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가짜뉴스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진화하면서 더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지난 2일 미국 한 유튜브 채널에 공화당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영상이 올라왔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대선 경선을 포기하겠다”라고 선언하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경선포기 선언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영상이 출현하기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디샌티스가 경선을 포기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고 올린 것과 맞물려 이 영상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영상이었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 대선 캠프는 영상이 올라온 날 바로 디샌티스는 2024년 대선 캠페인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영상이 가짜라고 반박했다. 즉각적 반박 보도로 가짜뉴스라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부 매체는 론 디샌티스의 캠프의 발표를 인용하며 가짜뉴스의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만, 또 다른 매체들은 트럼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디샌티스가 실제로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도 나뉘어 있다. 중도 포기 영상 자체는 가짜뉴스가 분명하지만 영상 속 내용은 가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렇게 믿는 이유 중 하나는 루머의 최초 발화자가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SNS에 대선 경쟁자의 경선 포기 가능성을 언급할 리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경선 포기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비교적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SNS에서 디샌티스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아 경선을 종료하고 싶어 하며 2026년 2선 임기가 만료된 후 플로리다 상원의원 릭 스콧과 경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정도 내용이면 디샌티스의 경선 중도 포기 선언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분석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짜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경선 포기 가능성 분석과 경선 포기 영상은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합리적 분석이지만 후자는 악의적인 범죄 행위다. 디샌티스 사례는 경선 일정을 많이 남겨 두고 벌어진 일이라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지만 선거 목전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는 가짜 영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되고 있다. 에드로안 현 대통령과 야당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반국가 무장 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이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영상이 퍼졌다.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는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얻었지만 결선 투표에서 5% p 차로 졌다. 

영상으로 제작된 뉴스는 그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일단 방송국 보도 뉴스와 같은 신뢰감을 준다. 카메라로 찍은 리얼한 모습과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제작한 사람의 기술과 능력이 더해져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들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영상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한번 제작된 가짜 영상 뉴스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타고 모든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전달된다. 콘텐츠가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그 콘텐츠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이나 단체가 직접 나서서 주장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고 사회적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 사이 가짜 콘텐츠는 처음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매스미디어 시대와 달리 가짜뉴스가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유튜브나 SNS같은 뉴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안에 개인 채널이 매스미디어 시대에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역할을 하고 있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 하나가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영향력보다 더 큰 경우도 많다. 이 플랫폼들은 대부분 상업적으로 운영되며 수익을 위해서는 많은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매스미디어와 달리 팩트 확인보다는 조회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는 선정적 콘텐츠가 중단 없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 이유는 가짜뉴스가 불가피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데에 있다. 사회가 형성된 이후 가짜뉴스 또는 유언비어는 늘 있어 왔다. 사람들이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가짜뉴스는 늘 적당한 규모의 동조자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더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짜뉴스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다. 단지 하나,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상식을 배반하는 사람들의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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