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건의라는 검사 시절 수사를 부정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주요 보수언론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

윤석열이 수사한 MB, 문 대통령이 사면하라는 국민의힘-보수언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16일 12시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는다. 이날 회동에서 윤 당선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자는 자신이 집권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언급해왔다. 윤 당선자는"(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보다 고령이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전 대통령은 빨리 석방돼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을 거론하고 있다. 15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 시절 벌어졌던 일이니 마무리하고 가는 것이 임기 종료 후 부담으로 덜 남게 되지 않을까"라며 "다음 정권에 넘기게 되면 부담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수차례 비공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 복권을 건의했다면서 "전직 대통령을 미주알고주알 뒤를 후벼 파는 게 과연 민주주의를 위하 바람직한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데 문 대통령도 새 정부에 짐을 주기보다 많은 부분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핵관' '친이계' 인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안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이날 아침 동아일보는 사설 <이명박 사면, 文 대통령이 마무리해야>에서 만 81세인 이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까지 포함해 2년 3개월가량 수감됐고, 각종 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그 의미가 더 클 수 있다"며 "퇴임 전 사면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접고 새 시대의 문을 여는데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더해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실형을 받는 전직 국정원장 3인의 사면까지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文·尹 회동, 새 정부 출범까지 '협치 2개월' 만들어야>에서 "윤 당선인은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사면 필요성을 강조해 왔고, 문 대통령도 임기 내에 매듭짓지 못하고 떠날 경우 '국민 통합' 차원에서 부담일 것"이라며 "관례적으로 대통령에게 전달해 왔던 특수활동비 문제로 수감 중인 전직 국정원장들의 사면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3월 15일 사설 <이명박 사면, 文 대통령이 마무리해야>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뇌물·횡령·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천여만원이 확정된 경제사범이다. 조선일보가 사면을 주장한 국정원장 3인은 박근혜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말한다.

이들 전직 국정원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3년,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모두 36억 5천여만원의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지난 3일 조선일보에는 <'적폐청산'으로 부당하게 형을 받은 국정원장 등의 조속한 사면·복권을 촉구합니다>라는 의견광고가 게재됐다.

이 전 대통령 수사와 구속, 기소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이끌었다. 3인의 전직 국정원장 역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수3부가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60.0%였다. 같은 기간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응답이 60.4%로 나타났다. 두 조사에서 사면 찬성 응답은 각각 34.2%, 35.0%로 나타나 사면 반대 응답이 크게 앞섰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삼바 수사' 비판 인사 기용에 조선일보 "당선인이 전문성과 실력 높이 사"

14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인수위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총장 시절 검찰수사를 수차례 공개 비판한 인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수사지휘라인은 '윤석열-한동훈-송경호' 검사였다.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상장을 앞두고 편법적인 회계처리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렸다는 내용이다. 해당 의혹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 1조 9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회계장부에 기재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이 부풀려지면서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정해졌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점화됐다.

조선일보 3월 15일 <尹이 콕 집은 최종학, ‘尹 삼바수사’ 비판했던 회계전문가>

하지만 최 교수는 <삼바 사건과 무시된 회계 전문가의 견해>(중앙선데이, 2019년 2월), <종속-관계기업 구분하는 지배력 기준 논란>(동아 비즈니스리뷰, 2021년 4월) 등 언론 기고문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중앙선데이 기고문에서 "다수의 학자나 회계 업계에서는 개별 회계처리 방법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국제회계기준(IFRS)의 접근방법에 비추어봐도 현 금융당국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나서서 전문가의 판단이 틀렸다고 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동아 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기소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최 교수는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는 회계 이슈를 만들어내서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5일 기사 <尹이 콕 집은 최종학, ‘尹 삼바수사’ 비판했던 회계전문가>에서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 등을 지낸 회계 전문가인 최 교수는 대선·경선 캠프에 몸을 담지 않았던 ‘새 얼굴’"이라며 "인수위 안팎에서는 “인사의 첫 번째 원칙으로 전문성과 실력을 공언한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자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최 교수는 당선인이 직접 낙점했고 지난 주말 사람을 보내 허락을 구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윤 당선인 수사를 비판한 ‘전력’이 있음에도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 사 인수위에 합류시켰다는 얘기"라며 최 교수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나 관련 수사를 비판한 사례들을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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