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방부가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아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기로 결정해 비판이 이는 가운데, 과거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고 오해하고 있는 분이 있다”는 내용의 국방부 공식 유튜브 채널 ‘국방TV’ 영상이 돌연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다.
‘국방TV’ 유튜브 채널은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과거 후배 기자를 폭행해 보직 사퇴한 전력이 있는 KBS 기자 출신이다.

1일 유튜브 채널 ‘국방TV’에 게재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됐다. 해당 영상은 기자와 PD가 대담 형식으로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행적을 추적하고, 러시아에서 활동할 당시 공산당에 가입하게 됐던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영상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8월 22일 게재됐다.
해당 방송에서 PD는 “홍범도는 왜 공산당에 가입했나. 고려인 보호를 위해 소련공산당에 가입했으나 효과는 없었다”며 “홍범도가 공산주의자라는 것은 오해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이) 1920년, 그러니까 21년 이후로 못 돌아오시고 소련에서만 살았고, 그리고 이제 광복이 된 다음에도 동서냉전이 생기고 소련하고 공산당과 우리가 교류를 안 했다. 소련의 상황을 잘 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은) 소련에서도 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돌아가신 날까지 존경받을 우직한 할아버지”라며 “국모가 시해됐다고 총을 들고 일어나 의병을 하고 만주벌판에서 항일운동을 하신 진정한 민초”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1일 오전 9시 해당 영상은 돌연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저 때는 국방부고 지금은 조선 총독령 군 사령부”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5년짜리 대통령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대한민국 역사를 뒤집나”라고 비판했다. “독립운동가가 통곡할 일이다” “독립군을 폄훼해 좋아할 무리들이 누군가” “현 정부는 역사 공부 좀 더 해라” 등의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국방부 유튜브 채널 ‘국방NEWS’에 게재됐던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장군이 사용한 무기 홍범도 장군 78년만에 귀환>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육군사관학교는 지난달 31일 교정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이전하며 함께 설치돼 있는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흉상을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충무관 내에 설치된 박승환 참령 흉상도 마찬가지로 교정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이력’, ‘자유시 참사 연관성 의혹’ 등을 근거로 흉상 이전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설명 자료를 내어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 군정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군 통합을 지지했고, 소련 공산당의 자유시 참변 재판에 재판위원으로 활동한 사실, 자유시 참변 발생 후 이르쿠츠크로 이동하여 소련 적군 5군단 소속 '조선여단' 1대대장으로 임명 등의 역사적 사실이 있다”며 “이로 인해 1921년 6월 러시아 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시 참변은 당시 이르쿠츠크파 고려혁명군이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던 상하이파 대한의용군을 무장 해제시키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희생자 수는 수십~수백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설이 학계 주류의 입장이다. 당시 무장해제 작전에 러시아인 부대가 투입됐고, 홍범도 장군은 동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인 부대는 상황 종료 후 시신 수습에 참여한 정도라는 의견이 있다. 오히려 전북대 사학과 윤상원 교수는 2017년 논문 '홍범도의 러시아 적군 활동과 자유시사변'에서 "자유시사변 당시 홍범도는 장교들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또 국방부는 홍범도 장권의 부대가 봉오동 전투에 ‘빨치산’으로 참가했다고 말했는데, 해당 용어는 당시 ‘의병 활동’을 의미한 것으로 현재 통용되는 빨치산과 다르다. 실제로 장군은 1922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 참석 당시 조사표에 직업을 '의병', 입국 목적은 '고려 독립'이라고 썼다.

한편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KBS 기자 출신으로 후배 기자를 폭행해 보직 사퇴한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 5월 8일 임용됐다. 2011년 9월 29일 KBS A 기자는 당일 스포츠뉴스에 골프업체 타이틀리스트의 퍼포먼스 센터 개관 소식을 홍보하는 기사가 편성된 것을 확인하고 해당 기사의 방송여부를 문의했다가 당시 스포츠부장인 채 홍보원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채 홍보원장은 A 기자를 상대로 TV리모컨을 집어던지고 뺨을 때리는 등의 폭행을 행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채 홍보원장은 스스로 보직사퇴서를 제출했다. 채 홍보원장은 사내게시판에 반성한다는 글을 올리면서도 A 기자가 기사 편집의 책임과 데스크권을 심대히 훼손해 뉴스제작의 근간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전국언론조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채일 부장은 종목별 데스크들과 부장만 참여하는 편집회의에서 'OOO의 민원이니까 뉴스에 넣자'는 식의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스스로 민원기사임을 시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