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다음 주면 한국 정치의 향방이 결정된다. 선거가 시작되면 정당 말고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방송사다. 선거방송은 각 방송사의 제작 역량이 총투입된 결과물로 인식된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선거방송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지난해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MBC는 [변화의 시작]을 슬로건으로 잡고 이번 총선 개표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권희진 MBC 선거방송 기획팀장을 만나 개표방송 준비 상황, 제작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권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개표방송 준비 잘 되어가나요?

“지금 인터뷰 시점으로 보면 얼마 안 남았는데 다들 늦게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4월 1일부터는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인 리허설을 하기 때문에 이번 주에 마지막으로 실수가 없는지 확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실수 같은 게 없으면 제 느낌으로는 그래도 꽤 볼 만한 방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이전과 다른 방식이라면?

“이번 선거방송을 기획하면서 개표 진행 상황에 따라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가 무엇일지를 고민했어요. 시청자들이 가장 빨리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방법에 주안점을 두고 준비했습니다. 개표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이 어느 시점에 어떤 정보를 원할지, 시청자 입장에서 계속 고민하면서 바로 그 정보를 적재적소에 제공하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예전처럼 컴퓨터 그래픽 같은 거 활용해서 춤추는 그런 눈요깃거리는 만들지 말자고 했어요.”

시청자들이 그런 거 좋아하지 않나요?

“그런 요소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희는 얼굴 붙여서 춤추는 것이 이젠 너무 식상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우아하고 세련되게, 봤을 때 눈을 떼기 어려운 멋진 실사 화면 이용한 그래픽을 선거방송의 테마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데이터가 많잖아요? 그런 총선 데이터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뒀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조금 방해한다 싶은 것들은 배제하려고 했어요.”

선거방송 제작 경험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파견으로 일해본 적은 있는데 제가 책임을 지고 한 적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이전 작업방식이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의 선거방송을 기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권희진 MBC 선거방송 기획팀장 (사진=이영광 기자)
권희진 MBC 선거방송 기획팀장 (사진=이영광 기자)

이전 선거방송은 어떻게 보셨어요?

“그전에 저는 시청자 입장에서 선거방송을 봤고, 이번에 준비하면서도 시청자 입장에서 계속 생각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선거방송 봤을 때 첫 번째 중요한 것은 궁금한 정보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느냐예요. 그다음에 개표 상황만 단순하게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대한 분석, 볼거리 등 콘텐츠가 있는 선거방송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가 시청자로서 했었거든요. 그 두 부분을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선거방송을 준비하면서 신경 많이 썼습니다.

저희 선거기획팀은 ‘본질’에 충실하자는 방향을 잡았어요. 데이터 쇼에 더해 콘텐츠를 충실하게 만들자는 것이죠. 전국 18개 시도의 명소들이 있는데, 그 명소들을 그대로 대형 LED 세트에 우리 스튜디오 안으로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스튜디오 안의 앵커들이 전국의 명소에서 투개표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입체적인 느낌을 전달하게 될 겁니다.

화면뿐 아니라 내용적인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서 상암동 본사 내에 선거방송 세트 외에 토론 세트를 별도로 만들었어요. 개표 상황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판세를 흥미 있고 깊이 있게 분석해서, 시청자들이 ‘도대체 왜 이런 선거 결과가 나왔지?’ 하고 궁금해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충실하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이 판세 분석과 토론에 참여하시나요?

“많은 분이 너무나 좋아하는, 토론의 상징적인 분이시죠. 진보성향의 유시민 작가와 보수 패널로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출연합니다. 그리고 선거 현장에 직접 참여하셨던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민주당 쪽에서는 박성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나오셔서 총선 현장의 얘기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토론 패널분들 섭외는 어떻게 하셨어요?

“긴박한 개표 상황에서 토론이 흡인력을 가지려면 아무래도 토론 잘하고 말맛이 있는 분들이 나와주시면 좋잖아요. 그래서 맨 처음에 유시민 작가 섭외하기 위해 제가 정성을 다했습니다. 김진 위원 같은 분은 유시민 작가와 반대입장에서 토론의 날을 세워주실 적임자라고 판단했고요. 또한 현장의 따끈따끈한 얘기를 듣기 위해 각 당에 계신 윤희석 대변인과 박성민 전 비서관을 모시게 된 거죠.

그리고 이번에는 라디오와 콜라보를 합니다. 저와 라디오 팀이 최욱 MC를 어렵게 모셨어요. 최욱 MC는 라디오에서 별도 토론을 진행하는데, 라디오 토론은 좀 더 유쾌하고 무겁지 않은 분위기여서 최욱 MC의 라디오 토론을 중간중간 TV로 연결할 예정이에요. 따라서 저희의 토론에 최욱 MC의 토론까지 합쳐지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라디오 토론 패널이 또 화려하거든요.”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라디오 패널로 어떤 분들이 출연하나요?

“라디오는 최욱 MC가 있고 각 당에서 한 분씩 나옵니다. 녹색정의당을 대표해서 김종대 전 의원, 개혁신당에서 김용남 전 의원, 그다음에 민주당 쪽에서는 김진애 전 의원 등 여러분들이 패널로 출연합니다.”

이번 MBC 선거방송의 모토는 뭔가요?

“이번 선거방송의 슬로건은 ‘변화의 시작’이에요. 여기서 ‘변화’라는 것은 우리 삶의 변화, 우리 이웃들이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 수 있는 희망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작은 한 표에서 시작되고 이런 표들이 모여서 거대한 희망의 물줄기로 흐른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선거방송에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고 밝혔던데 어떤 취지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춤추는 CG가 없는 대신 우리 삶의 모습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서 배달하는 분들, 운전하는 분들 그다음에 커피 내리고 빵 만드는 분들 등 노동을 하면서 정말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선거 포맷에 담았어요. 저희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우리가 바라는 어떤 희망적인 변화의 주체라는 점이에요.”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타 방송사와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차별화는 우선 선거방송의 본질에, 즉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보기 좋고 신속하게 전달하느냐에 두었습니다. 그다음에 저는 이전 선거방송을 보면서 분석이라든가 전망 같은 내용적인 면이 아쉬웠거든요. 6시 정각에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그 출구조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예측하죠. 어느 정도 예측이 정리되면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평론가나 정치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지겠죠.

그런 ‘데이터와 분석’이라는 기본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에서의 차별화랄까요? 그런 본질적인 차별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방송사도 그런 고민은 할 텐데?

“맞습니다. 다른 방송도 그렇게 하겠죠. 그래서 오히려 다른 방송들이나 우리가 관행적으로 계속해왔던 걸 안 하는 게 차별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초반에는 요즘 화두인 AI를 가지고 뭔가를 할까도 고민했는데요.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논란도 있고 해서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그래서 기본기에서 차별화하자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조현용 기자와 이재은 아나운서를 메인으로 앵커 진용을 짰다고 들었어요.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방송을 보면 조현용 씨는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느낌을 줘서 굉장히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MBC 유튜브 콘텐츠 <소비더머니>로 유명한 기자이기도 하고요. 너무 경직된 전형적인 앵커라기보다 기자이면서도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선거방송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전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재은 아나운서도 <뉴스데스크>를 오래 진행하면서 안정감 있고 신뢰도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기 때문에 그 두 사람의 조합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MBC 선거방송 〈선택 2024〉 (사진제공=MBC)

그 외에 진행자는?

“<뉴스데스크> 시간에는 성장경 앵커가 혼자 진행합니다. 그리고 선거방송이 새벽까지 이어지게 될 거잖아요? 새벽 상황은 저희가 짐작하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김경호 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가 방송을 상당히 잘하고 순발력도 매우 좋거든요. 그래서 김경호 전 앵커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응하면서 선거 결과 정리가 필요한 새벽 시간대를 맡았어요. 또 작사로 유명한 김수지 아나운서가 오디오도 좋고 느낌도 좋은데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됐잖아요. 굉장히 신선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서 김수지 아나운서와 김경호 전 앵커가 심야 시간대 진행을 맡게 됐어요.”

유튜브 채널 [선거방송은 MBC]에 최근 초등학생들이 국회의원이 되어보는 ‘어린이 의원 국회에 가다’ 등을 올렸잖아요. 선거방송 때 소개된다던데?

“유튜브용으로 만들어서 시사했는데 어린이들이 정말 귀엽고 나름의 의미도 있어서 TV용으로도 만들게 됐어요. 처음에는 유튜브에만 내보내려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TV용 완제품으로도 방송 당일 출구조사 발표 이전에 방송할 예정입니다.”

이번 MBC 개표방송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짚어 주신다면요.

“MBC 선거방송에서 개표 상황이나 판세의 변화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개표 상황만 보게 되면 지루할 수 있는데 그 외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와 뒷이야기, 분석이 담긴 토크쇼도 마련했습니다. 눈이 즐거우면서도 상황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받아볼 수 있는,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충만한 그런 선거방송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MBC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사회에 너무나 중요하죠. 정말로 엄중한 선거라 생각하고, 이 중요한 선거의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가장 정확하게 치우침 없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 많이 했습니다. 최고의 선거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여태까지 보셨던 선거방송과 다른 ‘형식’과 다른 ‘품질’이랄까요? 차별화된 선거방송이 될 거라고 자부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시고 시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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