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서울 서초을 신동욱 당선자(전 TV조선 앵커)가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관련 대국민 메시지에 "할 말은 대개 했다"고 평가했다. 신 당선자는 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했다.
반면 그의 친정인 TV조선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당연히 국민을 향한 반성과 사과가 담겨 있을 줄 알았다며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박절'하다고도 했다. 신 당선자는 향후 자신에 대해 '전 앵커'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신 당선자는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입장발표라고 표현을 하면, 원칙적이고 하실 말씀은 대개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 당선자는 "다만 이것을 사과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부분에 언급이 결여돼 있다라는 지적도 역시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보면 대통령이 과연 어디까지 사과의 언급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정서적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것 이상으로 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신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야당에서 쟁점으로 삼았던 부분들 중에 법률적 쟁점들이 있는 것이 있고, 이미 수사 단계로 넘어가 있는 것들도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해 대통령께서 구체적인 언급을 한다면 그건 적절치 못하기도 하거니와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할 경우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진행자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그러나' '하지만' 등의 접속사가 15번 등장하는데, 앵커 출신으로서 이런 화법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신 당선자는 5년 임기를 책임지는 대통령에게 이번 선거는 중간선거가 아니라며 그동안의 국정 철학을 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신 당선자는 "사과라고 한다면 ‘그러나’,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편적으로 얘기를 한다"면서 "그러나 내각제 국가에서는 선거로 집권세력이 바뀌도록 정치를 설계해 놓은 것이고, 대통령제 국가에서 (22대 총선은)중간선거가 아니다. 사실은 국민의힘 선거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당선자는 "이 패배를 어떤 정도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을 국정 쇄신의 동력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은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대통령께서 그동안 해온 모든 나의 정책들이, 국정 철학이 '잘못됐다' '100% 바꾸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했다.
신 당선자는 "상대방이 55%를 득표했고, 이쪽을 지지한 45%의 지지자라는 것도 역시 있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잘못된 것이었다고 얘기했을 경우 국민의힘을 지지한 45%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정치적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통령께서 국민들께서 많이 지적한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진솔하고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해주셨으니 앞으로 행동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되겠다"고 했다.
집권여당이 임기 중 선거에서 참패해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이 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으며 '정권심판론'이 핵심 아젠다로 설정됐다는 데 이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총 득표율 45%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 목소리에도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를 고수한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의 백프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비공개 발언을 통해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TV조선 '뉴스9' 윤정호 앵커는 16일 '앵커칼럼'에서 "대통령이 민의의 심판에 따른 국정 쇄신 메시지를 낸다고 해서, 당연히 국민에게 밝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어리둥절하다"며 국무위원들을 향해 주문을 한 윤 대통령을 지적했다.
이어 윤 앵커는 "선거 후 첫 육성 메시지여서 뼈를 깎는 반성과 진술한 사과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송구하다'는 한마디쯤은 있을 줄 알았다"며 "그런데 목소리는 당당했고, 내용은 신발 신고 발바닥 긁듯 미지근했다"고 비판했다. 윤 앵커는 "정작 국민이 가장 듣고 싶어했을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문제 처리를 비롯해 민심을 결정적으로 돌려세운 논란과 의혹들 말이다"라며 "야당이 장악한 국회와 협력하는 자세도 국무위원들에게 촉구했다"고 했다.
윤 앵커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어록을 언급하며 "그대로 당연히 성심껏 섬겨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민"이라고 했다. 윤 앵커는 윤 대통령이 2난 2월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발언한 장면을 들어 "그런데 왜 국민한테는 이렇게 박절한 건가"라고 했다.
한편, 신 당선자는 이날 인터뷰 초반 자신을 '전 앵커'로 소개한 진행자에게 "전 앵커라는 표현은 이제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정치인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 당선자는 "이제는 당인의 자세로 돌아가 한국 정치의 발전이라든지, 국가의 미래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단순한 비평가의 입장이 아니라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빨리 변신을 해야될 것 같다"고 했다.
TV조선 윤리강령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의 출마를 직무가 끝난 뒤 3년 간 금지하고 있다. 신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29일 TV조선 '뉴스9' 진행을 마치고 퇴사, 지난 1월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정계에 입문했다. 권력감시를 업으로 삼는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은 '폴리널리스트'(politician+journalist, '정치인'과 '언론인'의 합성어)라는 비판을 받는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신 당선자를 향해 "언론 윤리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TV조선 기자들 "앵커가 정치권행 발판 되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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