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건희 리스크'로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충돌이 가시화됐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주요 보수언론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여권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쿠키뉴스는 기사<[단독]김경률 공천 사태, 한동훈 책임론 불거져>에서 '대통령실과 밀접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고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당의 결정에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모든 사태에 책임지는 처신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후보로 치켜 세우면서 '낙하산 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용 의원이 당 단체 대화방에 쿠키뉴스 기사를 공유했다고 머니투데이가 [단독] 보도했다. 채널A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채널A에 "이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에 대한 대응에 섭섭함을 전한 걸로 안다"고 했다.
보도 이후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면서 "이른바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 관련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22일 한 위원장은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거듭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 한 위원장은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예정된 민생토론회에 불참한다고 행사 시작 30분 전에 알렸다. 한 비대위원장과의 충돌 여파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사천 논란'을 한 위원장에게 기대를 거둔 이유로 거론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거론한 것을 충돌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최근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김건희 씨 명품백 의혹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22일 조선일보는 사설 <최악으로 가는 김 여사 문제, 국민 앞에 도리인가>에서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것은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 문제다.(중략)한 위원장의 위치와 비중으로 볼 때 이 정도의 문제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라며 '김건희 리스크'가 이번 갈등의 진짜 원인이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김 비대위원의 언급은 분명히 지나친 점이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줄 알았는데 일이 최악의 방향으로 번지는 듯하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리스크' 대응 여권 대혼란 진정시켜야>에서 "총선이 목전이다.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은 경솔했던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는 국민의 60% 이상이 의혹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중략)여권이 속히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해법을 진솔하게 모색하지 않으면 자칫 회복 불능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음을 각성하기 바란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영부인 문제'로 韓 사퇴요구, 우려스럽다>에서 "여당 비대위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김 여사 문제로 다시 혼란에 빠진 모습은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까지 겹쳐 정치적 중립 문제도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충돌은 공무원의 당무 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대통령실은 정확한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며 "더 우려되는 것은 대통령실이 당대표 진퇴를 좌우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중략)수직적 당정관계에 따른 민심 이반이 작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귀결된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에게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여전히 본질 호도하는 대통령실의 ‘김건희 명품백’ 대처>에서 "김 여사 리스크로 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며 "이런 방식으론 '김건희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신년 기자회견 대신 '김치찌개 오찬', '특정 언론사 단독 인터뷰'를 검토 중이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문제를 요리조리 회피할 궁리만 할 때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눈높이에서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그런 입장 표명 없이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제2부속실 설치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한낱 꼼수로 여겨질 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명품백’ 앞에서 길 잃은 한동훈 비대위 한 달>에서 "한 위원장이 밝혀야 할 것은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리고 김건희 명품백 사건에 어떤 입장을 나타낼 것이냐 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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