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가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막고 있다며 이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집시법 11조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3일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윤재갑·김두관·강민정·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강은미·배진교 정의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 공관, 국내 주재 외국 외교기관 등의 100m 이내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한 공간에 있어 집시법에 따라 인근 100m에서 집회·시위가 금지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집회가 가능해졌다.

지난달 14일 성소수자 차별 반대 집회를 마친 무지개행동 회원 등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로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자근·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집회금지 구역에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의 집회를 막기 위해 집회금지구역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포함시키는 법안을 냈다. 같은당 한병도·박광온·윤영찬 의원은 소음·모욕·혐오표현 등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윤영찬 의원 안에는 1인 시위를 집회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용혜인 의원은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이유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라며 “아무리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를 말한들, 국민의 헌법적 자유를 통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으려 한다면 기만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여러 차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집시법 11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조항”이라며 “한국만큼 광범위하게 집회금지 구역을 정하고 세세하게 규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국가기관의 편의를 위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은 3.1운동과 4.19, 5.18과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시민 결사의 힘으로 그 법통과 민주주의 정당성을 세운 나라”라며 “특정인을, 정권을, 국기기관을 위한 집시법이 아니라 이제는 시민을 위한 집시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집시법 11조 위헌법률심판 당사자인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삼청동 카페거리에서 세월호참사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집시법 11조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정 사무총장은 재판 과정에서 집시법 11조의 위헌을 주장했고, 법원의 제청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진행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그는 집시법 11조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경찰 질서유지선 너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진우 사무총장은 “집시법 11조가 제한하고 있는 장소는 권력의 장소”라며 “집회의 자유가 어떻게 삭제될 수 있는지 저의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막강한 권력기관은 사실상 집회를 봉쇄하거나 무력화하는 수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총장은 “권력의 장소이기에 (집회 시위의 자유가) 더욱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며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로부터 권력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닌, 권력자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권자의 집회와 시위를 자유롭게 보장하는 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법원은 오는 14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기로 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의 집회를 조건부로 허용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14·15·21·23·28·30일과 다음달 5·7일 오후 5~8시 전쟁기념관 앞에서 ‘안전운임제 확대’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금지통고를 받았다. 그러자 공공운수노조는 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13일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집회장소는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상당히 많아 신고 내용대로 집회를 허용할 경우 교통 정체와 주민 불편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 참가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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