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의도대로 심의를 요구하는 관변단체가 있고, 빵꾸똥꾸도 제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고, 방송 정책을 방송 장악책 쯤으로 여기는 듯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재허가 제도의 변경은 그 출발부터 불순하기 짝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방송사 제재 비중을 확대하고, 국민화합과 관련한 공익 프로그램을 편성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것을 포함한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송 장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국민화합’ 공익 프로그램 방송하면 점수 더 준다?)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업 언론 단체들은 26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정치 심의를 통한 방송 장악 선언”이라고 규탄했다.

▲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업 언론 단체들이 26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방송평가는 방송사업자가 공적 임무 수행을 적절하게 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평가 결과는 방송사 재허가 또는 재승인 심사 자료로 활용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방통위는 △방송 제재 강화(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의견제시 및 권고와 같은 행정조치도 감점) △국민화합과 관련한 공익 프로그램 편성 시 가점 부여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질 개선 노력을 평가 결과에 반영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KBS, MBC, SBS 등 방송3사와 한국방송협회는 방통위의 개정안을 ‘지상파 옥죄기’ ‘언론통제’에 비유, “언론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송 환경 황폐화시켜 방송 장악하겠다는 것”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평가안이 개정될 경우, 방통위 제재를 받게 되는 방송사는 방송 평가 총점인 900점 중에서 최대 600점까지 감점을 받게 된다”며 “방통위 제재에 따른 감점 반영 비중은 기존 14%에서 67%로 5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며, 그럴 경우 방통위 제재가 사실상 방송사의 목줄을 쥐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MB 정권이 각 방송사에 내리는 새로운 보도지침이라 할 수 있고, 정권에 밉보일 보도와 프로그램을 스스로 걸러내라는 포고령”이라며 “방송사 경영진으로 하여금 언론인들을 손보게 하는 치졸한 전술로, 방송사의 보도, 제작 환경을 황폐화시켜 결국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특정 이념에 의해 좌우될 수 없고 시청자, 국민에 의해서만 평가받을 수 있다”며 “방송을 재편하기 위해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도 “방송은 특정 공무원과 권력 집단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며 “입맛에 맞지 않다고 방송사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해서는 안 된다. 개정안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형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또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부 심의를 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를 옥죄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시사 프로그램의 정권 비판은 사라질 것”이라며 “개정안을 즉시 백지화 하고, 현업 제작진들과 사회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규칙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방통위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 확정”

한편, 언론계 내부에서는 방통위가 오는 28일 열리는 전체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은 확정한 상황이지만, 언제 전체회의에 상정할 지는 협의하고 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들과 홈쇼핑 쪽에서 제시한 의견 일부가 개정안에 반영됐다”면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제재 조치 강화와 국민 화합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해서는 “협의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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