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비판적인 언론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불편한 질문를 피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 회견 당일인 17일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에서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해설이 이어졌다.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강 대변인 지명을 거쳐 기자 12명에게 질문을 받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논란, 인사 실패 논란, 배우자 김건희 씨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회견 형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MBC 이정은 기자는 '지지율 하락의 분수령이 됐던 민감한 질문을 왜 안 던졌나'라는 앵커의 질문에 "질문할 기회가 없었다"며 "손을 들면 사회를 보는 강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목하는 식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선논란이나 사적 채용 같은 민감한 주제를 집중 제기한 언론사의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기자단 바깥에서는 일부러 질문을 안 했느냐, 아니면 대통령실이 의도적으로 질문자를 골랐냐는 의심이 나오는데 강 대변인은 '각 구역별로 골고루 지목하는데 집중했다,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며 "일부 기자들은 '가장 불편한 질문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야 회견의 의미가 살 것'이라 대통령실에 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KBS 조태흠 기자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앵커 질문에 "30분 정도였던 질의응답도 충분하지 못했고 질문자 지목에도 좀 편향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 의심섞인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대통령실은 질문자를 가려서 지목한 건 결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SBS 김기태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65분 동안 질문 15개를 받았는데, 오늘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보다 14분 늘어났지만 54분, 12개 문답이 오갔다"며 "김건희 여사와 비선 논란, 검찰 편중 인사 등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TV조선 김정우 기자는 '질문에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데 그래서 좀 어수선한 느낌도 있었다'는 앵커 질문에 "회견 전 기자들이 예상한 민감한 질문으로는 이 전 대표 문제와 함께 내부총질 문자 논란, 윤핵관에 대한 입장, 김건희 여사의 역할론과 같은 게 꼽혔다"며 "시간이 짧은데다 몇 개 안 되는 질문마저 외신에게 많이 가면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한 질문이 충분히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JTBC 강희연 기자는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이 40분으로 짧았다. 대통령 모두발언이 20분이었던 만큼 당초 계획보다 14분 더 늘려 진행했더라도 질의응답 시간은 30분 정도에 그쳤다"며 "기자 12명이 질문했는데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질의를 하기엔 부족했단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강 기자는 "대통령실은 시간 제약을 의식한 듯 질문을 되도록 짧게 해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며 "윤 대통령 답변에 따른 추가 질문이 없다보니 그동안 해왔던 출근길 약식 회견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회견장에서 질문 기회를 얻었던 채널A 노은지 기자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질문은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왔다'는 앵커 질문에 "관련 질문을 준비한 기자들은 있었는데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골랐던 질문자를 대변인이 고르더라'는 앵커 질문에 노 기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는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이 질문자를 정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공보 담당 참모가 기자를 지목할 경우 기자 성향이나 매체 특성을 알고 있다보니 질문자 자체를 편향되게 고른다는 시비가 생긴다. 문재인 정부 때도 그런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진행된 다른 기자회견 때는 직접 질문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강 대변인에 의해 질문 기회를 얻은 매체는 방송사에서 SBS·채널A, 종합일간지에서 국민일보, 뉴스통신사에서 연합뉴스·뉴시스, 경제매체에서 머니투데이·한국경제TV·이투데이, 외신으로 ABC·CNN·요미우리신문 등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KBS·MBC 등 공영방송 기자,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는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편, 18일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지만 윤 대통령은 단 1개의 질문만 받고 집무실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자유민주주의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직 수행과정은 국민들로부터 날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지율 떨어진다고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 많이 계셨지만 그것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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