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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3무 사이를 어쩌려고 키스신일까[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10.07 10:52

인연은 보통 아름다운 단어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그러다가 사랑이라는 놀라운 감정에 빠지게 되는 첫 시작이니 당연히 그러하다. 그러나 불교에서 인연은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 한다. 하긴 한 가수는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며 울부짖기도 했듯이 인연이,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랑은 그에 따른 고통과 슬픔도 동시에 시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모든 미망과 고통을 인연에서 찾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도우와 최수아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특히 최수아에게 인연은, 같이 시작된 서도우에 비해 더 슬프고 또 무겁게만 느껴진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서도우는 죽은 딸 애니가 둘을 이어주고 갔고 선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래도 최수아는 여전히 아빠도, 엄마도, 할머니도 보지 못한 어린 애니의 마지막 접촉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무거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도우의 어머니의 살아생전 마지막을 또 지켰다. 이쯤 되면 운명이라고 하기에 딱 좋기는 한데 역시나 무겁고 또 무겁다.

그리고 당연히 슬프다. 특히 서도우의 회상 속 애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버렸다. 전시된 할머니의 매듭을 보고 밝게 “할머니~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도 맑고 간절해서 슬펐다. 어디 산 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샘물을 만났을 때, 마침 가져온 물도 떨어져서 갈증이 심한데도 차마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맑아서 가만 쳐다보다가 그만 눈물이 나오고 마는 그런 비슷한 감정도 함께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그것만으로도 수아가 감당해야 할 인연의 무게가 어마어마한데, 이번에는 도우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들은 인연까지 더해졌으니 이것 참 큰일이다. 도우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한 여자가 수아임을 직감한다. 그러면서 다시 공항에서 애니의 유골함을 거리낌 없이 품에 꼭 안은 수아의 모습 등을 떠올린다.

수아에게 받은 어떤 신비한 따뜻함이 더 확고하게 인연으로, 딸의 선물이었던 수아는 이제 어머니의 유언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당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그 슬픔에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겠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 어머니가 수아에게 전하라고 한 편지의 존재를 알고 나면 도우는 수아를 어떤 시선으로 대할지 궁금하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그렇듯 작가가 수아에게 어떤 신비한 인연을 자꾸 얹는 것이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이유도 알 것만 같다. 인간은 슬퍼할 때 가장 순수하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3무 사이로 묶은 것으로는 아무래도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자꾸 더 슬퍼지게 하려는 것 같다. 이 둘의 관계가 애욕이 아닌 다른 감정, 위로로 향하게 하려는 당위를 여기저기 펼쳐놓는 것 같다.

작가 스스로도 빠질 수 있는 통속의 유혹으로부터 지키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래서 애니가 공항에서 흘리고 간 구슬의 존재에 대해서 그동안 두 사람의 대화에 꺼내지 않은 것은 아닐까도 싶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했던 그 마음 그대로 “딸의 선물, 어머니의 유언인 사람”을 다짐하려는 다짐으로 읽고 싶다. 덕분에 수아는 혼자서 너무 많은 인연의 선물들을 다 떠안게 됐다. 그 하늘거리는 가냘픈 몸매에, 말도 빨리 하지 못하는 어눌한 감성이 어찌 다 감당할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그런데 문득 마치 남이 하는 말을 듣는 것처럼 성긴 말이 머리를 스쳤다. “불륜의 업보지 뭐” 아니라고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도우와 수아의 관계를 어차피 불륜이라는 편견에 가둬두고 있는 자신에 놀라야 했다. 그것은 또한 내면 깊은 곳에서 이 두 사람의 청정한 관계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 통속으로 물들어버리기를 바라는 기대는 아닌지 두려웠다.

그런데 다음 주 예고가 그런 모든 생각을 무너뜨렸다. 도우와 수아가 깊은 키스를 한 것이다. 키스 정도는 뭐, 그 정도는 괜찮지. 그 정도도 안 하고 무슨 사랑이겠냐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게 한다. 그 모습보다는 장례식장에서 수아에게 안겨 어린애처럼 우는 도우를 더 기억하고 싶다. 3무 사이를 과연 어쩌려고 그런 건지 다음 주에 봐야 알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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