊은 층 부담을 덜어주는 데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는 것만도 27년이나 걸린 성과다.(중략)우선 급한 대로 내는 돈을 하루빨리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소득이 많은 중장년층이 더 많이 돈을 내고 은퇴할 것이고, 그런 만큼 청년세대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이 소중한 결실을 걷어차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는 없다"며 "이번 개혁안을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국민연금 추가 개혁 논의에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자동 조정 장치 도입, 기초·퇴직·개인연금을 포함한 구조 개혁 방안이 핵심"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30·40세대 여야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소영, 국민의힘 김재섭, 개혁신당 이주영, 민주당 전용기, 개혁신당 천하람, 민주당 장철민,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30·40세대 여야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소영, 국민의힘 김재섭, 개혁신당 이주영, 민주당 전용기, 개혁신당 천하람, 민주당 장철민,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청년 불리한 연금 모수조정, 구조개혁으로 해결해야>에서 "하루 885억 원씩 기금 적자가 쌓여 온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일단 정치권이 모수조정부터 이뤄낸 점은 반길 일이지만, 세대별로 혜택과 부담의 격차가 섬세하게 조율되지 못한 것은 뒤늦게라도 인정하고 보완돼야 한다"면서 "한동훈 전 대표 등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연금법 개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다. 18년 만에 정치권이 힘들게 내디딘 국민연금 개혁의 첫발을 수포로 되돌려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야가 공히 모수개혁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만큼 조만간 구성될 국회 국민연금 특위에서 우선적으로 각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공평히 분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숙의에 착수하고, 부족했던 청년층 의견 수렴을 위해 젊은 의원들의 특위 참여를 대거 늘려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개인연금까지 함께 손질해 중층적 연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조화하는 구조개혁 논의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청년세대의 연금 모수개혁 반발, 구조개혁서 보완책 찾길>에서 "이번 모수개혁은 연금개혁의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린 연금제도는 계층·세대의 연대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계·운영해야 한다. 여·야·정은 연금 모수개혁이라는 급한 불을 껐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청년층 불만을 간과하지 말고 구조개혁에서 보완책을 세우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만으로는 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재정 안정성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선 기초·퇴직연금, 정년 연장 문제 등을 포함해 연금 전반의 틀을 새로 짜는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며 "또 연금제도를 모든 세대에 공정하도록 설계해 세대 갈등을 최소화하고, 청년·미래 세대의 노후 보장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