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6일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으로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우리 군의 대응작전이 벌어지고 있던 시각, 다수 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입양한 은퇴견과 함께 출근했다는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대통령실이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연을 소개하고 사진까지 언론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26일 오전 10시 25분경 북한 무인기 5대가 인천 강화군 및 경기 김포시, 경기 파주시 인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이 가운데 한 대는 서울 상공에 진입했다 빠져나갔다. 군은 북한 무인기들의 정확한 복귀 시간을 분석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 침입 소식은 오후 4시 30분, 군이 설정한 엠바고(보도유예)가 풀리면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윤석열 대통령 출근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26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입양한 은퇴 안내견과 함께 대통령실에 출근했고 수석들에게 소개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윤 대통령과 수석들, 입양된 '새롬이' 사진도 함께였다.

26일 오전 서울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수석비서관과의 티타임에 윤 대통령이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가 함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수석비서관과의 티타임에 윤 대통령이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가 함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는 26일 오후 5시 5분 <尹대통령, 입양한 은퇴 안내견과 함께 출근길>, 뉴스1은 오후 5시 18분 <尹대통령, 26일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함께 출근>, 뉴시스는 오후 5시 10분 <尹대통령,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출근…수석들과 인사도>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신문은 오후 5시 3분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 오후 5시 17분 <용산 청사에 온 은퇴 안내견 '새롬이'> 기사를 잇따라 냈고, TV조선은 오후 5시 29분 <尹대통령, 입양한 은퇴 안내견 데리고 집무실 출근>, 중앙일보는 26일 오후 5시 30분 <아빠 졸졸 따라간 은퇴견 '새롬이'…尹과 용산 집무실 출근>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경제는 오후 5시 42분 <'차관'급 대우받는 尹대통령 입양견 새롬이>, YTN은 오후 6시 27분 <대통령실 "尹, 입양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함께 출근"> 기사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대통령실이 브리핑에서 소개한 대통령실 풍경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대통령실은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의 대응작전이 벌어지고 있던 26일 오후 4시 15분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오늘 아침 대통령실의 풍경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부대변인은 "지난 6년 간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봉사하다가 은퇴 이후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분양된 11번째 가족 새롬이가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사연은 이렇다"며 "은퇴견 담당자는 지난 24일 분양 당시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롬이가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며칠만이라도 새롬이를 데리고 따로 잤으면 좋겠다, 이렇게 조언했다. 늘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교감해온 새롬이가 갑자기 혼자 두게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조언에 따라서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과 어제 새롬이를 데리고 따로 주무셨다고 한다"라며 "오늘 아침 윤 대통령이 출근하려는데 새롬이가 계속 따라와서 결국 집무실까지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대통령은 출근 뒤에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졌고, 이때 새롬이를 수석들에게 인사시킨 뒤 다시 관저로 돌려보냈다"며 "관련 사진을 이 브리핑을 마치고 제공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합참에서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서 대응 조치를 했다고 발표했는데, 안보실에서 NSC 같은 것이 열렸는지, 대통령실 차원의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대통령실 입장은 어떻게 되는지 부탁드린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부대변인은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 이렇게 말씀드린다"며 "구체적 내용은 합참에서 일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서 합참에 문의하시기 바란다"고 답한 후 브리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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