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청와대가 안보 공백과 촉박한 시간 등을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자 주요 보수언론이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집중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독단적인 졸속 추진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신-구 권력 갈등' 프레임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21일 윤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합참·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 등에 대한 우려를 윤 당선자에게 전달하고 협의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윤 당선자는 문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5월 10일 0시 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기자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추가 예산이 등장했다. '이전 비용으로 1조원이 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변인은 "어제 우리가 발표한 490여억원(496억원)이 제일 정확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동할 경우 새 청사를 짓는 데에 1200억원 정도는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날 인수위가 배포한 자료에 합참 이전 예산은 없었다.

22일 주요 보수언론은 문 대통령 비판에 집중했다. 특히 전날 윤 당선자의 이전 계획을 '무리'라고 비판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논조 변화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안보' 핑계로 집무실 이전 제동 文, 안보 말할 자격 있나>에서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후임자가 하겠다면 도와주는 게 도리다. 그런데 근거도 불명확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이라며 "다른 사람도 아닌 문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들어 안보 공백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정권이 '집무실 이전에 돈이 많이 든다'고 우려하는 것도 놀랍다. 민주당은 5년간 400조원이 훨씬 넘는 빚을 내 돈을 뿌렸다"며 "대선 때는 돈 뿌린다는 공약만 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나라 곳간을 걱정한다고 한다"고 썼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른 전국민재난지원금,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을 '돈 뿌리기'로 규정한 것이다. 윤 당선자의 공약은 약 300조원 규모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지금이 그 때"라고 했다. 하지만 전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 국방부, 합참 등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을 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군사작전 하듯 이전해도 되는 것인지, 또 이런 엄청난 결정을 대선에서 당선된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내려도 되는지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대선 불복'을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22일 사설 <文-尹 이번엔 '靑 이전' 충돌… 통합·협치 다짐은 빈말이었나>에서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지만 그 배경엔 사전 조율 없이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예비비의 국무회의 의결까지 압박하는 당선인 측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며 "그런 청와대의 대응은 당선인 측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전날 동아일보는 사설 <10일 만의 변경 50일 뒤 용산 입주…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에서 "청와대 지하 벙커의 국정 전반에 대한 위기관리 및 지휘 통제 시스템을 사장시키고 다시 구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전 비용이 약 500억 원이라고 하지만 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만 따진 것"이라며 "새 관저나 영빈관, 합참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할 경우 드는 비용이나 연쇄 이전에 따르는 비용 등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중앙일보는 22일 사설에서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만큼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안은 협의하며 보완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관련 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도 어렵다고 나섰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3월 22일 사설 <'안보' 핑계로 집무실 이전 제동 文, 안보 말할 자격 있나>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의 1차적 책임은 숙의 없이 단기간에 청와대를 옮기려 한 윤 당선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NSC '용산 이전 안보 공백' 우려, 윤 당선자 경청하길>에서 "이번 NSC의 의견 표명을 신구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누가 뭐래도 5월 9일까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오롯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가 안보 중추 시설의 연쇄 이전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한겨레는 윤 당선자가 안보 공백에 귀를 막고, 막대한 이전 비용조차 축소 추계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런 졸속과 부실을 뻔히 보면서도 단지 당선자가 결정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직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청와대가 제동 건 용산 집무실 이전, 국가적 조율 필요하다>에서 "1차적 책임은 숙의·소통이 부족한 채 50일 만에 청와대를 옮기려 한 윤 당선인에게 있다"며 "인수위 시기에 50% 아래로 떨어진 윤 당선인의 국정 기대 여론조사도 그 영향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용산 이전 제동 건 靑...신구 권력 충돌로 번져선 안 돼>에서 "청와대 이전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급박한 이전 방안을 재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외견상 윤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에 대해 구(舊) 권력이 제동을 건 모양새지만 이번 사안이 현 대통령과 당선인 간 권한 시비 등 신구 권력 충돌 문제로 번져서는 안 된다"며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인데도 성급하게 이전 계획부터 발표한 것 자체가 무리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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