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SK브로드밴드가 내년 1월 SK 자회사 ‘홈앤서비스’ 직고용을 약속했던 하청노동자 700여 명 중 148명에 대해 외주협력업체 고용으로 입장을 바꿔 “선별고용이자 대량해고”라는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SK브로드밴드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SK케비지부) 등은 24일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노조와 약속한 대로 케이블방송 노동자 전원을 직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교섭에서 회사가 직고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에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는 인수합병 전 티브로드에서 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1월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을 승인하면서 ‘협력업체 종사자 고용안정·복지향상’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3년간 보장하라’고 권고했는데, 내년 1월이면 고용보장 조건이 종료된다. 과기정통부의 합병조건 시효가 다 되자 SK브로드밴드가 말을 바꾼 셈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SK브로드밴드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SK케비지부) 등이 24일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SK브로드밴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전국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SK브로드밴드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SK케비지부) 등이 24일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SK브로드밴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SK브로드밴드와 희망연대본부는 협력업체 전송망직군 노동자 7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는 케이블망 유지보수 업무를 하던 전송망 노동자 148명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이 불가하다며 외주 협력업체로 이직하라는 입장을 희망연대본부에 전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정규직 전환 대신 ‘600만 원 보너스’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서광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공동위원장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합병을 통해 하나의 몸이 되었지만 거기서 케이블 설치·AS·철거 노동자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SK브로드밴드 설치 노동자들은 자회사 ‘홈앤서비스’에서 일하고 있지만, 티브로드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여전히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공동위원장은 “원청은 노조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었지만, 지금 와서 노동자들을 다시 하청으로 내몰겠다고 한다. 148명 노동자를 해고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서 공동위원장은 “이들 노동자 대부분 희망연대본부 조합원”이라며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원청을 다시 한 번 규탄한다. 문제는 원청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SK브로드밴드가 노동자 148명에 대해 직고용을 거부하는 것은 교섭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이들의 임금·노동·고용조건을 사측의 입맛에 맞게 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의심한다”며 “어느 것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 SK브로드밴드가 이렇게 나오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 SK그룹과 싸움을 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SK브로드밴드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SK케비지부) 등이 24일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SK브로드밴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전국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SK브로드밴드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SK케비지부) 등이 24일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SK브로드밴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권석천 SK케비지부 조직부장 “티브로드에서 근무하던 전송망직군 노동자들의 직고용은 노사가 합의를 한 사항”이라며 “정상적이었다면 이미 2020년 1월 이들 노동자들도 SK 자회사에서 근무했어야 한다. 내년 1월 자회사로 노동자들을 전환하는 것 자체로 SK브로드밴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김용남 SK케비지부 조합원은 “최근 카카오 서비스 장애와 같은 통신장애가 나라의 안보와 생활 불편 등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SK는 이 사태에 책임이 있음에도 통신망 유지보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를 홀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 조합원은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면 고용이 안정도 되고 복지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구조조정과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서 “낮은 임금과 형편없는 근로환경에 힘들어하는 동종업계 노동자들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꺾이면 그들의 희망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명근 SK케비지부장은 “SK브로드밴드는 선별고용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선별고용”이라며 “SK에 분명하게 요구한다. 다음주 초까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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