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또 하나의 걸그룹이 데뷔한다. 하이브 산하 어도어 레이블이 제작한 뉴진스다. 뉴진스는 몇 년 전부터 ‘하이브 걸그룹’ 속칭 ‘민희진 걸그룹’으로 불려 왔다. 민희진 대표는 SM 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SM 걸그룹 제작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진스는 민희진이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기며 제작한 그룹이고, 민희진 개인의 브랜드 가치가 투영된 그룹이다.

민희진은 뉴진스를 통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한 적 있다. 뉴진스는 22일 첫 콘텐츠로 ‘Attention’ 뮤직비디오와 데뷔 스케줄 표를 공개했다. 그 둘을 살펴보면 장담처럼 새롭진 않다. 뮤직비디오 구성과 몇몇 장면에서 나이 어린 걸그룹이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연출이 나타나고, 에프엑스와 레드벨벳의 이미지가 믹스된 느낌이 있다. 에프엑스의 경우 ‘LA chA TA’로 데뷔한 시절의 청량한 활력과 디스코그라피를 관통하는 몽환적이고 난해한 느낌이 약간 떠오르고, 레드벨벳의 경우 ‘빨간 맛’으로 대표되는 트로피컬한 이미지가 의상과 아트웤 색감에서 떠오른다.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다만, 돋보이는 건 콘텐츠 세부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오밀조밀하게 장치돼 있고 비주얼 콘텐츠 만듦새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해외 로케와 출연자 숫자, 스타디움을 섭외한 촬영 장소 등을 봤을 때 제작 규모가 커 보인다. 그런 규모감이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는 무드와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바느질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뉴진스의 정체성은 그 한 편의 뮤직비디오만 봐도 잘 드러난다.

뉴진스는 멤버 전원이 10대로서 최근 데뷔한 그룹 가운데 가장 어리다. 전체 콘셉트에서 ‘틴에이저’란 단어가 금세 떠오를 만큼 멤버 연령대는 중요한 기획 코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뉴진스에게서 나이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관습 같은 건 연상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10대 소녀들의 활기와 순수, 깨어남, 꿈꾸기, 자기애 같은 키워드가 예쁘게 채색된 그림책처럼 펼쳐지고 모든 기획 요소가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다. 퓨어한 하이틴 콘셉트가 현재 메인스트림이 된 걸크러시 콘셉트의 터프한 질감과 차별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뉴진스의 콘텐츠는 한 마디로 잘 정돈돼 있다. 데뷔 전까지 무려 네 편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될 예정인데, 오디션부터 시작해 몇 년 동안 준비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게 역력히 보인다. 다만, 약점이 있다면 낮은 화제성이다. 제작 단계부터 오랫동안 풍문과 뉴스를 탄 그룹이지만, 데뷔 시일에 가까워질수록 화제가 고조되는 느낌은 없었고 반대에 가까웠다. 게다가 데뷔를 앞두고 언론 등을 통해 홍보하고 예열하는 작업이 지나치게 약했다는 인상이 든다.

보통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은 개인 티저나 단체 티저부터 올리고 콘셉트 트레일러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달구다가 메인 콘텐츠를 발표하는데, 뉴진스는 다짜고짜 뮤직비디오부터 투하했다. 파격이라면 파격이겠지만 뭔가 많이 건너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뮤비 조회수 추이는 상당히 낮다. 물론 ‘Attention’ 뮤직비디오가 티저 영상을 대신하는 격이고 남은 세 편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달굴 계획이겠지만 지나치게 비용이 큰 프로모션 방식이라 효율성에 의구심이 든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제공=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제공=연합뉴스]

이건 모든 멤버가 신인으로 구성된 그룹의 한계일 수도 있다. 요즘 트렌드는 오디션이나 오랜 프로모션을 통해, 혹은 인지도가 높은 ‘경력직’ 아이돌을 중심으로 그룹을 구성하며 활동 기반을 챙기고 시작하는 방식이다. 뉴진스는 이것이 안 되는 약점을 제작자 민희진의 브랜드 파워로 보충하는 전략을 택했다. 언론 보도 자료에서 민희진이란 이름을 전면에 세우고 민희진 본인이 방송에 출연하며 그룹을 홍보했다. 뉴진스란 이름에서도 와닿는 부분이 있다. NEW JEANS는 영어로 새로운 청바지란 뜻이지만, 민희진의 이름이 연상되는 어감이기도 하다. ‘(민희)진의 새로운 그룹’이란 연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민희진은 대중적 인사가 아니다. 아이돌도 셀럽도 아닌 제작자의 이름이 얼마나 홍보 효과를 줄지, 혹은 제작자의 존재감이 아이돌 멤버 개개인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과연 그룹에 도움만 될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컴백을 반복하다 보면 ‘민희진의 아이들’이란 꼬리표가 넘어서야 할 과제가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르세라핌,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로 50만 팬과 소통 [쏘스뮤직 제공=연합뉴스]
르세라핌,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로 50만 팬과 소통 [쏘스뮤직 제공=연합뉴스]

알다시피 하이브는 또 다른 산하 레이블 쏘스 뮤직을 통해 걸그룹 르세라핌을 이미 보유 중이다. 뉴진스보다 두 달 먼저 데뷔했기에 두 그룹은 활동이 끝날 때까지 운영이 병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회사 안에서 데뷔시기까지 비슷한 걸그룹 두 팀이 나오는 것이 서로에게 손해가 될까? 둘은 회사의 지원을 갈라먹는 경쟁자가 될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단순한 생각이다.

둘은 콘셉트와 공략 시장이 다르고 심지어 강점과 약점도 정반대다. 르세라핌이 경력직 멤버 팬덤을 보유한 강한 기반과 화제성이 강점이라면 뉴진스는 새로운 얼굴로 구성된 신선함, 오랜 기간 준비된 정교한 기획이 강점이다. 르세라핌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포지션이라면 뉴진스는 뮤비 도입부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 시작해 서구로 접근하는 글로벌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노선을 걸으며 동반 성장할 수 있고 서로의 주 무대에서 서로에게 낙수 효과를 줄 수도 있으며 콜라보가 진행된다면 서로의 강점을 주고받을 수 있다.

내년으로 방송이 연기된 <아이랜드2>까지, 모두가 시장에서 검증된 레이블을 공세적으로 인수하고 수평적 산하 레이블의 동시다발적 활동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하이브의 경영 전략에서 도출된 판단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