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MBC <뉴스데스크> 앵커이자 작사가인 김수지 아나운서가 지난 10월 에세이집 <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를 출간했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이 책을 통해 아나운서 준비하던 시절 이야기와 작사가 도전기, 아나운서 생활 등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아무리 준비운동을 많이 해도 인생은 결코 완벽해질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내는 우리 자신을 응원해야 한다’고 어느 노래 가사에 썼던 것처럼, 김수지 아나운서는 그렇게 한 발 뛰어드는 용기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 집필 계기와 출간 과정을 들어보고자 지난 7일 서울 상암 사옥에서 김수지 MBC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김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에세이집 <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 출간하셨는데 첫 책 출간 소회가 어떤가요?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거든요. 3년 동안 계속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썼는데, 일단 제 안에 쌓아뒀던 이야기들을 많이 꺼내놔서 후련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갑자기 공개한 느낌이라 쑥스럽기도 합니다.”
3년이면 무척 긴 시간인데?
“제가 회사생활도 하고 작사도 하잖아요. 두 가지 일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여유가 생길 때만 책 원고를 쓴 거예요. 그래서 양을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MBC <뉴스데스크> 진행하기 전부터 쓰신 거잖아요. <뉴스데스크> 앵커는 MBC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집필 관련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앵커로서 고민했던 부분이 담긴 글도 있어요. <뉴스데스크> 앵커 하면서 뉴스에 더 깊게 관여하다 보니 ‘앵커의 자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내보내는 한 마디가 어떤 영향이 될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요.
‘나는 내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런 내가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는 앵커 역할을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글을 책에 담았지만 더 조심해서 뭔가 감춘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이 책 시작하면서 마음먹었던 게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을 쓰자’였거든요.”
에세이집은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요?
“2021년쯤에 제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봐주시던 분이 출판 제의를 하셨어요. 사실은 그다음 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다른 제안도 많이 오긴 했는데, 제가 그렇게 화제가 되지 않았을 때 이미 발견해 주신 출판사가 있어서 그 출판사와 약속해둔 걸 지켰죠.”
책 낼 생각이 있으셨던 거예요?
“제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오래했거든요. 그때 직접 원고를 쓰는 코너가 있어서 쌓인 글이 있었어요. 조금 오만한 생각이지만 이걸 활용하면 책 한 권 내는 게 어렵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쉽게 ‘할게요’ 했던 거죠.”
해보니 후회되었나요, 아니면 잘했다고 생각했나요?
“왔다갔다하는 것 같아요. ‘수지 씨를 잘 알게 됐어요’라면서 저를 다 아는 것처럼 대하는 분들을 만날 때는 갑자기 숨고 싶죠. 그런데 ‘김수지 아나운서의 글 보고 제가 힘을 냈어요’라고 하는 분들을 만나면 또 ‘그래 잘했어, 내가 바란 게 이거였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롤로그 보니 ‘소녀’ 김수지는 상상력이 풍부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상상을 많이 해요. 근데 어릴 때 상상도 상상이지만, 당장 이루지 못하는 꿈에 대해 되게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제 프롤로그에 담겨 있듯이 저는 해외 학교를 정말 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중고등학교 내내 해외에 가 있는 학생들의 후기를 엄청 봤어요. 그래서 거의 막 그려질 정도였죠. 그런 모습도 상상을 많이 하고, 서울로 대학 가서 서울 생활 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던 것 같아요. 이건 내 미래다라고 하면서요.”
고3 때 인서울 대학을 가고자 했던 이유가 소소하면서도 고등학생에게 딱 맞는 듯한데.
“맞아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고3 수능 앞둔 여름에 방영됐는데 너무 빠져든 거예요. <커피프린스 1호점> 보느라 공부 시간 뺏긴 것도 있지만 저는 그 촬영지가 좋아서 정말 가보고 싶었어요. 드라마가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죠.”
그래서 결국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지는 가봤나요?
“다 가봤죠. 제가 국민대학교 나왔거든요. 촬영지가 학교랑 가까워서 거긴 자주 둘러봤어요. 그리고 드라마에 나온 카페는 아니지만 다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그 드라마에 나온 동네는 다 가본 것 같아요.”

쳅터마다 intro 짧은 글이 있던데 그렇게 구성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라디오 원고를 썼었잖아요. 그걸 모아서 출판사에 드렸었어요. 근데 출판사에서 그 글들이 짧아 한 꼭지로 들어가기에는 부족하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그 원고를 추려 파트 나눈 다음 거기에 하나씩이라도 넣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라디오 원고를 살린 거죠.”
덜어낸 내용 중에 아까운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많아요. 지금 책엔 제가 마음고생을 하던 시절, 그리고 취업 준비하면서 고군분투했던 시절 위주로 담겨 있거든요. 2030 청춘들을 위한 책으로 타켓층을 맞춰서 내다보니까 어떻게 보면 조금 어두운 이야기가 많아요.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경험 그리고 제가 행복했던 순간, 이런 밝고 긍정적인 글들이 거의 빠졌어요. 그런 면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있죠.”
<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란 책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요?
“제목은 출판사에서 정했는데요. 이게 제가 쓴 CIX의 ‘숨’이라는 노래 가사의 한 구절이에요. 그 구절에 대한 글이 책 안에 있기도 하고, 제가 워낙에 조심성이 많고 걱정도 많고 뭔가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에요. 근데 가끔은 대책 없이 도전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그래도 그동안 이룬 게 있다면 무모했던 순간에 이룬 것들이어서, 워밍업 없이 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제목을 이렇게 정했죠.”
맨 처음 아나운서 준비하던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신감이 부족했나 봐요?
“처음에 도전할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시작했어요. 대학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는데 칭찬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시작했는데 서류전형부터가 어려운 거예요. 거의 1~2년 동안 서류조차 통과 못 했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많이 꺾이기 시작했고 면접 가서도 그게 티 날 정도로 기가 죽어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감 없이 할 때와 자신감 가졌을 때 차이가 있었나요?
“계속 실패하고 있을 때 제가 다니던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한 선생님이 ‘쫄지 마라, 너만 될 거니까 같이 한 조로 들어가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그 정도로 좀 과한 생각을 해야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동안은 겸손하고 작은 마음으로만 시험을 보다가 건방지게 마음먹고 갔어요. 근데 합격을 한 거예요. 그런 경험이 생기니까 시험에 자신감이 생겼죠.”
그게 허황된 생각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다 안 되면 더 실망하고요.
“저도 그 차이를 생각해 봤는데 겸손한 상태에서도, 자만하다가도 상처는 받아요. 그래도 맨날 우울하게 지내느니 밝게, 자신감 넘치게 지내다가 상처받는 편이 저는 낫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는 어떻게 꿈꾸게 됐나요?
“우선, 제가 중고등학교 때 되게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대학교 가면서 좀 드러나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도 했고요. 근데 재밌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제작진과 같이 뭔가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 보니 열세 살부터 작사가를 꿈꾼 것 같던데 계기가 있었을까요?
“한국의 가요를 정말 좋아했어요. 신화도 좋아했지만, 아이돌 노래 말고도 가요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리고 음악 들을 때 멜로디 듣는 사람이 있고 가사가 먼저 들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너 그 노래 기억나?’ 하면 보통 멜로디를 흥얼거리는데 저는 가사가 나와요. 그래서 항상 가사집 보면 작사가 이름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이렇게 실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꿈꾸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 작사가로 데뷔할 뻔하셨다고요?
“제가 작사가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 메일주소 있었잖아요. 그 메일주소를 복사해서 작곡가, 작사가들에게 ‘제가 10대 학생인데 습작 봐달라’고 뿌렸어요. 그랬더니 한 작곡가분이 ‘10대 학생인데 가능성 있는 것 같다. 내가 곡을 줄 테니 한번 써봐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메신저로 파일을 받아 작업을 했죠. 근데 답은 오지 않았고, 나중에 그 곡들이 나오더라고요.”
작사가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작사가 준비 다시 시작했을 때는 MBC 들어와서거든요. 주말에 학원을 다녔어요. 학원에서 2년 정도 수업 듣고 데모곡을 받아서 가사 보내면서 계속 도전했죠. 그러다가 2년 만에 데뷔하게 됐어요.”
아나운서님이 작사한 노래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그 음원이 저녁 6시에 공개되는데 아침부터 하루 종일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공개된 날 밤엔 그 노래만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불러보고 상상도 해봤는데 그것보다 훨씬 훌륭해서 너무 좋았죠.”
N잡러 얘기가 나오는데 두 가지 직업 소화하는 게 힘들진 않나요?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눈치 보이고 시간도 더 쫓기긴 해요. 사실 하루 종일 기사만 봐도 부족한데 퇴근하고 가사 써야 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시간 조절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회사생활하면서 다 잘하고 있다고 박수 쳐주지 꾸짖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래서 다행히 무리 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 분배가 가장 어려울 것 같아요.
“사실 <뉴스데스크> 진행 맡고는 예전만큼 가사 많이 못 써요. 제가 작사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주말에만 올인해서 가사 쓰고 평일에는 뉴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N잡러의 장단점이 있다면?
“일단 장점은 하나의 일이 안 될 때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한 가지를 못해도 다른 일을 잘하면 또 저 자신이 채워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단점은 남들보다 못 자고 시간이 부족하고 개인 취미생활 같은 건 다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죠.”
누군가의 칭찬할 점을 빠르게 찾는다고 나오던데 인간관계에 도움될 것 같아요.
“도움돼요. 장점이 빨리 보이고, 그 사람이 좋게 보이면 아무래도 다가가기 편해지거든요. 그래서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제 마음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점도 잘 보인다고 나와요. 그럼 다가가기 싫은 사람도 있을 텐데.
“있죠. 그런데 싫다가도, 어떤 장점이 또 보이면 제 마음이 금방 변하기도 해요. ‘저 사람은 내가 오해했구나, 좋은 점이 있었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런 것들을 빨리빨리 발견하는 편이라 관계에 도움되는 것 같아요.”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포기 안 하면 다 이룰 수 있어요’라는 말은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근데 어떤 순간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 싶어도 한 번만 더 가보는, 그 한 걸음의 힘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수 있거든요. 낯선 사람에게 그런 힘을 얻고 싶을 때 제 책 읽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아나운서님은 어떻게 했나요?
“대책 없긴 한데 저는 안 될 리가 없다, 반드시 이룰 거라고 믿었어요. 또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꼭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거든요.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그런 믿음이 저를 지탱해 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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