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동아일보에 이어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촉구했다. 이들 신문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여기에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범죄 사실에 비해 과하게 처벌받았다는 주장을 더했다.

그러나 252억원 횡령, 89억원 뇌물수수가 인정된 '경제사범'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며 대법원 판결마저 부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은 부정적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진두지휘한 당사자다. '친이계' 인사들이 포진한 윤 당선자 측근그룹이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을 압박하는 이유는 결국 윤 당선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0년 2월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미래통합당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의 죄와 형량을 부정하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에서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뇌물·횡령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지만 사건 성격이 일반적인 국정농단 사건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MB가 실소유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내 소송 비용을 삼성이 냈다는 것인데, MB는 실소유 사실을 부인한다"며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한 것을 두고 "청와대에선 MB의 구속 기간이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짧고 건강 상태도 나쁘진 않다는 이유를 댔는데, MB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만 드러낸 옹색한 주장이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결자해지하는 게 순리"라며 "후임자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서울신문은 사설 <MB 사면, 대승적 차원서 현 정부 결론 내려야>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은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고, 중대부패범죄는 사면권을 제한한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과도 배치된다면서도 "비슷한 경우인 박 전 대통령은 석 달 전 이미 특사로 풀려 나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신문은 "장기구금 중인 전직 대통령 사면의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고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현 정부가 결론내는 게 맞다"고 썼다.

중앙일보 3월 16일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미국 소송비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천여만 원을 확정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과정에서 시작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10여년만에 그가 다스의 실소유주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 수사와 구속, 기소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이끌었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이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16일 경향신문은 사설 <이명박 사면, 국민통합의 길 아니다>에서 "천문학적 횡령·뇌물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통합을 촉진하기보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은 2018년 이씨 기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한 당사자"라며 "이제 와서 반성도 사죄도 없는 이씨를 사면하자고 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은 당선인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내편 네편 가릴 것 없이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당선증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릴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이명박 사면, 법치 훼손하고 제 편 챙기는 게 통합인가>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이어 다시 한번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국민 통합은커녕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한겨레는 "전두환·노태우·박근혜 등 사면이 거듭되면서 전직 대통령은 법 앞에 예외를 인정받는 특권적 존재라도 되느냐는 의문과 불만이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고조돼 있다"며 "더구나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서도 수감 기간이 짧을 뿐 아니라 건강 문제도 특별하게 드러난 게 없다. 게다가 죄질은 개인 착복의 성격이 짙어 더 나쁘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윤 당선자가 과거 친이명박계 출신 ‘윤핵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첫 통합 행보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들고나온 점도, 사면 요청이 국민 통합보다는 정파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직격했다.

권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남겨뒀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같은 권 의원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점령군이나 된 듯한 오만방자한 행태다. 윤 당선자가 진심으로 국민 통합을 바란다면, 측근들의 부적절한 언행부터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2월 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권 의원, 김기현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문 대통령 임기 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윤 당선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15일 기사 <윤 당선인 부담 덜어주기? 'MB 사면' 띄우기 나선 국민의힘 인사들>에서 "윤 당선인 주변 측근들이 과거 '친(親)이명박계' 인사들로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MB 사면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아무래도 윤 당선인이 MB를 기소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있었던 터라 청와대 입성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기사 <‘수사검사’ 윤 당선자 ‘이명박·이재용 사면’ 건의?…“본인이 직접해야”>에서 "(윤 당선자가) 특사를 건의할 경우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행위를 퇴임하는 대통령에게 처리해달라는 정치적 요청이 된다.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윤 당선자가 직접하면 될 일"이라는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한편,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60.0%였다. 같은 기간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응답이 60.4%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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