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사업가로서 이따금 매체에 등장하던 백종원이 본격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사회적 저명인사가 된 지 10년이 지나간다. 여전히 백종원의 이름은 뜨겁고 묵직하다. 최근엔 <흑백요리사>의 대흥행과 함께, 심사위원으로서 다시금 이름값을 다졌다. 이달 초에는 더본코리아가 주식 시장에 상장되며 주가 동향이 연일 헤드라인에 오른다.
10년 동안 백종원이 거쳐간 고정 출연 방송은 수십 개에 달한다. 어지간한 전문 방송인 못지않은 숫자다. 그가 세상에 노출되는 모습은 사업가보다는 방송인, 요리 애호가, ‘백주부’였다. 그동안 그가 경영하는 더본코리아도 크게 성세를 누렸다. 사람들에겐 방송인 백종원이 사랑받았고, 사업가 백종원은 그 이름 뒤에서 발맞춰 갔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이 2015년 <마리텔>에 출연해 신드롬을 부른 후 이듬해 매출이 450억가량 상승했다. 더본코리아의 수많은 매장은 백종원의 얼굴로 브랜드 가치를 구성했고, 그 얼굴이 전파를 타고 온 나라에 퍼져 나갈 때 따르는 상승효과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백종원의 영향력은 사회적 차원에 걸쳐 있었다. 크게 볼 때, 그는 방송을 통해 두 가지 사회적 화두를 재현했다. 방송 활동 초창기 <마리텔>과 <집밥 백선생>을 통해 집밥 열풍을 이끌었고, 2018년에는 <골목식당>을 통해 자영업자라는 골칫거리들과 씨름했다. 전자가 백종원을 유명인사로 만들며 미디어 파워를 안겨줬다면, 후자는 그의 본업 프랜차이즈 사업에 암묵적인 헤게모니를 선사했다.
내가 <골목식당>을 보면서 느꼈던 역설은 방송이 진행되며 백종원의 조언과 구제받는 식당이 쌓여갈수록 골목 상권의 입지는 좁아진단 것이었다. 방송의 메인 콘텐츠가 골목식당이 얼마나 구제불능인지, 백종원의 말을 빌면 “장사할 준비가 안 된 업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폭로’라서 그랬다. 성공한 식당들의 후일담은 백종원이 건져낸 ‘예외 사례’다. 그 아래에선 “이래서 역시 골목식당은 가고 싶지 않아”가 두터워졌다. 이 반응의 뒷면은 "저래서 프랜차이즈가 차라리 나아"다. 백종원이 호통을 뱉을 때마다 백종원 식당의 상권 진출은 명분을 얻는다. 이 전개가 골목식당을 살리는 ‘솔루션’이란 명목 아래 일어났다.

이 시기는 더본코리아가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논란이 있었고, 백종원은 관련하여 국정 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물론 그 자리는 백종원의 책임을 따져 묻는 자리 같은 것이 아니라, ‘백교수’가 식당 자영업의 현실을 높으신 분들에게 강의하는 현장, 논란에 맞서 자기 사업의 정당성을 구수하고 유창한 말솜씨로 열변하는 미디어 무대의 연장선으로 전유되었다. 이 장면은 미디어 출연이 백종원에게 안겨준 것을 집약하고 있다. 백종원 개인의 이미지가 사업의 상징 자본으로 오버랩되고, 사업에 관한 비판 지점이 있다면 그 이미지로 클리닝되는 순환 구조다.
나아가서, 방송 출연을 통해 양성된 ‘백주부’의 열렬한 팬덤이 그에 관한 각종 논란거리들을 사전에 억제하고 방어하는 마케팅 활동을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거기엔 백종원 프랜차이즈 식당들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낮은 음식 퀄리티 등의 논점 역시 포함된다. 특히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피고 점주들을 갱생시키는 활동으로 백종원에게 특별한 공익적 이미지를 부여했고, 그 이미지가 골목 상권 진출의 첨병이 되는 역설이 일어났다. 이건 올해 있었던 연돈 볼카츠 점주들과의 분쟁에 대해 <흑백요리사> 출연이 백종원에게 안겨준 효과와 동질한 것이다.

백종원은 10년 이상 방송계의 블루칩 역할을 하는 특별한 방송인이다. 한 해에 고정 출연을 몇 개씩 지속하고 있고, 구독자 600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그가 엄연히 수천억 대 매출을 거두는 기업의 오너임을 떠올리면 경이로울 만큼 정력적인 행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테이터”라 불리며 방송 활동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얻는 사례는 흔하다. 하지만, 백종원만큼 두 가지 역할이 바느질 자국이 보이지 않을 만큼 융합돼 있고, 개인의 미디어 출연이 사업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구조를 일상화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두 가지 얼굴 사이 접합 부위를 짚어내는 이야기들은 지난 시간 동안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 글 역시 그 논제에 대해 충분히 구체적인 답안지로 제출되진 못하겠지만, 방송인 백종원 뒤에 있는 사업가 백종원을 토론의 대상으로 꾸준히 불러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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