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번 방송에서 집중한 것은 세월호 참사와 국정원 그리고 청와대와의 관련사항들이었다. 이는 지난 몇 년 살인사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탐사보도가 마침내 긴 동면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번 방송을 통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국정원과 국정원 퇴직자들의 공제회인 양우회의 존재를 드러내며 수많은 민간선박들 중에서 유일하게 세월호만이 국정원 특별한 관리를 받았던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 시작은 사망한 선원의 노트북에 담겨 있던 파일 하나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 -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두 달 후, 잠수부들은 중요한 물품 하나를 건져왔다. 세월호 선원의 노트북이었는데 이를 안 유가족들의 빠른 대처로 법원에 증거보존신청을 했고, 거기서 나온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파일은 세월호와 국정원이라는 상식적이지 않은 조합의 의문의 시작이었다. 거의 100건에 달하는 목록은 국정원답게 보안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자질구레한 관리 및 청소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화장실 휴지/물비누 보충 같은 것들이었다.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할 엄청난 참사에 이런 납득하지 못할 의혹의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날 공교롭게도 유병언의 아들 유대균이 체포되고, 그 과정이 온갖 방송뉴스로 생방송되었다. 자연스럽게 세월호 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괴문서의 존재와 의혹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분명한 것은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가 흔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국정원의 본연의 임무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2014년 12월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라는 주장을 한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44m 바다 아래서 건져낸 노트북은 분명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진실 혹은 비밀을 말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 -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 다음으로 다룬 것은 1분1초가 아깝고 부족한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를 진두지휘했어야 할 해경본청과 청와대의 길고 지루한 통화내용이었다. 세월호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해경함정인 123정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상식적으로 선원들보다 승객을 우선적으로 구출해야 했지만 해경은 마치 선원들만을 구하러 온 것처럼 보였고, 당시 중계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승객구조는 대부분 어선과 어업지도선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총 13명이었던 123정의 해경 중에서 단 2명만 구조작업을 한 이유는 그들을 지휘하는 해경수뇌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해경지휘부가 현장에 출동해서 승객들 구조에 나서야 할 함정에 요구한 것은 빠른 구조가 아니라 구조된 인원의 숫자였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해경해체라는 대통령의 철퇴를 맞아야 했던 이 답답하고 한심한 해경지휘부의 태도에도 역시 이유가 있었다. 현장을 진두지휘해야 할 해경지휘부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수시로 걸려오는 청와대의 전화였고, 그 전화는 구조상황에 매달려야 할 해경에게 구조인원, 구조영상 등을 집요하게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해경은 구조에 전념을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거의 다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안내방송은 계속 되었고 결국 탈출할 기회도, 구조할 기회도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 -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끝이 아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방송 도중 국정원 양우공제회에 대해서 제보를 바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것은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에 대해서 더 파고들겠다는 의미다. 세월호 보도를 접하는 것도 사실 놀라웠지만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의지와 선언이 더 놀라웠다. 16년 만에 찾아온 여소야대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주목해야 할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인터뷰를 했던 두 명의 기자였다. 한겨레21 정은주 기자와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추적하고 있는 저널리스트들이다. 그들만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이 있었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월호 취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