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2년 전 봄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가 유명 인사 1,280명의 서명을 받아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배경은 단순했다. 당시 ChatGPT의 탁월한 능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우려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AI가 개발된다면 인간과 경쟁할 정도의 능력이 있는 지능을 가진 AI 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고 결국 인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명 리스트에는 OpenAI를 공동 설립한 일론 머스크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 및 다수의 유명한 AI 전문가들의 이름이 있었다. 

AI 규제 (PG=연합뉴스)
AI 규제 (PG=연합뉴스)

이들의 주장 중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개별 기업의 AI 연구실들이 통제 불능의 경쟁상태에 갇혀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다. 연구실 개발자들이 AI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어하기 훨씬 더 힘든 강력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배포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다고 봤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효과는 긍정적이고 위험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개발을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개별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했지만, 당시 미디어의 주요 뉴스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람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 중 하나는 2년 사이에 이미 AI의 활용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AI는 하드웨어 제조 및 설계, 헬스케어 및 의료, 패션 및 디자인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디어와 교육, 콘텐츠 제작에서는 그 활용도가 더 높다. 기초적 코딩 업무는 이미 AI가 대신하고 있고 중급 이상의 코딩도 서서히 AI가 대신하고 있으며, 점차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이전으로 돌아가 AI 대신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딥시크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딥시크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런 첫 번째 이유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의 2년 차 벤처기업이 만든 인공지능 딥시크의 출현이다. Open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모델 OpenAI o1와 동일 수준의 성능임에도 ChatGPT 개발비 5.8%로 만든 딥시크 출현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AI의 주요 기술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이 이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꽤 오랜 기간과 투자가 필요하리라 생각했던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충격이 특히 심했다. 여기에 시진핑이 AI 산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선정해 공공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확인되면서 AI 위험성 관련 논란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AI 위험성에 관한 논의보다 'AI 투자'로 정책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안전한 AI를 위한 협력을 논의하는 AI 행동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의 원래 취지는 AI 안전을 위한 조치와 계획들이 얼마나 실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지만 회의 결과는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선언이 주요 발표 내용이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향후 167조원 투자를 통해 프랑스 AI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총 2,000억 유로(약 300조 원) 규모의 민간·공공자본 동원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역시 AI 안전에서 AI 안보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지난 2년 동안 안전한 AI 이용을 위한 제도 구축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중국은 AI 독자 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성공했다. 특히 딥시크가 중국의 작은 벤처기업에서 출현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우려는 서구 주요 국가의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 더 이상 AI 안전에 관한 논의에 머물렀다가는 AI 경쟁에서 낙오되고 결국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AI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결정 과정에는 DeepSeek-R1이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됐다는 사실도 고려되었다. 개발 역량이 어느 정도 있는 국가라면 수조 원 정도의 투자로 ChatGPT나 딥시크 정도의 AI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년 전 [인공지능 개발, 멈출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거대 인공지능 시스템은 새로운 기술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신상품이다. 한번 맛을 보면 이내 그 달콤한 맛에 빠지게 되는 매직 같은 상품이다.”라고, 서술한 다음 “기업들이 더 경쟁적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성이 좋은 신상품 개발을 주저하거나 포기할 이유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딥시크가 이를 증명했다.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술은 어느 경우에도 중단되거나 퇴보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 시스템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딥시크의 출현으로 이제 AI 패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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