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사극 의무 제작, 국제뉴스 30% 이상 편성 등 윤석열 대선 후보의 공영방송 공약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방송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윤 후보는 '공영방송 정상화' 공약을 담은 '59초 쇼츠(짧은 동영상)'를 공개했다. <KBS,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께 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극 의무 제작 ▲메인뉴스 중 국제뉴스 30% 이상 편성 ▲영상 아카이브 오픈소스 공개 등이 주요 골자다. 해당 영상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문답식으로 공약을 설명하고, 영상 말미에 윤 후보가 "좋아 빠르게 가"라고 독려했다.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KBS,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께 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59초 쇼츠' 공약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이날 박민영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송법상 편성의 자유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내부의견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그런 우려들이 있었다"면서도 "저희는 '하우투'(How to, 어떻게)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보다는 방향성과 문제의식 중심으로 전달드리려 했다"고 밝혔다.

박 보좌역은 "현재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지 못하다는 게 분명한 문제의식"이라며 "일반 종편(종합편성채널)에서 사건·사고 보도를 똑같이 하고 있다. 돈 안 된다고 사극 대하드라마 5년째 안 만드는 거 반복하면 수신료 받아가며 운영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보좌역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던진 것"이라며 "방송법에 따라 편성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거나 하는 방식의 '하우투'는 고민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공약과 관련해 '국민의힘 과방위와 협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선거캠프에 나와 있는 상황이어서 잘 모르겠다. 답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프로그램 편성 평가에서 가점을 매기겠다는 계획을 두고도 방송 편성권 침해라고 반대한 바 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남북관련 프로그램 편성 평가' 신설을 방송 편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친북 정권이라 할지라도 북한의 도발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 홍보 프로그램 편성에 가점을 왜 주려는지 의문"이라며 "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59초 쇼츠' 공약, 이준석 아이디어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대하드라마 의무편성이나 국제뉴스 30% 편성 등은 방송법에 따라 편성 침해의 논란이 큰 얘기들"이라며 "편성권 침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면 오만함을 넘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의 부재이자 공영방송 독립을 염원하는 국민정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법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S는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개정해 구성원의 제작·편성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윤 후보의 '59초 쇼츠' 공약은 이준석 당 대표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생활밀착형 공약' 콘텐츠다. 이 대표가 직접 소재를 찾아 제작하고, 박민영·김동욱·오철환 청년보좌역이 시나리오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KBS 문재인 대통령 '2050 탄소중립 비전선언' 생중계와 관련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한 바 있다. 탁 비서관 요청사항으로 '행사 2시간 전까지 엠바고 필수', '흑백으로 제작됨을 감안 바란다' 등의 제작방침이 KBS에 하달돼 방송 편성의 자유를 훼손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컬러 영상의 1/4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으로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것”이라고 흑백영상 제공 취지를 설명했다. KBS는 "이번 중계 방송은 KBS가 키사를 맡아 진행했으며 KBS 중계 제작진이 청와대 측 담당자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방송 시간과 카메라 위치, 영상 연출, 화면 구성 방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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