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향신문 취재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편집국 구성원은 “선후배들 사이에서 경향신문은 이제 스트레이트 발굴 능력이 퇴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는 지난달 31일 발행된 노보에서 6년 차 취재기자, 차장급 기자 등 9명의 의견을 종합했다. 스트레이트라고 불리는 일명 단독 기사는 타사가 구하지 못한 정보를 가지고 쓴 특종 기사를 말한다.

3월 3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 지부 노보 제412호

지난 2월 21일 열린 독립언론실천위원회(독실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과 관련해 스트레이트 기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대장동, LH사태, N번방 등 최근 몇 년간 타사가 첫 보도한 주요 사안에서 뒷심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내부 평가가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취재부문)을 3번 수상했다. 같은 기간 SBS는 11건 수상했으며 JTBC 7건, MBC 6건, 한겨레 4건, 한국일보 3건, 조선일보 2건, 동아일보 2건이다.

경향신문지부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특정 부서에 편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상작 3편 중 2개는 법조팀에서 나왔다. 비법조에서 나온 수상작 1건은 전국사회부에서 나왔다. 경향신문 지부는 “같은 기간 한겨레는 탐사·사건·산업·디지털콘텐츠 팀에서 골고루 수상작이 나오고, 한국일보는 국제·법조·사건팀에서 각각 수상한 점과 대조적”이라며 “(스트 기사) 숫자만 보면 절망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슈집중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A 조합원은 “과거 일명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제가 터지면 윗선의 정책적 판단이 있고 그에 맞춰 인력 운영과 지면이 구성됐다면 최근 몇 년은 어떤 이슈를 주도적으로 팔로잉하겠다는 집중력이 없고 설사 윗선 지시가 있더라도 부서 전반으로 공유가 안 된다”고 말했다.

B 조합원은 “‘이거 한번 파봐라’는 구체적이고 목적성 있는 취재 지시가 전반적으로 너무 없다”며 “윗선의 네트워크에서 얻은 정보는 현장 기자랑 다른데 그런 점이 아래로 전달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슈를 끝까지 밀어주는 문화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C 조합원은 “수상받은 경향 스트 기사를 오히려 한겨레가 후속 보도로 더 키워 사건화한 적이 있다”며 “사회부가 스트를 쓰면 노동, 경제 등에서 달라 붙어 사건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집중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운용 방식이 스트레이트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동성과 현장성을 갖춘 이슈별 기획 조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타 매체에서 스트레이트 목적의 팀을 운영한 결과, 김성태 국회의원 딸 특혜 채용(한겨레), 이상직 일가 의혹, 은수미 캠프 성남시 채용 비리(JTBC) 등으로 기자상을 받은 단독이 나왔다는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모바일 퍼스트 전환 과도기에 스트레이트 기사가 더 부실해졌다고 지적했다. C 조합원은 “스트레이트를 발굴하려면 최소 3일은 데일리 업무에서 빠져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며 “현재는 판단에 공백이 생기면서 기자들이 온라인 조회수만 올라가는 기사에 취재 여력을 쏟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E 조합원은 “통신사 못지않게 시간 단위로 쏟아내는 속보와 아니면 초장기 대형 기획으로 기사가 이분화한 상태”라며 “신문의 구독자 수와 평판을 좌우하는 스테디한 이슈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F 조합원은 “경향신문은 산업과 경제 분야의 대표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비법조에서도 진보개혁 성향의 취재원을 계속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는 한겨레가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B 조합원은 “경향신문이 이념적으로 양분화된 사안을 한쪽 입장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회색지대 이슈에선 취재원 네트워크를 쌓지 않고 취재 역량도 기르지 않는 문화가 관성이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비판 의식이 무뎌졌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이로 인해 저연차일수록 스트레이트를 발굴해내는 사내 분위기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F 조합원은 “단독 보도 후 이슈를 끌고 가는 맛을 경험해야 스트레이트 발굴에 열정을 쏟는데 그런 경험을 한 기자들이 사내에 많지 않다”고 했다.

오창민 편집국장은 매체 영향력과 신뢰도가 약화되면서 주요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문제 로 지적했다. 오 편집국장은 “후배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현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령 허탕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10번 중 1번 맞으면 단독 기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