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시가 '지역재난방송협의회'를 한 차례도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방송협의회는 정부·지자체 차원의 재난방송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그러나 한편에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TBS가 폭우 상황에서 재난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재난에 관한 예보·경보·통지나 응급조치 및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방송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중앙재난방송협의회·지역재난방송협의회에 대한 설치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방송사 등이 참여하는 중앙재난방송협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2015년 5월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를 개정해 지역재난방송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지역재난방송협의회를 구성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행안부는 서울시에 지역재난방송협의회 운영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 서울시 재난방송 담당자, 재난방송협의회 최초 구성시기와 주요안건, 실제 재난발생 시 재난방송 송출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대한 구체적 사례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난방송협의회 구성 ▲조례 제정 ▲MOU 체결 ▲재난방송 발송 운영체계 ▲재난방송 운영상 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한 현황조사다. 

이에 서울시는 모든 사항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2015년 재난방송협의회 관련 조례가 제정됐지만 서울시와 재난방송은 무관하다고 답변한 셈이다. 

지난해 5월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지역재난방송협의회 운영현황 답변 공문 갈무리
지난해 5월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지역재난방송협의회 운영현황 답변 공문 갈무리

이후 서울시는 관련 답변을 수정해 행안부에 다시 제출했으나 지역재난방송협의회 구성, MOU 체결, 재난방송 운영상의 문제점 등의 항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재난상황 발생 시 재난홍보상황실을 운영하고 중앙방송사 등을 활용해 상황을 전파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실제 재난상황 발생 시 방송송출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답변을 받은 행안부는 지난해 6월 서울시에 지역재난방송협의회 활성화 추진을 위해 담당부서를 지정하고 후속조치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는 답변을 제출했지만 해당 공문은 비공개 처리했다. 

미디어스가 비공개된 서울시 공문을 행안부로부터 확인한 결과, 서울시의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조례 개정을 향후에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 이 같은 조사를 실시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에서는 저희와 방통위, 과기정통부 등이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나"라며 "지역에서도 재난방송협의회를 활성화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앙재난방송협의회 주무부처 중 하나인 방통위가 내놓은 '재난방송 강화 종합계획'에는 '중앙·지역 재난방송협의회 간 긴밀한 협의 체계 구축'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담당과에 재난방송협의회 구성·운영 현황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역재난방송협의회 설치의 필요성을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올해 초 서울시의 모 구의회에서 지역재난방송협의회 조례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A 씨는 서울시 조례를 준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기초의원 B 씨는 서울시가 이미 마련된 조례에도 재난방송협의회를 설치·운영하지 않는 이유가 의아했다고 한다. 

이들은 전문위원을 통해 서울시에 조례의 효과와 재난방송협의회 설치를 하지 않는 이유 등을 문의했다. 그러자 서울시에서 돌아온 답변은 '서울시에 재난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협의회를 만들고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지역에서 재난방송협의회를 만들어보려고 문의를 한 건데 서울시의 답변을 듣고 B 의원이나 저나 황당했었다"고 말문을 닫지 못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왼쪽 두번째, 전 법세련 대표) 등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TBS 재난방송 부실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BS를 상대로 감사를 청구했다. TBS가 폭우 상황에서 재난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 청구 이유다. 이들은 TBS가 10일 오전에 재난방송을 하지 않은 것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위반이자 직무태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TBS는 입장문을 내어 "TBS의 재난방송 전환 기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서울시가 발표하는 위기대응단계(비상근무체계)에 연동되어 있다"며 "서울시 비상근무체계는 물론,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재난방송 계획'에 근거해 시행된 합당한 조치로 감사 청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TBS는 중대본 발표에 따라 8일 밤 10시부터 재난방송 체제로 전면 전환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