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런종섭' 사태를 단신 처리하고,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보도를 이어왔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국민이 사안을 잘 알고 있는데 세세하게 설명해야 하냐', '이종섭 전 장관이 수사에 응할 뜻을 밝혔으므로 단신으로 충분하다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KBS '뉴스9' 3월 17일 [단독] 이종섭 “도피 주장은 정치 공세…자리 연연하지 않아” 보도화면 갈무리
KBS '뉴스9' 3월 17일 <[단독] 이종섭 “도피 주장은 정치 공세…자리 연연하지 않아”> 보도화면 갈무리

KBS 노사는 지난달 30일 정례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를 개최했다. 공방위 안건으로  ▲이종섭 호주대사 보도 ▲대통령 민생토론회 보도 ▲특정 정당 후보 비판적 단신 ▲총선 전 물가·경제 관련 리포트 실종 등이 올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위원들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대사 임명·출국과 관련해 의혹이 집중되던 시기에는 가볍게 다뤘고, 출국 이후에는 이 전 장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리포트와 단신을 다수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 위원들은 특히 KBS '뉴스9' 3월 17일 리포트 <[단독] 이종섭 “도피 주장은 정치 공세…자리 연연하지 않아”>에 대해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채상병 외압 의혹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묻는 질문들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이 전 장관의 해명을 듣는 수준의 인터뷰가 되면서 단독 인터뷰 성사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KBS본부 위원들은 KBS가 이 전 장관의 발언을 검증하거나, 공수처의 입장을 담지 않아 뉴스 공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KBS 사측은 실질적인 내용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KBS 사측은 이 전 장관 논란을 단신 처리한 이유에 대해 '수사에 응할 뜻을 전했고, 비리 사범이 아니므로 단신으로 충분하다 판단했다'고 밝혔다. 

KBS 사측은 이 전 장관 관련 논란이 무엇인지 뉴스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 대상자가 출국금지인데 대사로 임명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 안 해도 다들 알 것'이라며 '국민이 이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굳이 뉴스에서 세세하게 설명해야 하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통상 그날 하루 있었던 주요 이슈를 취재·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KBS 사측은 공수처 입장을 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공수처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안 담은 것과 못 담은 것은 다르다. 기자의 능력 부족을 탓하면 몰라도 KBS뉴스가 편파 보도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노동조합 위원은 '소환조사도 없이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시킨 공수처의 행위가 헌법적 가치에 맞는지 보도했어야 한다'고 밝혔고, 이에 KBS 사측은 '공수처의 출국금지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KBS ‘뉴스9’는 3월 10일 이 전 장관의 '몰래' 출국을 23초의 세 줄 단신으로 7번째에 배치했다. KBS는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임명 6일 만인 오늘(10일) 저녁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며 "그제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지 이틀 만이다. 이 내정자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수사로 출국 금지된 상태에서 주호주 대사에 내정돼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관련기사▶KBS '뉴스9', 이종섭 출국 논란 '세 줄짜리 단신' 처리)

3월 10일 KBS '뉴스9' 보도 갈무리 (KBS 뉴스 홈페이지)
3월 10일 KBS '뉴스9' 보도 갈무리 (KBS 뉴스 홈페이지)

3월 2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모니터보고서 제목은 <'런종섭' 비판 없는 KBS 108건 최다, '이종섭 앵무새' 단독인터뷰까지>다. 민언련이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3월 4일부터 19일까지 지상파 3사, 종편 4사, 종합일간지 6사, 경제일간지 2사 등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KBS와 MBC가 각각 108건과 105건을 보도했다. 이는 15개 언론사 평균 보도건수 43.1건의 2.5배를 넘는다.  

민언련은 KBS, MBC의 이 전 장관 관련 보도에 대해 "막상막하의 보도량이지만 보도내용은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며 "MBC는 임명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중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을 짚는 데 집중한 반면, KBS는 임명의 부적절성 비판을 더불어민주당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 입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KBS '뉴스9' 3월 16일 리포트<국민의힘, 장예찬 공천 취소…도태우 “무소속 출마”>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민의힘 총선 후보 9명'이 이 전 장관 귀국과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국민의힘에서도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지적이 나오며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내 비판을 전하며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곳은 KBS뿐"이라고 지적했다.

KBS "메신저 공격 부당"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들은 총선 후보의 부적절한 과거 발언을 지적하는 보도는 당연히 할 수 있지만 단신 형식으로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유사 내용을 일방적으로 반복해 방송한 것은 선거보도준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대표적 사례로 든 것은 민주당 김준혁 후보에 대한 단신이다. 김준혁 후보는 여성 비하 등 막말 논란을 빚었다.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들은 특히 단신에서 언급된 일부 집회의 경우 집회 이름이 '대통령 응원집회'라고 명시되어 있었다며 "집회 주관 단체가 중립성을 담보하기 힘듦을 취재기자가 확인했음에도 KBS뉴스에서 이를 중하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들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한 외교관 모임의 야당 대표 비판 성명이 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전직 대통령을 죽여야 한다는 여당 후보의 막말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KBS 사측은 '해당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매일 리포트로 처리하는 것은 공정성 면에서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 단신으로 보도하는 것을 택했다'며 '적절한 수준의 보도였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KBS 사측은 '대통령 응원집회' 등 특정 정치성향의 단체 기자회견을 중요하게 다룬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메신저를 보지 말고 메시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KBS 사측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이번 선거에서 야당을 뽑은 사람도 많다'며 과거 대통령 지지 표명을 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KBS 노동조합 위원은 'KBS가 해당 후보와 관련해 유튜브에서 한 얘기를 그대로 전달했다면 국민이 해당 후보가 자질 없는 후보라 판단할 수도 있었다'면서 KBS가 소극적으로 해당 내용을 다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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