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론에 재차 군불을 땠다. 중앙일보는 대법원 판결마저 부정하는 '경제사범' 이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사면'까지 나아갔다.

중앙일보는 8일 기사 <[단독]MB, 형집행정지 신청…尹정부 첫 특별사면 가능성>에서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3일 현재지 관할 검찰청인 안양지청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상 징역·금고·구류 선고를 받은 자 중 건강이 현저히 좋지 않거나 출산을 한 경우, 고령·장애인 직계존속을 돌볼 찬족이 없는 경우 등에 한정해 신청할 수 있다. 형집행정지 신청이 접수되면 검찰은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형집행정지는 '임시 석방'의 개념으로 형 자체는 그대로 남는다.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 전 대통령은 형기의 15%도 채우지 못했다.

중앙일보 6월 8일 <[단독] MB, 형집행정지 신청…尹정부 첫 특별사면 가능성> 갈무리

중앙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이 전 대통령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수사 끝에 비극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썼다. 이 전 대통령 등이 주장하는 '정치 보복' 프레임을 옮긴 것이다.

이어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가석방으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풀려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 또는 사면론도 재부상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완납하고, 벌금 130억원도 일부 납부한 상태다. 형기의 15%도 채우지 못했지만, 올해 81세로 고령인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사면론을 띄웠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 허가권자가 '윤석열 사단' 홍승욱 수원지검장이고, 윤 대통령이 대선 전후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한 점을 들어 '형집행정지 후 8·15 광복절 특사'라는 사면 로드맵을 '법조계 전망'을 빌어 제시했다. 형집행정지보다 몇 발 더 나간 사면을 거론하면서도 대통령실이나 정치권 안팎 취재는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 이후 '이명박 사면'을 키워드로 한 보도 수십 건이 쏟아졌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 형 확정 직후부터 집요하게 사면을 촉구한 대표적인 언론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2020년 이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자마자 '대통령 특별사면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며 사면론을 띄웠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3월 16일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

이 같은 중앙일보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더욱 노골화됐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친이계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자리잡고 정부에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자 중앙일보는 '정치보복'과 '과도한 처벌'을 운운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3월 16일)에서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뇌물·횡령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지만 사건 성격이 일반적인 국정농단 사건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MB가 실소유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내 소송 비용을 삼성이 냈다는 것인데, MB는 실소유 사실을 부인한다.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청와대에선 MB의 구속 기간이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짧고 건강 상태도 나쁘진 않다는 이유를 댔는데, MB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만 드러낸 옹색한 주장이었다"고 썼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미국 소송비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천여만 원을 확정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과정에서 시작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10여년만에 그가 다스의 실소유주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 수사와 구속, 기소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이끌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은 부정적이다. 지난달 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발표한 이 전 대통령 사면 찬반 여론조사 결과 찬성 응답은 40.4%, 반대는 51.7%로 집계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무선자동응답방식,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편 8일 '친윤 좌장'이자 친이계 인사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국민통합 차원에서, 대한민국 위신을 세우는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이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사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고 묻자 권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영어의 몸이 됐다가 한 분은 사면을 통해 석방됐는데, 또 다른 한 분은 그대로 둔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에 대해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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