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해병대가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망 경위에 대한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돌연 취소했다. 또 해병대 지휘부가 예하부대 입단속에 나선 정황도 나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해병대는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31일 오후 2시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직접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병대는 한 시간 앞둔 오후 1시쯤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해병대는 취소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보도를 전제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재차 취소하고 약 두 시간 뒤 “국방부 법무 검토에 따르면 (경찰) 수사 시작 전에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내용들이 나갔을 경우 수사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해병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을 상대로 현재까지 조사한 사건 경위를 보고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이 역시 철회했다. 국방위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국방위 전체회의에 정식으로 보고하는 형식은 아니고 여야 의원실을 찾아 사전에 설명하는 성격”이었다면서 “당일 다소 갑작스럽게 취소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한 국회 보좌관은 MBC에 “사전에 보고 일정을 조율해놓고 이걸(취소) 납득할 수 있겠나, 밝히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건지 해병대 측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병대 지휘부가 입단속을 시키는 지휘서신을 보낸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해병대는 지날달 22일 김계환 사령관 명의로 ‘지휘 및 강조말씀’을 예하부대에 하달했다.
해당 문건에서 김 사령관은 “(채 상병 사건 관련) 조사는 한 치의 의심 없이 진행될 것이고, 외부의 어떤 질책도 감당해야 한다”면서 “해병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함께 노력해야 할 우리 구성원들 가운데 유튜브, 육대전, 기타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보해주는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조사 중인 사고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언론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사령관은 해병대 최고의 지휘관으로서 해병대의 단결을 저해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임의대로 제공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모습을 방관할 수가 없다. 해병대의 단결과 결집을 위한 사령관의 생각을 전 장병 및 군무원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1사단이 지난 22, 23일 주말 사이 채 상병과 함께 안전 장비 없이 수중 수색에 투입됐던 동료 대원들의 휴가·외박·외출·면회를 전면 통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공하지 않아 비판을 받는 해병대가 사전에 소방당국으로부터 사고 위험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해병대 관계자들과 만나 수색 방법 등을 협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안전 유의사항’을 구두로 통보했으며, ‘강과 맞닿은 경계지역은 비 온 뒤 무너질 수 있으니 진입 금지’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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