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달 23일 취임한 김광호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국장은 경향신문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시작한 후 콘텐츠 깊이·다양성이 후퇴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인력을 재배치하고 소통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가 5일 발행한 경향노보에 따르면 김광호 편집국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사내 토론회에서 “편집국과 신문국을 분리 개편한 체제 자체가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안착했다는 점이 성과”라면서 “(하지만) 현안에 대한 콘텐츠의 폭과 깊이가 부족해지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편집국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종이신문 중심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시도하는 방안을 늘려가야 한다. 필요한 부분은 경영진을 설득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5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 노보 1면
5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 노보 1면

김광호 편집국장은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나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성원의 공감과 합의 외 특별한 방법이 더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문화부·전국사회부에 대해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당장 변화를 줄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문화부는 기획 중심이고, 전국부는 다른 제작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CMS 변화도 있어서 그런 것과 연관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호 편집국장은 경향신문이 ▲민생 ▲사정정국·성장담론 ▲차별과 혐오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민생의 어려움은)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화하는 국제 질서 상황들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삶이 어려워지면서 필연적으로 특정 대상을 탓하고 몰아붙이고 하는 현상이 생긴다. 혐오와 차별의 문제가 걱정 수준 이상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김광호 편집국장은 경향신문이 진보적 가치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양당 중심의 형태로 진보나 보수를 파악하는 건 맞지 않다”며 “기득권층보다 조금 덜 조명받는 영역이 있는 부분을 발굴하는 게 진보라면 여전히 (진보적 정체성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호 편집국장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입장도 그 기반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이 명료하기 때문에 지적이 쉬울 수 있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를 지지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진영보다는 가치를 더 중시하며 사안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주 조합원은 노보 ‘새 편집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서 “디지털 퍼스트 이후 업무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면 중심으로 후퇴했다”며 “콘텐츠 다양성이 떨어졌다. 지면이 없는 토요일엔 기사 가뭄 상태”라고 했다. 김 조합원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성공하려면 조직 전체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디지털에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향신문의 미래는 밝지 않다. 소통으로 편집국에 ‘디지털 퍼스트’라는 동기를 불어 넣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형국 조합원은 “문명이 리셋되지 않는 한, 모바일과 종이신문의 이용률 추이가 바뀔 리 없다”며 “좋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할 질문은 여전히 차고 넘치는데, 디지털 개편 이후에도 답을 못 찾은 건 당연한 결론 같다”고 했다. 조 조합원은 경향신문이 온라인 기사에 중간제목을 넣은 것을 두고 “보잘 것 없지만 빛나는 변화다. 번거로움이 ‘일할 맛’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게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편집국을 디지털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시행했다. 편집국이 온라인 기사를 생산하면 신문제작국은 그중 일부를 선택해 지면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PC와 모바일을 합친 콘텐츠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사진=미디어스)
경향신문 (사진=미디어스)

주간경향 기자인 김서영 조합원은 인력 충원을 요청했다. 현재 주간경향 취재기자는 8명~9명이다. 경쟁사 취재기자 수는 시사저널 19명, 시사인 16명, 한겨레21 13명이다. 김 조합원은 “주간경향 인력 조건은 경쟁지에 비춰봤을 때 열악하다”며 “금요일 오전 아이템 회의를 거쳐 지면계획이 확정되면 마감(목)까지 3.5일이 주어진다. 기사의 깊이나 취재 범위도 딱 3.5일치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김서영 조합원은 “기자 1명~2명이 장기 기획에 매진하느라 마감에서 제외되면 당장 그 주의 지면계획이 눈에 띄게 허전해지고 다른 동료가 막아야 하는 지면이 늘어난다”며 “눈치 주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는데, 구조가 눈치를 보게 만든다. 주간경향이 ‘조금 길게 쓰는 일간지 기사’처럼 굳어진다면 주간지 존재의의에 대한 회의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서영 조합원은 “주간경향부가 편집국에 속한 만큼, 경향신문 쪽 편집인력과 순환하거나 선배 편집자가 6개월~1년씩 주간경향에 지원하는 식의 교류가 필요하다”며 “신임 편집국장이 정간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만큼, 유의미한 인력 투자와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